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와 함께 미국이라니…복 받았다" 페디가 '리스펙트'한 그 남자, 이제 이정후의 입으로

신원철 기자 2024. 2. 2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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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프란시스코 한국어 통역 한동희 씨는 NC 다이노스에서 만난 에릭 페디와 인연으로 올해 이정후를 맡게 됐다. ⓒ 신원철 기자
▲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스포티비뉴스=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 신원철 기자]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존경심을 표한 통역가가 이제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입을 대신한다. 페디와 인연으로 NC 다이노스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직장을 옮기게 된 한동희 씨는 "영광이다. 내가 복 받았다"고 밝은 얼굴로 말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의 시범경기 일정을 하루 앞둔 23일(한국시간) "오늘은 미팅이 많다. 시범경기 전날이라 그런지 단장님, 사장님과 미팅이 잡혀있다"고 얘기했다. 샌프란시스코 클럽하우스는 보통 오전(훈련 전)과 오후(훈련 후) 두 차례 공개되는데, 이날은 오후 인터뷰가 어려울 만큼 약속이 많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사람이 바로 통역, 한동희 씨다.

한동희 씨는 NC에서 외국인 선수 통역을 맡아 야구계 일을 시작했다. 이정후의 통역이기 전에 '페디가 리스펙트한' 통역으로 먼저 알려졌다. 페디는 지난해 KBO MVP 시상식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 귀국 후 잠시 한국에 돌아왔다. 이때 MVP 수상 후 한동희 씨를 향해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렇게 맺은 인연이 미국으로 이어졌다. 페디가 보라스코퍼레이션 측에 이정후의 통역으로 한동희 씨를 추천했다.

▲ 이정후의 통역을 맡고 있는 한동희 씨. ⓒ 신원철 기자

23일 만난 한동희 씨는 "영광이다. 내가 복 받았다"며 "열심히 하려고 하다 보면 탈이 나기도 하고, 안 하던 행동을 하다가 실수를 할 수도 있지 않나. 최대한 이정후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조금 더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한국에서보다 더 진중해지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한국과 미국의 구단 문화가 다를 수 있지만 적응이 어렵지는 않았다고. 그는 "다른 점은 있지만 그래도 야구는 야구더라. NC에서 했던 경험이 있으니 야구단 안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배웠다. 그점은 비슷한 것 같다. 차이가 있다면 출근했을 때 (NC에서는)다 한국 사람이고, (샌프란시스코에서는)출근했을 때 다 미국 사람이고. 그런 차이는 있다"며 웃었다.

페디가 한동희 씨에게 존경심을 드러낸 것처럼, 한동희 씨 역시 페디에게 배운 것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겸손한 태도는 페디에게 배웠다. 페디가 KBO에서는 워낙, 마산에서 슈퍼스타였으니까. 그런 페디가 행동하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다. 굉장히 겸손한 선수다. 나도 지나치게 나서면 안되겠구나 하는 것들을 많이 배웠다"며 "지금도 인터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 왼쪽부터 페디 아버지 스캇 페디, NC 임선남 단장, 에릭 페디, 한동희 통역 ⓒ곽혜미 기자

한동희 씨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미국과 캐나다에서 나왔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한국에서 졸업했지만 영어 공부를 놓지 않았다. 그는 "영어 과외를 굉장히 오래 했다"며 "그렇게 영어를 놓지 않았고, 대학교 졸업한 뒤에는 계속 영어와 관련된 일을 했다. 외국계 기업도 다녔고 배구단 통역도 했다. 그게 스포츠 관련된 첫 직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야구를 전문으로 하는 직업은 NC 통역이 처음이었다. 그래도 능숙한 통역으로 페디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동희 씨는 "오히려 미국 사람들보다는 스페니시를 쓰는 선수들의 억양이 강해서 어려웠다. 그래도 지금 지내는 데 어려운 점은 없다. 금방 적응할 것 같고, 그리고 이정후도 영어를 좋아한다. 듣기는 잘 된다"고 말했다.

페디 덕분에 미국에 취업하게 됐는데, 슈퍼스타 이정후 곁을 지키느라 만날 시간이 없지는 않았을까. 한동희 씨는 여전히 페디와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했다. 그는 "사실 페디가 나에게 인사하는 장면은 못 봤다. 행사 다 끝나고 영상에서 하는 걸 봤다"며 "애리조나에서도 페디와 자주 연락하고 있다. 집에도 다녀왔다"고 했다.

페디의 소속팀 화이트삭스도 미국 애리조나에 스프링트레이닝 시설을 마련했다. 샌프란시스코와 화이트삭스는 다음 달 11일과 17일 시범경기를 치른다. 이정후와 페디의 맞대결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 샌프란시스코 스프링트레이닝 시설에서 훈련하는 이정후. ⓒ 연합뉴스
▲ 에릭 페디의 KBO리그 마지막 등판은 kt와 플레이오프 1차전이었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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