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30여년만에 정상 올랐는데...‘정상국가’로 돌아갈 타이밍 잰다니 무슨 일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입력 2024. 2. 2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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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과연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탈피해 금리정상화를 할 수 있을까. 올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모두 금리를 내리는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반대로 금리를 올리는 것에 대한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 다른 나라와 거꾸로 가기를 일본은 물론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올해 임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지난 2년연속 물가상승률 목표치(2%)도 달성했다. 마이너스 금리를 벗어나 금리 정상화를 통해 경제적 ‘정상국가’ 로의 회복을 위한 절호의 타이밍을 잡는 중이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일본 경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부쩍 관심을 받고 있다. 일본 증시는 30여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20년 워런 버핏이 일본의 5대 종합상사 주식을 대량 매수한 것이 더욱 불을 붙였다.

일본 증시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중국에서 탈출한 투자자들이 일본과 인도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금리와 미일 금리차로 인해 과도한 엔저가 지속되고 있어 환차익과 함께 자본차익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부품 소재를 비롯한 첨단 기술분야에서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보여진다.

글로벌 역학관계에서 일본의 입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대결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일본을 아시아에서 중국에 맞설 핵심 파트너로 삼고 있다. 반도체 기술을 지키려는 칩4동맹이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동맹을 겨냥한 쿼드는 모두 일본이 포함되어 있다. 경제적으로나 외교 안보적으로 일본의 역할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외 여건은 어느 때보다 일본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일본이 자발적으로 선택했든지, 아니면 미국과 서방 선진국들이 일본에 손을 내밀었든지 따질 필요가 없다. 2차대전 이후 고도성장 신화를 쓰면서 80년대 초호황을 맞이했으나 플라자 합의와 버블경제 붕괴로 잃어버린 30년의 긴 터널 속을 지나왔다. 미국이 플라자 합의를 압박해 엔화 가치를 급격하게 높였고, 결과적으로 세계 2위 경제대국의 꿈은 멈춰버렸다.

2010년대 들어 3가지 화살을 쏜 아베노믹스, 마이너스 금리와 수익률곡선 통제정책(YCC)이라는 양적 질적완화 등 비전통적인 초완화정책을 쓰고, 갖가지 재정정책을 폈으나 디플레이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번에 예기치 않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대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위기가 중첩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일본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항하는 중요한 입지를 갖게 되었고, 그 틀 속에서 일본은 새로운 부활의 계기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도 30년 동안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물가목표 2%라는 꿈의 숫자를 2년연속 달성하게 되었다. 2022년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를 기록했고, 2023년에는 3.1%까지 올랐다. 3%대 물가는 1982년 이후 41년 만에 처음 보는 수치다. 원자재값과 에너지, 식품가격 상승이 주도했고 엔저에 따른 수입 물가도 끌어올렸다. 물가 측면에서 오랜 숙원이 해결되었고 여건이 상당히 무르익었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 등과 따로 가는 방식으로 초완화정책을 지속해왔다. 미국등 선진국들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2022년 초부터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대응했다. 미국은 5.5%까지, 유럽중앙은행은 4.5%까지 금리를 끌어올렸다.

이 기간동안 일본은 마이너스 0.10% 정책금리를 꿋꿋하게 지켰다. 수익률 통제정책(YCC)에 일부 미세조정을 했을 뿐이다. 10년 일본 국채 수익률 기준을 0.50%에서 1.0%까지 허용했다. 일본 국채 중에서 일부는 시장에 풀린 물량 거의 대부분을 일본은행이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큰 부담을 안았다. 국채발행과 이자 지급에 들어가는 예산 규모 역시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제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피해 플러스 금리로 정상화하게 되면 일본은 다시 정상적인 통화정책을 펴는 ‘정상 국가’로 돌아오게 된다. 국내외 여건도 호전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 ‘금리 정상화’를 하기에 유리한 시점이다.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일본은 마치 마라톤으로 치면 완주를 1km앞둔 주자처럼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금리 정상화는 가야 할 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결행하기는 쉽지 않다. 만일 금리 인상으로 ‘대전환’을 했으나 국내외 여건이 급변하게 되어 다시 마이너스 금리로 되돌아가는 것은 어려워진다. 경제주체들의 불신을 넘어 현실적으로 통화정책이 뒤죽박죽 되어버리게 된다.

금리 정상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퍼즐을 푸는 것은 물가 2% 굳히기에 달려있다.

올해 연초부터 일본 정부와 경제단체가 나서서 인상률 4%를 제시하면서 임금인상을 독려하고 있다. 2023년 춘투에서 임금인상률은 3.58%였고 올해에는 3.85%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높은 인상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미 이토츄상사와 아사히맥주 등이 6%, 제일생명과 요코하마은행 등이 7%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1월 말부터 협상을 시작해서 7월초 종료된다. 이번 춘투 결과에 따라 일본은행은 물가 상승이 안정화될지를 가늠하게 된다.

임금-물가상승 악순환(Wage Price Spiral)은 임금이 오르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더욱 반복되는 경향을 말한다. 대체로 각 나라가 정책을 펼 때 임금-물가상승 악순환은 회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일본에서는 이를 악순환이 아니라 ‘선순환’으로 학수고대하는 입장이다. 공포스러울 정도로 지속돼온 악몽을 벗어나려면 물가 2%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에서 제로금리 또는 플러스 금리로 정상화하는 시점을 언제로 잡을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이 통화정책을 ‘대전환’하게 된다면 글로벌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주목된다.

일본은행이 타이밍을 잡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금리인상을 중단하고, 잠시 관망하고 있는 국면이다. 미 연준을 중심으로 어느 시점이든지 금리인하로 돌아서게 된다면 일본은 자칫 타이밍을 잃어버릴 수 있다.

얼마전 일본은행의 한 정책심의위원이 이같은 여건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그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면 해외 중앙은행의 정책변화로 인해서 통화정책을 수정할 유연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올해 중에 3차례 금리인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당초 시장이 기대했던 3월은 아니라고 밝혔다. 만일 미국의 금리인하가 6월 이후로 늦어진다면 일본은 시간을 벌게 된다. 더구나 경제지표들이 발표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면 정상화 시기를 놓쳐버릴 수도 있다. 데이터 해석을 두고 우왕좌왕 하다가 호기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르면 3월, 늦어도 상반기 내에 일본은행이 ‘금리 정상화’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변수가 있지만 물가 2% 굳히기가 3년째 진행되고 있고,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어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앞으로 나올 여러가지 경제지표와 데이터가 바탕에 깔리고, 무엇보다도 일본의 의지와 자신감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웃나라인 일본이 ‘정상국가’가 된다면 ‘새로운 일본’으로 부활하게 된다. 30년의 악몽에서 벗어난 일본 경제는 미국의 지원과 협력, 그리고 부품 소재 분야의 강점과 일본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오랫동안 축적한 해외자산과 글로벌 진출 경험으로 다시 ‘재무장한 경제대국’의 길로 들어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통화정책 정상화와 새로운 역학관계 속에서 입지를 강화한 일본은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경제 외교의 틀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상호 이익이 되는 쪽으로 움직여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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