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보고 싶던 SF 팬들 어쩌나"…美도 1505억 귀한몸 '출전 지연' 아쉽다

김민경 기자 2024. 2. 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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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프란시스코 스프링트레이닝 시설에서 훈련하는 이정후. ⓒ 연합뉴스
▲ 이정후의 개막전 리드오프 투입을 공언한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리드오프 이정후(26)를 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팬들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가 올겨울 스토브리그에서 영입한 '거물' 이정후가 시범경기 개막전에 나서지 못한다. 샌프란시스코는 25일(한국시간) 홈구장인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시카고 컵스와 시범경기 개막전을 앞두고 발표한 선발 라인업에서 이정후의 이름을 제외했다. 경미한 부상 탓이다. 이정후는 최근 옆구리 근육이 당기는 증상이 있어 타격 훈련 때도 공만 지켜보고 배트는 휘두르지 않고 있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이정후에게 조금 더 휴식을 취하라고 당부했다.

멜빈 감독은 24일 미국 현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정후가) 옆구리에 약간 통증이 있다. 지금은 스프링캠프다. 상태가 더 나빠지기 바라지 않는다. 이정후는 오늘(24일) 티배팅을 한다. 요즘 며칠 동안 상태를 지켜봤다. 오늘 티배팅에 들어갈 거고, 하루 이틀 뒤에는 라인업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키움 히어로즈 시절 이정후의 홈경기에 단장을 직접 보낼 정도로 큰 관심을 표했고,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05억원) 대형 계약을 안기며 KBO 역대 최고 타자 대우를 해줬다. 이정후는 아시아 출신 야수로는 처음 1억 달러를 넘기면서 역대 최고액을 찍었다. 멜빈 감독은 시범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정후를 개막 1번타자 중견수로 못을 박았고,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관심이 날로 궁금해지는 건 당연했다.

이정후의 시범경기 데뷔를 기다리던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조금 김이 새게 됐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NBC스포츠베이에어리어'는 이날 '리드오프 이정후를 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팬들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이정후는 25일 컵스와 시범경기 개막전에 아주 경기한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는다. 이틀 정도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 멜빈 감독은 심각하지 않은 부상이라고 했고, 이정후는 이날 티배팅을 하면서 몸 상태가 괜찮은지 지켜볼 예정'이라고 설명하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가장 아쉬운 건 이정후 본인이다. 한국이었으면 출전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의 부상이니 한편으로는 답답했을 법도 했다. 이정후는 아쉽긴 하지만, 미국의 철저한 선수 관리 원칙을 이번 기회로 배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정후는 "(옆구리에)알이 배겼다. 한국으로 치면 알배긴 건데 감독님은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하신다. 누가 봐도 알배긴 건데. 한국이었으면 뛰었을 것 같다. 한국과 미국은 시스템이 다르니까"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아팠으면 말씀드렸을 것이다. 이 정도면 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관리 해주시는 것이니까 알겠다고 했다. 트레이닝 파트에 알배겼다고 얘기하고 치료를 받았다. 부항 뜨고 마사지를 받았다. 한국이었으면 무조건 뛰었다. (미국이어도) 시즌 중이면 뛰었을 것 같다"고 덧붙이며 아쉬운 감정을 끝까지 숨기진 못했다.

▲ 가벼운 옆구리 통증으로 시범경기 개막전에는 나서지 않는 이정후 ⓒ연합뉴스
▲ 이정후는 이미 다른 선수들에 비해 타격 훈련량이 많았던 편이었다 ⓒ연합뉴스

멜빈 감독의 설명대로 이틀 정도 더 휴식을 취하고 시범경기에 나서게 되면 이정후는 27일 LG 에인절스와 홈경기 또는 28일 시애틀 매리너스와 홈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메이저리그는 시범경기 초반 주축 선수들을 홈경기에만 출전하게 하고, 원정 경기 때는 홈구장에서 훈련하게 하면서 컨디션 관리를 해주는 편이다. 이정후가 홈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첫 실전을 치를 가능성이 큰 이유다.

이정후는 좋은 대우를 받은 만큼 빨리 경기에 뛰면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시범경기가 시작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진짜 중요한 시기니까, 적응을 최우선으로 두고 잘 적응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설레는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정후는 이날 티배팅만 하는 대신 불펜 피칭장에서 투수들의 공을 지켜봤다. 그는 "오늘(24일) 라이브배팅이 없어서 투수 공을 보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 오늘도 케이지에서 쳤다. 하루이틀 쉬었고 내일도 케이지에서 칠 것 같다"며 빨리 투수들의 움직이는 공을 보며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눈에 익히고 싶어 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정후를 귀하게 대접하는 대신 몸값에 부담을 느끼진 않길 바라고 있다. 이정후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히어로즈 소속으로 KBO리그에서 7시즌 통산 884경기, 타율 0.340(3476타수 1181안타),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 65홈런, 515타점을 기록했다. 파워는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빼어난 콘택트 능력과 출루 능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구단은 이정후가 한국에서 하던 대로만 메이저리그에서 해 주길 바라고 있다. 이정후는 3000타수 이상 기준 KBO 역대 타율 1위다. 하던 대로도 쉬운 게 아니다.

이정후는 "(그동안 구단 관계자들과 미팅할 때) 여기서 잘하기를 바라서 투자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한 만큼만 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한국에서 하는 것처럼만 하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부담 없이 건강하게 실력을 증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이정후의 옆구리 통증은 큰 문제는 아니며 하루 이틀 정도 휴식 이후에는 정상적인 출전이 가능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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