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확 바뀐 한반도정세…푸틴, 김정은에 밸런타인데이 선물?
<출연: 이치동 연합뉴스 기자>
[앵커]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를 정리해 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국제, 외교·안보 분야 담당하는 이치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번 주 주요 사안부터 소개해주실까요.
[기자]
오늘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만 2년이 되는 날입니다. 한반도와 주변 국가 간 역학 구도도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오늘 다룰 내용 정리하고, 조금 더 짚어보겠습니다.
북한이 지난 2년간, 우크라이나 전쟁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한 대가로 얻은 정치. 경제. 외교적 이득이 적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에게 최고급 승용차를 선물했습니다.
브로맨스(우정에 가까운 사랑)의 증표인 '밸런타인데이' 선물일 수도 있고, 미사일 조공에 대한 하사품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7월 14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하기로 했습니다.
통일부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대북지원부'냐는 질타를 받은 이후 구조조정 중입니다.
[앵커]
오늘 저희가 현지 리포트로 살펴봤듯이, 우크라이나가 초반에는 선전하다가 최근에는 고전하는 거 같습니다.
[기자]
역시, 작년 6월부터 소위 대반격 작전을 펼쳤는데, 사실상 실패로 끝난 게 가장 뼈아픈 부분입니다.
되레 작년 말부터 다시 러시아가 공격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의 추가 지원 예산안이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 통과가 안 되면서, 무기가 부족한 우크라이나가 확연히 열세에 놓인 거로 보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 중엔 장수를 바꾸지 말라는 격언을 깨고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을 경질했고, 지난주엔 동부전선 전략 요충지, 주요 군수 보급로인 아우디이우카를 내줬습니다.
러시아군은 기세를 몰아 서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우크라이나로서는 답답한 상황인데요.
러시아에는 아무래도 북한이 제공한 포탄과 미사일이 큰 힘이 됐을 거 같은데요.
[기자]
한국국방연구원의 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양측 다 포탄, 미사일, 무인기 활용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가자지구나 한반도에 비해 워낙 땅이 넓고, 전선이 1,000킬로미터나 됩니다.
우크라이나 면적이 남한의 6배 정도 크니까요.
도심 시가전보다는 주로 공습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대량으로 포탄과 미사일을 제공한 건 여러 정황상 사실로 보입니다.
이제는 북한 탄도미사일 종류까지 특정해서 나오는 상황입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수거한 잔해에서 한글 문양도 발견됐고, 고체연료 화성-11호 등 KN 계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게 우크라이나 당국의 설명입니다.
정확도 문제 때문에, 주거지에 떨어지는 비율이 높아서 민간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요즘 이란까지 러시아에 탄도 미사일을 보낸다는 얘기도 있어서 백악관이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북한이 간접적으로 참전 중인 셈이라는 건데요.
작년 9월 김정은과 푸틴의 정상회담이 결정적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죠.
우크라이나 전황과 북러 관계 일련의 흐름이 맞물려있습니다.
러시아가 작년 5월에 바흐무트라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를 점령할 때까지는 거침없었죠.
말씀드린 대로, 작년 초여름 당시엔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무기를 잔뜩 지원받고 대반격에 나섰고요.
러시아는 속전속결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포탄 재고가 줄던 차에 7월 말 평양에서 정전 기념일 행사가 열립니다.
여기에 쇼이구 국방장관이 참석해 김정은을 만났고요.
직후에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본격화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9월에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과 푸틴이 만납니다.
모스크바가 아니고, 푸틴이 극동지역 우주기지까지 가서 김정은을 맞이한 겁니다.
배려해준 거죠.
이후 북한이 군수 공장을 풀로 가동해 포탄을 찍어내고 있고, 상당히 많은 양의 물자가 러시아에 전달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앵커]
이처럼 북한이 러시아에 큰 도움을 줬는데, 공짜는 없잖아요.
김정은 정권도 전쟁 특수를 누리지 않았습니까.
[기자]
푸틴엔 군사적으로 북한의 지원이 가뭄에 단비였고, 김정은에게도 정치. 경제. 대외 관계 측면에서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봐야겠죠.
당시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에 리더십이 적잖은 타격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코로나 국경 봉쇄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주민 불만도 큰 데다, 북·중 관계는 예전 같지 않고, 미국과 한국에선 정권 교체가 이뤄져서 기댈 데도 없어졌죠.
우크라이나 전쟁이 평소 자신을 거들떠보지 않던 푸틴과 손잡을 기회를 준 겁니다.
또한, 고립을 탈피하고 여러 국내외 어려움을 돌파하는 계기가 됐고요.
무기 지원 대가로 식량과 원유 등 에너지 지원을 받았고, 첨단 무기 개발에도 러시아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한국도 방산 측면에서 어느 정도 특수를 누리긴 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 지원은 하지 않지만, 미국이나 유럽이 포탄과 탄약을 보내면, 빈자리를 우리 물자로 채웠거든요.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의 무기 구매 수요도 늘어 계약도 제법 많이 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특히 유럽 쪽이 군비 축소를 제법 해서, 남북한만큼 실전 무기를 쌓아놓고, 신속한 생산 능력을 갖춘 데가 별로 없습니다.
