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2년, 푸틴은 더 강해졌다…장기戰 속 투자 포인트는? [신동윤의 투자,지정학]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21세기 판 차르(러시아 황제)’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물론 러시아 측에선 ‘전쟁’이란 말 대신 ‘특별 군사 작전’으로 칭하고, 침공도 아니라 주장합니다.)을 가리켜 러시아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생사(生死)의 문제’라고 한 마디로 정의했습니다. 바로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방송사인 ‘전러시아 국립 TV·라디오 방송사(VGTRK)’와 인터뷰에서 한 말인데요.
국가의 운명이 달렸다고 보는 만큼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란 믿음 역시도 확고하다는 점도 과시했습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1년 반 전에 끝났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말이죠. 이보다 앞서 지난 9일 진행한 미국 극우 논객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 인터뷰에선 러시아가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단언하기까지 했습니다.
2월 24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진 지 만 2년이 지났습니다.
개전 초기까지만 해도 푸틴 대통령은 궁지에 몰리는 듯 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세계가 중심이 된 초고강도 제재로 러시아는 글로벌 무역은 물론이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등 금융 결제망과 에너지 수급망 등에서까지 밀려나며 글로벌 공인 ‘외톨이’가 됐습니다. 중국과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 러시아와 관계를 지속하는 국가들도 있었지만, 미국이 공언한 ‘세컨더리 보이콧(러시아와 교역한 제3자에 대한 제재)’이 무서워서라도 대놓고 전면에 나설 순 없는 상황이었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도 막대한 인·물적 피해는 물론이고, 주요 요충지에서 밀려나면서 ‘패색’이 짙은 것이 아니냔 분석까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궁극의 무기’인 핵을 활용한 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했던 점도 러시아의 어려운 처지를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까지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 푸틴 대통령의 입지는 분명 지난 2년과는 사뭇 다른 상황입니다. 자신감을 회복한 것은 물론, 전쟁이 벌어지기 전인 2년 전보다 푸틴 대통령의 존재감은 더 강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으니 말이죠.
최근 푸틴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자신감’의 근간엔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러시아가 조금씩 우위에 서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듯합니다.
러시아는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의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지역을 강제로 합병하면서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러시아명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육로 회랑을 연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기에 점령지를 요새화하며 지난해 6월 이른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까지도 막아내는데 성공했죠.
최근 러시아는 지난해 10월부터 집중 공략했던 동부 도네츠크주 요충지 아우디이우카를 최근 함락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거의 1000여명의 우크라이나군 병력이 포로로 잡히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죠. 최근 몇 주간 러시아군이 약 970㎞에 이르는 거의 모든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공격에 나서고 있다고도 전했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푸틴 대통령이 루한스크주 완전 장악까지 약 3주의 시한을 러시아군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까지 내놓았습니다.
러시아군의 이런 선전에는 북한산(産) 무기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북한제(製) 15㎜, 122㎜ 포탄 등 100만발이 러시아로 건네졌다고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은 주장했고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지난 7일까지 KN-23/24로 추정되는 북한산 탄도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에서 최소 24기 사용됐다는 우크라이나 측의 발표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푸틴 대통령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켜내며 우크라이나 국민은 물론 서방 세계엔 자유를 수호한 ‘영웅’으로 여겨졌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최근 그의 입지가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지점입니다.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키며 다가온 기회를 잡지 못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선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신에게 맞선 군 총사령관을 전격 교체하는 등 내홍 조짐까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한때 90%에 육박하던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 5~10일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53%까지 떨어졌습니다.
영국 더 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원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비율은 지난해 1월 29에서 작년 11월 42%로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장기전에 대한 피로감에 더해 승리에 대한 기대가 점점 옅어지면서 협상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것이죠.
유럽외교협회(ECFR)가 지난 2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인 중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점치는 비율은 10%로 러시아(20%)의 절반에 그쳤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 수복 의지를 유럽이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31%)은 우크라이나에게 러시아와 평화 협상에 나설 것을 압박해야 한다(41%)에 미치지 못하기도 했죠. 러시아가 모든 점령지를 반환하고 군사를 물려야 한다고 주장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지고, 협상을 통한 휴전론을 펼치고 있는 푸틴 대통령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의존하고 있던 미국, 유럽 등의 군사 지원까지 급감하거나 끊어진 것도 우크라이나 측엔 치명적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곳간에 인심 난다’는 옛말이 있는데요. 러시아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더 잘나가고 있다는 점은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더 굳건히 하는 주요 요소입니다.
전쟁 첫해였던 지난 2022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년 만인 지난해 ‘플러스(+)’로 곧장 전환했습니다. 이 덕분인지 러시아 증시 대표 지수(MOEX)의 수익률도 지난해엔 주요 지수들 가운데서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죠.
