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살아도 내 맘대로”…뉴욕 ‘자유 부엉이’ 죽자 추모 열기
사망 소식에 뉴요커들 “마음 아프다”
“플라코는 새장에 갇혀 핍박받았으나 자유를 갈망해 탈출했고 도시를 비행하며 살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름다운 삶이었습니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동물원에서 탈출한 후 1년여간 도심에 살며 뉴요커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수리부엉이 ‘플라코(Flaco)’가 세상을 떠났다. 위의 글은 뉴요커들이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쏟아내는 추모사 중 하나다. AP는 24일 도시를 자유롭게 비행하며 살아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플라코가 전날 맨해튼에서 숨져 많은 뉴요커가 슬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야생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플라코는 뉴욕시 센트럴파크 서쪽인 웨스트 89번가의 건물에 부딪힌 후 땅에 떨어진 채 발견됐다. 협회에 따르면 건물 거주자들이 구조 단체인 야생조류기금에 연락해 단체가 즉시 플라코를 데려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떴다. 사체는 브롱크스 동물원으로 옮겨졌고,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할 예정이다.
수컷인 플라코는 2010년 3월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조류 보호 구역에서 태어나 한 살 때 센트럴파크 동물원에 입주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2일 찢긴 보호망 사이로 탈출했다. 새장에 길들여져 모이를 받아먹고 자라던 플라코가 사람도 맨몸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뉴욕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탈출한 플라코는 예상을 깨고 행복한 삶을 누렸다. 뉴욕의 건물 꼭대기, 주택 창가 등에 앉아 깃털을 멋지게 휘날리는 플라코의 모습은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져 뉴요커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플라코는 주택 창가에 앉아 건물 안을 몇 시간 동안 빤히 쳐다보거나 높은 건물 위에서 울음소리를 내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야생 수리부엉이의 평균 수명은 20살이지만, 동물원에서 사육당하는 수리부엉이의 경우 40살까지도 산다고 한다. 플라코는 사육당하는 장수(長壽)보다는 자유로운 위험을 선택했다. 뉴욕 시 당국의 골칫거리인 수많은 쥐는 플라코의 먹잇감이 되어주었다. 인기 많은 한국 에버랜드의 판다 ‘푸바오’처럼, 플라코는 뉴요커들의 소셜미디어에 끊이지 않고 올라오는 최고 인기 동물에 올랐다.
하지만 우려도 커졌다. 쥐약을 먹은 쥐나 독이 든 음식, 난폭 운전을 일삼는 도시의 자동차, 촘촘하고 높은 건물 등 뉴욕은 야생 동물에게 위협이 되는 요소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동물원 측은 플라코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가짜 부엉이 소리를 동원하고 모이로도 유인해봤지만 플라코는 다시 우리에 갇히기를 거부했다. 동물원 측은 결국 플라코 포획을 포기했다.
뉴욕의 하늘을 비행하며 살던 플라코는 하지만 높은 건물에 충돌해 세상을 뜸으로써 결국 자유의 대가를 치렀다. 뉴욕타임스는 “플라코는 거의 평생을 붙잡혀 살았어도 언젠가는 홀로 자유롭게 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뉴욕과 전 세계를 사로잡은, 불 같은 눈동자를 가진 이 거대한 새의 불가능해 보였던 모험은 이렇게 끝이 났다”고 전했다. 뉴욕포스트는 “자유롭게 비행했던 영광스러운 한 해 끝에 찾아온 고통스러운 죽음”이라고 했다.
소셜미디어에도 추모가 줄을 잇고 있다. 플라코가 자신의 집 창문 밖을 방문한 모습을 촬영해 인터넷에 공유했던 미국 작가 낸 나이튼은 “정말 가슴이 아프다. 자유를 최대한 만끽하던 아름답고 고귀한 새”라고 했다. 야생동물 사진작가인 데이비드 레이는 “(플라코와 함께한 시간이) 마법 같았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지만 그에 대한 모든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도시에서 새들이 충돌로 사망하는 데 대해서도 거듭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환경 보호 단체에 따르면 뉴욕시에서만 매년 새 100만 마리가 건물에 부딪혀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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