[앵커]
이 와중에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에게 최고급 승용차 선물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기자]
18일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직접 수령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가 20일에 보도했죠.
크렘린궁이 곧바로 러시아산 아우루스 세낫이라는 방탄차를 선물했다고 확인했습니다.
김정은이 9월 정상회담 때 푸틴이 타고 온 차를 둘러보고 앉아보기도 했는데, 좋아해서 하나 줬다는 건데요.
완벽한 방탄에 차 밑에서 어지간한 폭탄이 터져도 끄떡없다고 합니다.
가격은 옵션별로 5억에서 11억 원 정도고요.
러시아가 승인한 대북 제재 결의안에 따르면, 북한 정권 인사를 위한 사치품 반입은 물론, 운송 수단 이전은 불법입니다.
들어보시죠.
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 즈음에, 대표적인 반푸틴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의문사로 애도의 물결과 반러 정서가 팽배한 와중에 독재자 간 고급차 외교에 대해 조롱 조로 반응을 낸 겁니다.
[앵커]
작년 9월에 만났을 때 그 차량을 마음에 들어 해서 선물했다는 건데, 반년이 다 돼 가는데요.
이제야 준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김정은 생일이 1월 8일이라 생일 선물도 아닐 테고요.
주문 제작으로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습니다.
데일리 비스트라는 제법 알려진 미국 타블로이드지가 뽑은 제목이 흥미로웠는데요.
밸런타인 주간에 김정은에게 감동적인 선물을 줬다는 기발한 제목으로 기사를 냈습니다.
김정은의 벤츠 사랑과 고급차 수집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럭셔리 브랜드 메르세데스 마이바흐와 SUV를 타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죠.
푸틴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전황이 좋아졌으니, 고마움의 표시로 하사품을 줬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방북을 애타게 기다리는 거 아는데, 다음 달 대선 때문에 못 가니 차를 먼저 보낸다 뭐 이런 걸 수도 있고요.
양측이 공히 공식 발표를 한 걸 보면, 최고급 차량을 매개로 밀착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는 분명하죠.
6.25 전쟁 전에도 스탈린이 김일성에게 최고급 자동차를 선물해서 그게 묘향산에 있는 국제친선 박물관에 있다고 합니다.
푸틴의 지시로 1700억 원을 들여서 2018년부터 방탄차를 생산하는데, 중동과 중국 등에 팔려고 한다는데요.
대북 제재를 공개적으로 무시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건 신경 안 쓰는 부분이고, 어쨌든 이번에 적잖은 광고. 마케팅 효과를 본 거 같습니다.
[앵커]
국내 소식도 알아볼까요.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7월 14일로 정해졌다고요?
[기자]
7월 14일로 한 이유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날이거든요.
이 법이 1997년에 시행됐는데, 당시 연간 50명가량의 탈북민이 들어와서 총 840명 정도였는데, 현재는 3만 4천 명에 달합니다.
통일부는 법 취지에 따라 탈북민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정착 지원을 통한 남북 주민 간 통합을 가속한다는 계획입니다.
대통령 직속으로 국민통합위원회라고 있습니다.
김한길 전 의원이 이끄는. 이번에 여기서 탈북민 포용 정책 등을 발굴하는 '북배경 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그간 탈북민, 북한이탈주민, 새터민 이런 용어를 썼는데, 변화한 시대상을 담아서 북배경 주민이라는 말을 썼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김정은 정권이 동족. 통일과 같은 개념 지우기에 나섰는데요.
현 정부 들어서 우리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에도 변화가 있는 거로 보입니다.
[기자]
이제 남북한 통틀어서 명칭에 통일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부처는 통일부가 유일할 텐데요.
북한이 심지어 전철역 이름도 '통일역'에서 통일을 빼고, 역으로 표기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한반도 전체를 뜻하는 '삼천리'라는 단어를 북한판 애국가에서 빼버린 것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이보다 앞서 우리 통일부의 체질 개선이 먼저 시작됐는데요.
작년 7월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가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는 달라질 때가 됐다"고 언급하면서, 구조조정이 본격화했습니다.
통일부 내 부서명에서 '교류''협력' 이런 것이 다 빠졌는데요.
교류협력국, 남북회담본부 등을 '남북관계관리단'으로 통폐합했습니다.
남북교류협력법이 시행된 지 3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부처 정원도 총 617명에서 536명으로 줄었습니다.
80명 정도 감소죠.
몇몇은 다른 부처로 가고, 일부는 교육 형식으로 자리를 비웠다고 합니다.
학자 출신 김영호 장관은 올해 통일부의 목표를 북한 실상 알리기로 정했습니다.
북한이 우리 국민을 분열시키는 대남 심리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대응의 핵심은 북한에 대해 정확히 알고, 또 제대로 알리는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무엇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이 얼른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전쟁 결과에 따라 한반도와 세계정세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겁니다.
먼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이지만,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입니다.
오늘 한반도 브리핑 여기서 마칩니다.
이치동 기자 잘 들었습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푸틴 #김정은 #방탄차 #탈북민 #통일부 #North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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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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