"나이도 두려움도 잊었다"... '돌아온 학범슨' 김학범의 제주 도전기[스한 위클리]

김성수 기자 2024. 2.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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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학범슨' 김학범(63) 감독이 제주 유나이티드 사령탑으로서 K리그에 돌아왔다. 리그 최고령 감독이지만 여전히 축구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김학범. 그는 젊은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큰형님'으로의 귀환을 알렸다.

김 감독은 2024년 K리그 최고령 사령탑이라는 칭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한라산 정상을 거뜬히 오르며 '나이는 축구에서 가장 의미 없는 숫자'라고 말하는 그는 제주와 함께 '도전하는 감독'으로서 새 시즌의 문을 연다.

스포츠한국은 제주 구단의 2024시즌 대비 2차 동계 전지훈련지인 경상북도 경주에서 김 감독을 만나 그의 지도 철학과 새 시즌 준비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학범슨은 계획이 다 있구나'... 김학범이 만드는 '제주 축구'

제주의 전지훈련 캠프를 방문했던 2월 중순은 선수들의 몸이 가장 무거운 시기였다. 하지만 이 역시 긴 시즌에 맞게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비한 김 감독의 계획이다.

"계획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 시즌 초반인 3월까지 선수들의 몸이 무거울 것이다. 하지만 이는 1년 가까운 긴 레이스를 위한 준비다. 출발과 함께 치고 나가다가 지쳐서 내리막을 걷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서서히 단계를 밟으며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체력은 강조할 것도 없는 '기본'이다. 체력을 갖추지 못하고 다른 걸 한다면 곧 부서질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 최근 열렸던 아시안컵이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봐도 알 수 있지만, 지연된 시간을 추가시간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90분이 아닌 '100분'을 넘어서는 경기가 수두룩하게 나온다. 경기마다 그만큼의 시간을 뛸 수 있는 체력은 필수라는 것이다. 수비에서의 기본 역시 철저히 해야 한다. 이는 주문 사항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성남, 강원, 광주 등 K리그 팀은 물론 연령별 국가대표팀도 이끌며 많은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던 김 감독은 제주에서도 '구면'의 제자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주장' 임채민부터 '23세 이적생' 김태환까지, 김 감독의 가르침을 받았던 선수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김 감독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바로 '옛 정'이다. 그는 "제주 선수 모두가 내겐 똑같은 제자들이다. 선수를 영입하는 이유는 과거에 함께했기 때문이 아닌, 현재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옛 인연으로 우선순위를 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고 팀에게도 좋지 않다. 제주의 식구들은 전부 내가 보호해야할 대상"이라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에서 함께했던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도 그저 제자일 뿐이다. '옛 정'은 평가 항목에서 제외다. 그걸 믿고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에게는 오히려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제주 유나이티드

그렇다면 김 감독이 제주에 새롭게 입히려는 요소는 무엇일까. 그는 "약 3년 반 동안 U-23 대표팀에 있으면서 펼쳤던 축구를 제주에 맞게 적용하고 있다. 축구는 계속 발전하기에, 이를 얼마나 빨리 쫓아가고 접목시키느냐가 중요하다. 과거 한국에서 생소했던 전방압박, 4-2-3-1 포메이션, 지역방어를 성남 감독 시절인 2005년 후반부에 유럽축구를 보고 적용했고, 이후 모두가 따라했다. 2006년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딕 아드보카트가 이를 보고 놀라 성남 경기를 많이 보러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유럽, 남미 등 해외를 누비며 축구를 연구하기로 유명한 김 감독. 그의 최근 관심사는 2023~2024시즌을 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 감독직을 사임할 것을 밝힌 '압박 전문가' 위르겐 클롭 감독이다.

"클롭 감독의 경기를 리버풀 현지에서 직접 보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 아직 못 갔다. 해외로 축구를 보러 나갈 때 팀이 아닌 감독을 쫓아서 간다. 클롭은 리버풀에서 그만두더라도 다시 감독직을 맡을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걸 가지고 있을지를 생각하며 보러 가는 거다. 리버풀은 경쟁 팀인 맨체스터 시티에 비하면 매 시즌 막대한 금액을 써가며 비싼 선수를 영입하는 팀은 아니다. 그럼에도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며, 공격적인 압박을 즐기고 절대 물러서는 일이 없다. 라이벌에 비해 조건이 나은 편이 아님에도 우승 경쟁을 하는 감독은 어떻게 팀을 만들고 운영하는 지 궁금해서 직접 보고 싶은 거다."

