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태국과 2연전, 박항서 감독에게 맡기는 건 어떨까[김세훈의 스포츠IN]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오는 3월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 2연전을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르기로 가닥을 잡았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4일 2차 회의를 열고 3월 월드컵 예선 2경기를 맡을 임시 사령탑을 선임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 20일 1차 회의를 마친 뒤 “두 경기만 맡을 임시 감독에 지원할 인사가 있겠냐는 회의적인 의견도 많았다”고 발표한 당초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한국은 3월 태국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2연전(21일 서울·26일 방콕)을 치른다. 한국은 이미 싱가포르를 5-0으로, 중국을 3-0으로 제압해 2연승으로 조 선두다. 한국, 태국, 중국, 싱가포르가 홈앤드어웨이로 6경기씩을 치러 조 2위까지 최종예선에 나간다. 물론 승부는 알 수 없지만, 객관적인 기량으로 보면 한국이 무난하게 조 2위 안에 들어가리라 예상된다. 만일 한국이 태국을 두 차례 모두 이기면, 2경기를 남기고 4승으로 최종 예선 진출권을 확보한다. 1승1패만 챙겨도 최종예선 진출 8부 능선을 넘는다. 임시 감독이 태국과 2연전을 잘 치러준다면, 축구협회는 훨씬 더 면밀하고 신중하게 차기 감독을 선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태국전 바로 다음 A매치는 6월6일 싱가포르 원정, 11일 중국과 홈경기다.
태국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약체다. 그렇다고 한국이 2연승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건 임시 감독이든, 신임 감독이든 마찬가지다. ‘재수’ 끝에 신임 감독을 다시 뽑아야 하는 한국축구로서는 태국전에 최적의 임시 감독을 앉히는 게 현실적으로 중요하다. 전 베트남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은 효과적인 대안 중 하나다.
박 감독은 2017년 10월부터 2023년 1월까지 5년 3개월 동안 베트남 23세 이하, A대표팀을 이끌었다. A대표팀 감독 자격으로 태국과 7차례 맞붙어 1승4무2패를 기록했다. 재임 기간 상대 전적에서는 약간 밀렸지만 그건 베트남 대표팀으로 맞선 결과일 뿐이다. 태국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한국멤버로 맞선다면, 2경기를 모두 잡을 수 있다.
23세 이하 대표팀 황선홍 감독도 임시 감독이 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파리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3세 이하 아시안컵이 4월15일부터 카타르에서 열린다. 한국, 일본, 카타르,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말레이시아, 요르단 등 아시아 강국들이 출전한다. 16개 팀 중 최종 3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 직행 티켓을 확보한다. 황 감독이 A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태국 2연전을 맡은 뒤 다음날 아시안컵에 집중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그렇다고 임시 감독직을 홍명보, 김학범, 김기동 등 K리그 현역 감독에게 맡기는 것 또한 팬들이 이해하기 힘들뿐 아니라 불필요한 잡음과 과도한 억측을 양산할 게 뻔하다.
박항서 감독은 최근 태국대표팀을 가장 잘 알고 최근에 가장 많이 싸워본 지도자다. 태국 현지 사정에서도 밝다. 게다가 아시안컵 졸전과 내부 다툼으로 팬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한국 선수들도 태국과 2연전에 여느 경기보다 훨씬 더 단합하고 집중할 것이다. 북중미 월드컵 감독을 욕심내지 않고 태국과 2연전에만 순수하게 집중할 수 있다면, 박항서 감독이 한국축구가 지금 찾을 수 있는 최고 임시 감독이 아닐까.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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