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화 “최근 10여년간 중국을 이렇게 괴롭힌 팀 없었다”
한국 남자 탁구는 24일 부산 세계탁구선수권 준결승전에서 난공불락이었던 중국에 두 게임을 따내며 선전을 펼쳤으나 2대3으로 석패했다. 장우진(29·남자 단식 세계랭킹 14위)이 랭킹 2위 왕추친(24)을 잡아냈고, 이상수(34·27위)는 탁구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로 꼽히는 레전드 마룽(36·3위)을 물리쳤다.
비록 랭킹 1위 판전둥(27)에게 두 판을 내주고, 마지막 5단식에서 임종훈(27·18위)이 왕추친에게 패하면서 결승 진출엔 실패했으나 ‘최강’ 중국의 간담을 서늘케 한 명승부였다. 한국은 준결승 이전까지 한 게임도 내주지 않으며 순항하던 중국을 맞아 두 게임을 따내며 선전하면서 다가올 파리 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한국 탁구는 국내에서 열린 첫 세계선수권인 이번 대회에서 남자가 동메달, 여자는 8강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탁구 레전드인 현정화 대회 조직위 집행위원장은 “최근 10여년 동안 중국을 상대로 오늘 한국처럼 이렇게 익사이팅한 경기를 보여준 팀이 있었나 싶다”며 “그래도 어쨌든 벽을 넘지 못했다. 중국을 이기려면 ‘혼을 갈아서 넣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 대회 조직위원장(대한탁구협회 회장)은 “2001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동메달)에서 김택수(현 조직위 사무총장)를 중심으로 중국을 몰아붙인 이후 처음으로 중국이 쩔쩔맨 경기가 나온 것 같다”면서도 “한국 선수들이 그렇게 잘하는데도 흔들리지 않는 중국을 보며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빈 틈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 틈을 더 파고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세혁 남자 대표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수들이 컨디션이 좋았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며 “하나의 팀으로 똘똘 뭉쳐 좋은 경기를 했는데 마지막에 상대를 좀 더 몰아붙이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2012년 코리아오픈 이후 12년 만에 마룽을 물리친 베테랑 이상수는 “마룽은 늘 똑같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경기 양상이 달라진 것 같다”며 “제 커리어를 통틀어 2~3번째였던 경기이지 않을까. 좋은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이상수는 이번 대회 단체전 동메달로 세계선수권 통산 7번째 동메달을 따냈다. 그가 세계선수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지금의 아내인 박영숙과 2013년 파리 대회 혼합복식에서 획득한 은메달. 이상수는 “아내가 자녀들을 돌보느라 고생이 많다. 아내가 없었다면 오늘 동메달도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왕추친에게 1승5패로 밀려있던 장우진도 이날 1단식에서 왕추친을 잡으며 포효했다. 장우진은 “한동안 한국 탁구는 중국에 쉽게 진다, 이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런 인식을 조금은 깬 것 같다”며 “그동안 왕추친에게 많이 패하긴 했지만, 쉽게 진 경기는 별로 없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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