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치·한·약'에 물었더니 "정원 확대 불가피…국민건강권 우선"

김영봉,조소현, 황지향, 이윤경 2024. 2.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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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놓고 '의·정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약사와 한의사, 치과의사 등 다른 분야의 의료인들은 한목소리로 의대 증원 필요성에 공감했다.

대한약사회 소속 약사 A 씨는 "의사들도 잘한 건 없다. 산부인과, 소아과 등은 의사가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400명씩 증원을 반대했는데 그때 받아들였다면 이 지경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사의 본질은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것인데, 국민건강권은 지키지 않고 너무 돈만 중시하고 이권만 지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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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 현직 의료인들 한목소리
"한꺼번에 2000명 증원은 급진적" 정부 비판도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사와 정부 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약사와 한의사, 치과의사 등 다른 분야의 의료인들은 한목소리로 의대 증원 필요성에 공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휴업 등 집단행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영봉, 조소현, 황지향, 이윤경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놓고 '의·정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약사와 한의사, 치과의사 등 다른 분야의 의료인들은 한목소리로 의대 증원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 과정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의대 증원이 필수의료 붕괴 및 지역 의료 격차 해소의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25일 <더팩트>는 현직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 추진에 따른 의사 집단행동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대체로 난감해하면서도 실명 비공개를 전제로 한 답변에서 의대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한약사회 소속 약사 A 씨는 "의사들도 잘한 건 없다. 산부인과, 소아과 등은 의사가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400명씩 증원을 반대했는데 그때 받아들였다면 이 지경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사의 본질은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것인데, 국민건강권은 지키지 않고 너무 돈만 중시하고 이권만 지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정부에 더 있다. 현재 의대 정원이 3056명인데 2000명 더 늘리는 건 너무 무계획적이고 급진적"이라며 "정부가 의료인력 증원에 대해 방향성을 갖고 설득하지 못했다. 당장 2000명을 증원하면 기본적인 교육자, 시설 등도 따라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B 씨는 "의대 정원을 충원해야 한다"며 "노인도 그렇고, 지방도 그렇고 (의사가 부족하니) 졸업하는 학생을 지방에서 의무적으로 몇 년 일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입장에서 너무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늘리는 것도 문제고, 그렇다고 의사단체에서 의료현장을 방관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며 "절충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의 사직과 병원 이탈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피켓이 설치돼 있다./이새롬 기자

서울 종로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C 씨도 "구체적인 건 몰라도 분명히 의사 증원 필요는 있다고 본다"며 "의료 소외지역이 많다. 대도시에 집중된 의사들한테 자발적으로 가라 해도 안 갈 것이다. 그것을 해소하려면 결국 증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한의사 D 씨 역시 "현실적으로 의사가 부족한 건 사실이란 게 눈에 보인다"면서 "이런 상황을 예견한 당국자들이나 의사단체 쪽에서 미리 대책을 세우고 일을 진행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E 씨도 의대 증원에는 찬성했다. E 씨는 "의사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사 증원은 필요하다"면서 "다만 정부가 인원을 이렇게 한 번에 늘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집단사직 등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의료인은 봉사하는 마음이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집단행동은 반대한다. 사람 생명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의사가 없어 수술과 진료를 받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에 살기 싫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치과의사들도 개별적으로 온도차는 있었지만 의대 증원은 필요하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치과의사 F 씨는 "의사 증원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의사들도 무조건 거부가 아니라 마음을 열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규모, 속도, 방향 등은 의사결정 과정이 중요한데 설득력이 없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의사 증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의사 증원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라며 "의사를 증원해서 피부 미용을 더 늘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요구하는 대로 공공의료를 늘리려고 하는 건지, 고령화에 필요한 노인 케어에 필요한 인력을 보충하려는 건지 등 의사 증원 이후에 로드맵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y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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