▷지속적으로 전쟁 물자를 공급하고 관련 서비스 수요가 창출된다는 점 ▷무기와 군사 관련 상품 생산에 있어 자급자족 ▷정부 보조금과 경기 부양책 ▷서방 동맹국 이외 지역에 대한 수출 강세 유지 및 낮은 대외 부채 등의 상황이 러시아가 장기전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초고강도 국제 제재로 인해 생필품을 위주로 물가가 치솟고 있는 데다, 무기·군수품을 생산하는 ‘전시 경제’는 러시아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거나 미래 성장력을 키우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크나큰 한계점이죠. 이런 점에서 오스트리아의 싱크탱크 경제학자들은 “전쟁이 오래 지속될수록 러시아 경제는 군사 지출에 더 중독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불과 한 달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내에서 푸틴 대통령의 입지는 전쟁 전보다 강해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는 다음 달 15~17일 치러질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증명될 예정입니다.
러시아 내부는 물론 서방 국가들 모두 푸틴 대통령의 5선(選)이 사실상 확정적이라 보고 있습니다.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푸틴 대통령은 오는 2030년까지 6년 더 임기를 연장하게 됩니다.
러시아 공공여론조사센터(VCIOM)가 지난 1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을 뽑겠다는 러시아 국민의 비율은 무려 79%에 이릅니다. 푸틴 대통령과 함께 최종 후보 4인에 오른 나머지 후보 3명의 지지율은 2~4%에 불과하죠. 선거가 굳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의 격차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며 마지막 ‘푸틴 대항마’로 꼽히던 보리스 나데즈딘 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원은 러시아 대법원에 의해 대선 출마 자격까지 박탈당하기도 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에선 푸틴식 ‘철권통치’가 가속화하는 모습도 뚜렷하죠.
지난 13일 우크라이나에 망명했던 러시아군 헬기 조종사 막심 쿠즈미노프는 스페인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고, ‘푸틴 정적’으로 불리던 알렉세이 나발니는 지난 16일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형의 죽음이 알려진 날 친동생 올레그 나발니는 두 번째로 수배 명단에 올랐고, 지난 20일 나발니의 부인 율리나 나발나야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은 갑자기 차단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반역죄’ 명목의 기소, ‘간첩 혐의’로 붙잡혀 있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에 대한 구금 기간 연장 등 언론에 대한 탄압 강도도 높여 나갔죠.
푸틴 대통령의 재부상을 우려스럽게 바라보던 서방 사람들이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이게 된 계기는 정권 재탈환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등장 과정에서 불거졌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1기 내각에 참여했던 주요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를 수차례 언급했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한 마디는 서방 세계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승기를 잡고 있다는 현실 속에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독립국 ‘발트 3국(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과 핀란드·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반도국,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러시아의 동맹국 벨라루스 사이 ‘수바우키 회랑(Suwalki Gap)’이 위치한 폴란드 등이 받는 안보 위협의 강도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발트 3국과 스웨덴, 핀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러시아의 다음 군사 작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서방의 주장에 “터무니없다”고 일축했지만, 이를 믿지 않는다는 표현이 정확한 분위기죠.
극도로 높아진 글로벌 안보 불안이 기회로 작용, 그 어느 때보다 큰돈이 모여들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방산’ 부문이죠.
안보 불안에 떠는 전 세계 국가들이 더 많고 강력한 무기를 갖기 위해 기꺼이 지불하는 돈이 방산업체로 모이고, 자본투자시장에선 이런 분위기에 따른 실적 호조에 관련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매수하려는 자금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강해질수록 커지는 서방 세계의 안보 불안의 최대 수혜국은 누가 뭐래도 미국입니다. 글로벌 방산업체 ‘톱(TOP) 3’로 꼽히는 록히드 마틴, RTX, 노스롭그루먼 모두 미국 회사입니다. 상위 10위까지 범위를 넓히면 보잉(5위), 제너럴 다이내믹스(6위), L3해리스 테크놀로지(9위) 등까지 더해 미국 국적 회사가 6개에 이릅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정부에 지원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예산이 무조건적인 ‘퍼주기’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인용해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950억달러(약 126조원) 규모의 안보 예산 수정안 중 우크라이나에 배정된 607억달러(약 81조원) 중 64%가 미국 방위산업으로 돌아온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상황 덕분인지 미국 대표 방산주를 모아 구성한 미국 증시 상장 ‘아이셰어즈 미 항공&방산 (iShares US Aerospace & Defense) ETF’의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은 10.01%에 이르렀습니다.
글로벌 안보 불안 국면 속에서 K-방산 기업들에 대한 관심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휴전 상태 분단국인 한국은 미국을 제외하곤 서방 세계에선 상시적으로 재래식 무기와 탄약을 대량 생산 중인 유일한 국가라 봐도 무방하다”면서 “미국과 유럽 방산 업체들에 비해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세일즈에 나서고 있는 만큼 향후 실적 향상에 따른 주가 상승 가능성도 크다”고 평가했죠.
