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나온 장우진의 그 날, 이상수의 인생 경기…만리장성도 무너질 뻔 했다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부 준결승 한·중전이 열린 24일 부산 벡스코의 특설경기장. 첫 단식에 나선 장우진(29)이 국제탁구연맹(ITTF) 랭킹 2위인 왕추친(24)을 상대로 1세트 10-7로 매치 포인트를 잡아내자 관중석에선 “대~한민국”이라는 함성이 쏟아졌다. 1세트를 손에 넣는 순간에는 “장우진”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우진은 2018년 월드투어 스웨덴오픈에서 왕추친에게 한 차례 이긴 경험이 있다. 비록 나머지 5번의 대결에선 모두 졌지만 훈장과도 같은 이 승리가 세계선수권이라는 큰 무대에서 재현될지 모른다는 희망이 솟구쳤다. 장우진이 전날 “10번 붙으면 1~2번은 이길 수 있다. 홈에서 팬들에게 희망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약속했던 그대로였다.
2세트는 아쉽게도 2-11로 내줬다. 하지만 3세트에서 매서운 접전을 벌이더니 11-11 듀스에서 2점을 잇달아 따내면서 다시 2-1로 앞서갔다. 중국이 타임을 불렀지만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4세트에선 행운까지 따랐다.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장우진의 공이 네트에 살짝 걸리는 일이 두 차례 반복했다. 미안하다는 장우진의 손짓에 왕추친이 탁구대에 엎드리는 장면이 이날의 하이라이트. 자신감을 얻은 장우진이 11-6으로 끝내기에 성공하면서 “오~필승 코리아!”가 흘러나왔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을 상대로 한 경기라도 빼앗은 것은 장우진이 처음이었다.
다음 주자는 부산 연고팀 한국거래소에서 뛰는 임종훈(27)이었다. 랭킹 1위이자 4번 만나 모두 졌던 판전둥과 맞서는 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터. “변칙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다짐했던 임종훈은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했고, 0-3(8-11 6-11 8-11)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고비에서 이상수(34·삼성생명)의 인생 경기가 나왔다. 마룽(3위)을 상대로 과감하게 맞서는 그의 공격에 다시 흐름이 넘어왔다. 마룽은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만 7개의 금메달(개인전 금메달 5개)을 자랑하는 살아있는 탁구의 전설이다. 그가 역대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뺏긴 세트가 통산 2개가 전부인데, 이날 이상수에게 그보다 많은 3개를 내줬다.
이상수는 5세트 3-3으로 맞선 상황에서 한꺼번에 4점을 얻어내며 승리를 확신했다. 이상수는 잠시 다리가 풀리며 7-4로 쫓겼으나 다시 4점을 연달아 따내면서 중국에 2-1로 앞서가게 됐다. “짜요”를 외치는 중국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게 한국이 선전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한국의 승리에 남은 것은 단 1승. 남은 4~5단식에서 한 번만 웃어도 중국을 넘고 결승전에 올라 은메달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이 문제였다. 그 날이 왔던 장우진이 판전둥과 4단식에서 0-3으로 졌다.
한국은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중국에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다. 다른 국제대회까지 범위를 넓혀도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한 차례 승리한 게 단체전 승리의 전부였다. 당시 주축 멤버였던 안재형 KBS 해설위원이 “우주의 기운을 다 모아야 중국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임종훈까지 왕추친에게 0-3으로 무너진 게 애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종훈이 3세트에서 보여준 29구 랠리 투혼은 다가오는 파리 올림픽에에 대한 희망을 높이게 만들었다.
부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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