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밸류업 뚜껑 열어봐야…랠리 지속 vs 실망 매물
관건은 밸류업 대책 강도 "4월 총선까지 정부 추가 정책 드라이브 예상"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2월 넷째 주 주식시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에 엔비디아발 훈풍이 더해지면서 5주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주초 2,680대로 올라선 뒤 조정을 받은 코스피는 미국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 영향으로 반등한 데 이어 약해졌던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의 상승 탄력이 주 후반 살아나면서 2,660선을 지켰다.
금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공언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이 주초(26일) 공개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내용이 담긴다면 한 달 이상 이어져 온 저PBR 랠리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지만, 자칫 높아진 눈높이에 못 미칠 경우 실망 매물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스피 한주간 0.71% 상승…코스닥 1.27% 올라
25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3일 코스피는 2,667.70으로 한 주간(19~23일) 0.71% 올라 1월 마지막주를 시작으로 5주 연속 상승했다.
업종별로 보면 전기가스(10.86%), 보험(5.80%), 금융업(2.19%) 등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 예상되는 저PBR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섬유의복(2.87%), 운수창고(1.94%), 의료정밀(1.54%), 종이목재(1.41%), 전기전자(1.30%) 등도 오른 반면 화학(-2.68%), 철강금속(-1.13%), 기계(-1.02%) 등은 내렸다.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한 주간 9천750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주도했다. 기관도 2천500억원을 순매수했으나 개인은 1조3천140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집중했다.
이 같은 수급 구도는 수주째 지속되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7조46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8조2천85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1조2천80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집중된 저PBR 가치주의 상승 강도가 약화된 가운데 성장주로 순환매가 이뤄지면서 코스닥시장이 수익률에서 유가증권시장을 앞섰다.
코스닥지수는 868.57로 한 주간 1.27% 오르며 3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주에는 3.75% 올라 코스피(1.08%)에 비해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엔비디아 열풍, 국내선 '찻잔 속 태풍'
지난주 국내 증시는 미국 AI(인공지능)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의 실적 호재가 약화된 저PBR 모멘텀의 공백을 메우며 상승 동력으로 작동했다.
엔비디아가 4분기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주와 AI 관련 종목들이 저PBR주로부터 주도주 자리를 넘겨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를 독점 공급 중인 SK하이닉스만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을 뿐 대장주인 삼성전자나 다른 반도체 종목들로는 기대만큼 열기가 확산되지 않았다.
국내 반도체주는 엔비디아 실적이 공개된 직후인 22일 하루 반짝 상승에 그쳤을 뿐이고 증시 전반의 상승 강도는 약했다.
다우존스30평균지수와 닛케이225평균주가가 사상 처음으로 각각 39,000선을 돌파하는 등 반도체주 주도의 투자 열기가 고조된 미국, 일본 증시와는 차이가 컸다.
이를 두고 미국·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경제와 증시의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0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인하했으나 중국의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밸류업 대책 강도가 관건 "4월 총선까지 정부 추가 정책 드라이브 예상"
이번 주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가 초미의 관심사다.
연초 부진에 빠졌던 증시는 지난달 17일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한 뒤 반등해 꾸준히 우상향해왔다.
수혜가 예상되는 저PBR 업종으로 분류된 보험(32.68%), 증권(21.71%), 전기가스(21.21%), 금융(21.06%), 운수장비(18.22%) 등이 그사이 고공행진을 벌였다.
이미 여러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등 주가 부양 정책을 앞다퉈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모습이다.
주주환원의 방향성이 예고됐고 시장이 이에 호응한 만큼 이번 발표의 관건은 대책의 강도라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정부가 시장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이럴 경우 한 달 이상 이어진 상승장이 연장될 것이란 낙관론이 우세하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당 이슈로 인한 상승 모멘텀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실망 매물이 대량으로 쏟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발표 후 매물이 나온다면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월 말 이후 코스피는 저PBR주에서 수출주, 성장주로 바통을 터치한 다음 막판 스퍼트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스피 목표치를 2,750으로 제시했다.
반면 투자자의 기대대로 강도 높은 주주환원책이 담기지 않을 경우 과열 상태인 저PBR 종목들의 매물 소화 과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미 과열 상태로 판단한 매물이 나올 경우 지수가 조정 국면을 거칠 수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발표되는 정책이 기대를 상회하기는 쉽지 않다"며 "28~29일 양일간 자동차기업과 은행들의 배당기준일이 예정돼 있어 저PBR 주식들에 대한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 다만 4월 총선 전까지 정부의 추가적인 정책 드라이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정 시에는 매수 대응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 전망치를 2,600~2,720으로 제시했다.
또 금주에는 미국 4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표 및 2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 등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들 이벤트 모두 단기적으로 금리에 상방 압력이 있을 수 있는 사안들인 만큼 가격 부담이 커진 미국 증시에서 단기적으로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수도 있다고 SK증권은 예상했다.
이번 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26일 한국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미국 1월 신규주택판매
▲ 28일 미국 4분기 국내총생산(GDP)(수정치)
▲ 29일 미국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 30일 한국 2월 수출입, 미국 2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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