특히,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점은 향후 K-방산 수출엔 숨통을 틔운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지난 2022년 1차 방산 수출 계약을 한 폴란드와 예정된 30조원 규모의 2차 방산 수출 계약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점 때문이죠.
방산업계에선 올해 방산 수출 규모가 200억달러 이상을 기록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옵니다. 전 세계 국방비 증액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성사가 임박한 K-방산 수출 계약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죠.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는 최근 세계 군사력 균형 평가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이 지난해 지출한 국방비가 2조2000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이란 게 IISS의 예측입니다.
호재가 이어지면서 투자적 측면에서 미 방산업체보다 오히려 더 짭짤한 수익을 보장하고 있는 곳은 바로 K-방산 기업들이기도 합니다. 지난 22일 종가 기준 코스피 시장 내 주요 방산주로 꼽히는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풍산, 현대로템 등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각각 78.29%, 45.09%, 26.71%, 22.50%, 18.15% 등에 달했죠. 같은 기간 국내 유일 방산 테마 ETF인 한화자산운용 ‘ARIRANG K방산Fn’ 수익률도 21.31%에 이르렀습니다.
끝나지 않는 전쟁 속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는 ‘제2의 마셜플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논의 역시도 향후 주요 투자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은행은 향후 10년간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650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필요하다는 추산치를 최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대규모 수익 창출을 노린 전 세계의 러브콜도 우크라이나를 향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일 도쿄(東京)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와 함께 ‘일본·우크라이나 경제부흥 추진회의’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아일랜드 건축자재 기업 킹스팬그룹의 킹스코트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2억8000만달러(약 3727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고, 독일의 픽싯은 정부 투자 보증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에 공장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한국 역시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적극 뛰어들 모양새죠. 최근 주요 7개국(G7)이 주축인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협의체 ‘우크라이나 공여자 공조 플랫폼(MDCP)’의 회원국으로 신규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뭉친 민관 합동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대표단(원팀코리아)’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았을 때는 대표단에 참석한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최근 푸틴 대통령이 미국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휴전을 제안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화를 통한 휴전 등을 제안하면서 건설·통신 등 인프라 관련 종목의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다”고 짚었죠.
다만, 재건주에 대해서 만큼은 투자에 분명한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천문학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화하지 않았고 오랜 전쟁에 따른 경제 기반 붕괴, 전후 정치 혼란 가능성 등 위협 요인도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러시아 침공 전부터 우크라이나는 부패가 만연해 있었다”면서 “해외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비즈니스 환경의 투명성 확보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짚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모두 전쟁 이전까지 글로벌 주요 농산물 공급망에서 ‘큰손’을 담당해 온 곳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경우 ‘세계의 빵공장’으로 불릴 만큼 밀, 옥수수 등의 주요 글로벌 수출 기지 역할을 담당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국제 곡물가격은 널뛰기를 해왔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국제 곡물가격지수는 지난 2022년 5월 173.5포인트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 1월 120.1포인트까지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7월만 해도 흑해 항구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식량·비료 운송을 허용하는 ‘흑해 곡물 협정’에 대한 연장을 러시아가 거부하면서 국제 곡물가격 상승 압박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우회 수출 경로 이용과 주요 생산국의 작황 호조 등으로 위기를 잘 넘기고 있는 상황이죠.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인해 글로벌 식량 공급망에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진정 국면에 들어선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최근 나오고 있는 피벗(pivot·금리 인하) 시점 연기 등 ‘신중론’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글로벌 위험 자산 투심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특히 AI 관련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끈끈한(sticky)’ 인플레이션 장기화 현상은 각국 증시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의 전략가 마르코 콜라노빅은 지난 21일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을 웃돈 가운데 현재 상황이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골디락스가 아니라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깝게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골디락스 : 경제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로 인플레이션 리스크 없이 경제 성장 지속
스태그플레이션 : 인플레이션 고공 행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는 침체하는 상황
JP모건이 주목한 점은 스태그플레이션을 부르는 인플레이션 상승이 ‘지정학적 이슈’에 따라 그동안 세 차례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그중에서도 현재 상황은 1970년대와 비슷하다고 봤죠.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지역이 동유럽과 중동, 남중국해로 일치한다는 겁니다.
동유럽 :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1970년대 소련 및 동유럽 공산권과 서방 간의 냉전
중동 :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 간 충돌
남중국해 : 현재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간 갈등, 1970년대 베트남 전쟁
JP모건은 1980년대 말부터 2000년대까지는 세계 경제가 일종의 '평화 배당금'을 누렸다며 현재의 지정학적 리스크들은 일종의 ‘갈등 세금’ 또는 ‘갈등 인플레이션’으로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JP모건은 “주식은 스태그플레이션 체제에서 성장하기 어려운 반면, 채권은 정부와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 수익률이 올라갈 것”이라며 “1970년대와 같이 부정적 순환 고리가 구축된다면 투자자들은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산을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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