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증시전망] 한달 뜸들인 밸류업 프로그램, 높아진 기대 충족할까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로 시작해 엔비디아로 끝난 한 주였다. 지난주(19~23일) 코스피지수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미국 뉴욕증시가 흔들리면서 21일 2653.31까지 밀렸다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이후 23일 2667.7로 장을 마쳤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는 16만1400원로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세부 내용 발표를 앞두고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 1배 미만인 저(低)PBR주 인기도 이어졌다. 정부는 이달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란 전망 속에서 보험·증권·은행 등 금융주(株)와 자동차·유틸리티 업종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문제는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이미 올라갔다는 점이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고, 한 달 동안 저PBR주 열풍이 불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KRX 보험 지수 29.5%(448.45포인트), KRX 자동차 지수 23.2%(420.96포인트), KRX 증권 지수 23.1%(142.17포인트), KRX 은행 지수 19.3%(129.28포인트), KRX 유틸리티 지수 14.7%(73.07포인트) 등 저PBR 수혜 업종 주가가 20% 안팎으로 뛴 상태다.
정부도 시장의 기대감을 아는 만큼 고심하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보도자료 배포 시점을 지난 23일에서 이날 오후로 연기했다. 막판까지 정책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 정부의 ‘새로운 자본주의’ 세부안 발표 이후 1년 반가량 (주식시장이) 영향권에 놓였다”며 “우리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일본 정책을 비교하면 정책 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통 정책 발표 기대감에 올랐던 주가가 정작 정책 발표 후 조정을 겪었던 사례를 고려할 때, 저PBR 종목의 오름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 부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이미 (주가가) 급등세를 보인 만큼 세부 내용이 투자자 기대를 크게 웃도는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저PBR 종목들은 당분간 매물 소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실망한 투자자가 많을 경우 저PBR 종목 수요가 한풀 꺾이면서 인공지능(AI) 관련 종목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주요 기업의 AI 기술력을 살펴볼 수 있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도 오는 26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모멘텀(상승 동력) 약화를 고려할 때가 왔다”며 “앞으로 기대되는 다른 정책 모멘텀 중 반도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가가 강세를 보인 방산 종목은 이달 29일 임시국회 본회의 결과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최대 30조원으로 추산되는 폴란드 2차 무기 수출을 위해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수출을 뒷받침할 정책금융 한도가 소진된 상황에서 한국수출입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계약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서다. 오는 4월 열리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일정을 고려해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
이 밖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1월 개인소비지출(PCE) 지표도 같은 날 나온다. PCE가 그동안의 우하향 곡선을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일단 시장에선 1월 PCE가 2.4%를 기록해 작년 12월의 PCE(2.6%)보다 둔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준의 물가 목표치는 2%다.
다만 앞서 나온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아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키웠다.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의 확률표상 한 달 전만 해도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5~7차례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최근엔 3차례 안팎에 그칠 것이란 신중론이 우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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