그는 이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경기 영상을 계속 본다. 결국 답은 축구 안에 있다. 사우나에 가면 기분 전환은 되겠지만, 축구 바깥에서는 원하는 걸 찾을 수 없다. 지도자 초기에 너무도 많은 벽에 부딪치니 답답하고 미치겠더라. 그게 해외축구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다. 그때부터 오랜 세월을 보러 다녔지만 여전히 발전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주 유나이티드

▶'도전하는 감독' 김학범, 지도자 인생은 여전히 '청춘'

제주 구단 유튜브 채널에서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한라산 정상에 오르고, 실내자전거를 타며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김 감독을 목격할 수 있다. 지도자의 올바른 자세를 강조하며 선수들에게 모범을 보이고자 하는 '리더'의 모습이었다.

"산에 자주 올라가고 헬스장도 간다. 감독도 운동한다는 것을 선수들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가만히 서서 말로만 하는 지도자는 있을 수 없다. 지도자나 선수나 뭐든 시도하는 자세를 가져야 발전할 수 있다. 안 되면 그때 가서 수정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도 모른 채 도태될 뿐이다."

김 감독은 감독의 역할에 대해 이어 말하며 후배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기도 했다.

"감독은 구성원들과 어울려 함께 나아가야 한다. 감독, 코치, 선수, 구단의 능력이 어우러졌을 때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는 거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 그런데 현재 한국 축구에는 코치가 부족하다. 지도자도 단계를 밟아야 하는데, 코치직을 맡으며 내공을 쌓아야 할 사람들이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감독을 맡기 때문이다. 팀 성적이 좋을 때는 감독이 많은 것을 하지 않아도 잘 돌아간다. 하지만 팀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감독이 나서서 그동안 쌓은 내공을 기반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내공이 없다면, 할 수 있는 건 감정에 호소하는 것뿐이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 본질을 찾지 못하고 선수들에게 '한 번 해보자'는 말만 한다. 그래서는 꾸준히 감독직을 수행하기 쉽지 않다."

ⓒ제주 유나이티드

2023시즌 K리그1 개막 후 5경기 2무3패로 부진했던 제주는 6라운드부터 10경기 8승1무1패라는 엄청난 반전을 썼다. 15라운드 종료 시점인 2023년 5월27일에는 2위로 고공비행했다. 하지만 이후 18경기에서 고작 1승(5무12패)에 그치는 등 또다시 깊은 부진에 빠지며 12팀 중 최종 9위로 시즌을 마쳤다. 호기롭게 상위권 진입을 노렸던 제주의 시즌 초반 각오에 비해 너무도 아쉬운 성적이었다.

그렇다면 제주의 새 사령탑으로 2024시즌을 맞이하는 김 감독의 부임 첫해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일단 파이널A(1~6위) 진출이 우선이다. 그게 안 되면 다음 목표도 설정하지 못하고 강등권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제주는 냉정하게 파이널A에 올라갈 수도, 파이널B(7~12위)로 떨어질 수도 있는 위치라고 본다. 결국 '얼마나 실책을 줄이느냐'의 싸움이다. 실점은 실책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63세의 김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제주 사령탑에 부임하며 현직 K리그 감독 중 가장 형님이 됐다. 지난 시즌까지 '최고령'을 담당했던 61세의 최윤겸 충북 청주FC 감독도 김 감독보다 동생이다.

하지만 김 감독에게 나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최고령 간판을 내려놓고 '도전자'의 이름을 걸겠다는 그는 여전히 지도자 경력의 '청춘'에 있었다.

"나는 '고참 감독'이 아닌 '도전하는 감독'이다. 도전하는 자세에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나이는 축구에서 가장 의미 없는 숫자다. 홍명보, 김기동, 이정효 감독 등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성과를 낸 사령탑들이 건재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끌 당시 코치로 있었던 김은중 수원FC 감독과 이민성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은 내 스타일을 잘 알겠지만, 나 역시 그들에 대해 잘 안다(웃음). 이제 프로에서 한 번도 맞붙지 못했던 감독들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김학범도 그들 사이에서 한번 놀아보자는 거다. '두려움 없는 도전'은 훌륭한 무기다. 여러 고민 없이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할 때 오히려 잘한다."

ⓒ제주 유나이티드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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