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KKK 탈삼진쇼' 19살 신인왕 기대주, 심상치 않다…"내 공 통하는지 궁금해서"

김민경 기자 2024. 2. 2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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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김택연 ⓒ 두산 베어스
▲ 소프트뱅크 호크스 2군과 경기에 나선 김택연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내 공이 통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속구 위주로 투구를 했다. 결과가 좋아 만족스럽다."

두산 베어스 신인 투수 김택연(19)이 또 한번 깜짝 놀랄만한 투구를 펼쳤다.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 2군을 상대로도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지며 사령탑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최고 구속 149㎞에 이르는 직구 위주로 윽박지르면서 커브와 슬라이더를 한번씩 섞어 완벽투를 펼쳤다.

김택연은 24일 일본 미야자키 이키메구장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2군과 연습경기에 9-1로 앞선 9회말 마무리투수로 나섰다. 타선이 이날 장단 12안타를 몰아치며 8점차로 넉넉히 거리를 벌려둔 덕분에 김택연은 승패 부담없이 자기 공을 시험할 수 있었다. 1이닝 동안 3타자를 상대하면서 무피안타 무4사구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면서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김택연은 지난 17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야구장에서 펼친 청백전에서도 놀라운 투구로 눈길을 끌었다. 9회 등판해 4타자를 상대하면서 1이닝 14구 무피안타 무4사구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3루수 실책이 나오는 바람에 한 타자를 더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깔끔하게 경기를 끝내는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면서 19살 신인답지 않은 배짱은 이미 충분히 증명한 상태였다.

5개월 공백이 무색한 2차례 실전이었다. 김택연은 인천고 3학년이던 지난해 9월 대만에서 열린 U-18 야구월드컵에서 5연투를 하면서 247구를 던지는 바람에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섰다. 두산은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김택연을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하자마자 투구 금지령을 내렸고, 1월 말에야 하프 피칭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줬다. 김택연은 시드니 1차 캠프 첫 불펜 피칭 때는 영점이 흔들릴 정도로 투구 감각이 떨어져 있었는데, 캠프를 진행하면서 빠르게 자기 페이스를 되찾았다. 그리고 청백전과 연습경기 2경기를 통틀어 2이닝 동안 7타자를 상대하면서 삼진 5개를 뺏는 저력을 보여줬다.

김택연은 경기 뒤 구단을 통해 "두산 유니폼을 입고 첫 연습 경기였다. 마운드 위에서 도망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나를 믿고 자신있는 투구를 하고 싶었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않고 그동안 해왔던 걸 이어 가는 데만 초점을 맞췄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내 공이 통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속구 위주의 투구를 했는데 결과가 좋아 만족스럽다. 비공식 첫 경기였기 때문에 들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성실히 준비해 시즌 시작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 하이파이브하는 김택연 ⓒ 두산 베어스

김택연은 올해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좌완 신인 황준서(19)와 함께 신인왕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두 선수는 똑같이 계약금 3억5000만원으로 올해 신인 최고 대우를 받았다. 구단이 두 선수를 키우려는 방향은 다르다. 김택연은 마무리투수, 황준서는 선발투수를 목표로 달린다. 두 선수 모두 올해 빼어난 활약을 펼치면 선발투수인 황준서에게 표심이 더 쏠리겠지만, 김택연이 불펜에서 배짱 두둑한 투구를 이어 간다면 충분히 견줄 수 있다. 두산은 2022년 투수 정철원 이후 2년 만에, 한화는 2023년 투수 문동주에 이어 2년 연속 신인왕 배출을 노린다.

두산은 김택연을 즉시전력감으로 평가한다. 그렇기에 투구 금지령까지 내리면서 철저히 관리해줬다. 두산 관계자는 "김택연은 90구 넘게 던져도 구속이 151㎞까지 나오는 선수다. (U-18 야구월드컵에서) 그렇게 연투를 하고 마지막 경기에 완봉하는 거 보면 체력이 좋다는 건 알 수 있지 않나. 또 19살 신인치고는 자신감이 정말 대단하다. 물론 프로 무대에서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서 적응 여부가 갈리겠지만, 첫 단추만 잘 끼우면 앞으로 쭉쭉 나아가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택연은 연습 경기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관계자의 말처럼 개막부터 빛날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김택연은 이달 초 KBO가 발표한 '팀 코리아'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번 대표팀은 다음 달 17일과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와 평가전에 나선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메이저리그와 야구 세계화의 일환으로 올해 샌디에이고와 다저스의 시즌 개막전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르기로 했다. 팀 코리아는 샌디에이고와 다저스가 '서울 시리즈'를 치르기 전에 시범경기 개념으로 몸을 풀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해 소집됐다. 팀 코리아 외에도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가 스파링 상대로 선정됐다.

팀 코리아 예비 명단에는 투수 19명, 포수 3명, 내야수 8명, 외야수 5명 등 모두 35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과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준우승을 이끈 대표팀 세대교체의 주역들이 대부분 다시 팀 코리아에 합류했다. 예비 명단인 만큼 파격적인 선택도 있었는데, 아직 프로에도 데뷔하지 않은 신인 김택연과 황준서가 그랬다. 최종 명단까지 포함될지는 알 수 없으나 예비 명단에 든 것만으로도 두 선수는 이미 대표팀에서도 주목할 잠재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면 김택연도 류중일 대표팀 감독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하다.

김택연은 지명 때부터 호평을 듣는 것과 관련해 "나도 이렇게 나와 관련된 좋은 기사가 계속 나올 줄은 몰랐다. 데뷔도 하지 않았는데 많이 응원해 주시고, 기대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 기대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이 기대가 너무 커지니까 이만큼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씩 드는데,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김택연은 이 관심을 부담으로 느끼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가면서 조금씩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두산은 이날 정수빈(중견수)-헨리 라모스(우익수)-허경민(3루수)-양석환(지명타자)-강승호(2루수)-김민혁(1루수)-김대한(좌익수)-장승현(포수)-이유찬(유격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려 소프트뱅크 2군을 상대했다.

김민혁이 홈런 포함 4타수 4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공격을 이끌었고, 7회 교체 출전한 포수 김기연도 솔로포를 날리며 2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주전 유격수가 유력한 박준영은 5회 교체 출전해 2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베테랑 정수빈은 2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하면서 올해도 리드오프로 기대감을 높였다.

▲ 김민혁 ⓒ 두산 베어스
▲ 김기연 ⓒ 두산 베어스

투수는 최원준(2이닝 1실점)-김민규(1이닝)-박신지(1이닝)-최준호(1이닝)-최종인(1이닝)-박소준(1이닝)-박정수(1이닝)-김택연(1이닝)이 이어 던지면서 소프트뱅크 2군 타선을 꽁꽁 묶었다. 선발 최원준은 9타자를 상대하면서 2피안타, 3탈삼진 1볼넷을 기록했다. 직구 구속은 최고 141㎞까지 나왔고, 커브, 슬라이더에 겨우내 조웅천 투수코치와 함께 연마한 체인지업을 점검하는 데 무게를 뒀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스프링캠프 첫 연습경기였는데 투수, 야수 구분 없이 모두가 좋은 모습 보여줬다. 우리 선수들이 지난가을부터 1차 시드니 캠프까지 치열하게 준비한 것을 증명한 경기였다. 결과보다 과정과 내용이 더 만족스럽다. 선발 최원준부터 마지막에 등판한 김택연까지 투수들 모두 고른 활약을 했다. 야수들 가운데는 좋은 스윙으로 홈런을 기록한 김민혁과 김기연을 칭찬하고 싶다"고 총평했다.

선발투수 최원준은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준비한 대로 잘되고 있는 느낌이다. 오늘(24일)은 시드니에서 중점적으로 연습한 것을 실험하는 기회로 삼았다. 체인지업으로 헛스윙과 범타를 유도한 점이 만족스럽다. 일본에서 타자들을 상대하며 확실히 정립한 뒤 시범경기부터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김민혁은 "첫 경기부터 결과가 좋아 만족스럽다. 호주 시드니 캠프에서부터 감독님께서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두는 것을 강조하셨다. '헛스윙이나 삼진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라'고 말씀해 주시면서 확실히 부담이 덜해진 것 같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지금 좋은 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 많이 훈련할 계획"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 최원준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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