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넘을 뻔 했다...최강 中 맞아 두 판 따냈으나 2대3 석패

男 탁구 부산 세계선수권 단체전 동메달

2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준결승 한국과 중국의 경기, 장우진이 왕추친을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이번에도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다. 한국 남자 탁구가 세계 최강 중국을 벼랑끝까지 내몰았지만, 3시간30분 접전 끝에 매치 점수 2대3으로 아깝게 패했다.

장우진(29·남자 단식 랭킹 14위)과 임종훈(27·18위), 이상수(34·27위)가 나선 남자 탁구 대표팀(단체 랭킹 5위)은 24일 부산 벡스코 특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부산 세계탁구선수권 준결승전에서 세계 최강 중국(랭킹 1위)에 2대3으로 석패했다. 동메달에 머무른 한국은 4회 연속 4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이날 세계 랭킹 1위 판전둥(27)과 2위 왕추친(24), 3위 마룽(36)이 ‘드림팀’을 꾸려나온 중국을 상대로 장우진이 1단식에서 왕추친을 잡고, 이상수가 3단식에서 마룽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지만, 2·4·5단식을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다. 그래도 한국은 준결승 이전까지 한 게임도 내주지 않으며 순항하던 중국을 맞아 두 게임을 따내며 선전, 다가올 파리 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2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준결승 한국과 중국의 경기, 이상수가 마룽을 상대로 승리 한 후 기뻐하고 있다./뉴시스

단체전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3인 5단식제로 경기를 소화한다. 단식 승부에서 11점을 먼저 따면 한 게임을 가져가게 되고 세 게임을 먼저 따면 그 매치를 승리하게 된다. 먼저 3승을 챙기는 팀이 최종 승자가 되는 방식이다.

경기장은 관중석 절반 이상을 메울 정도로 대규모 원정 응원을 온 중국 팬들의 ‘짜요(加油·힘내라)!’ 소리와 “파이팅!”을 외치는 부산 홈 관중의 함성이 맞서며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장우진이 1단식에서 왕추친을 잡았다. 이날 이전까지 왕추친에게 1승5패로 밀려 있던 장우진은 1게임을 11-7로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왕추친은 2게임에선 장우진을 거세게 밀어붙이며 11-2로 승리했다. 3게임은 듀스까지 가는 접전. 장우진이 13-11로 게임을 따내며 왕추친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였다.

2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준결승 한국과 중국의 경기, 장우진이 왕추친을 상대로 승리 한 후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장우진은 4게임에서 두 번이나 공이 네트 위를 맞고 살짝 넘어가며 7-3까지 앞섰다. 행운의 여신이 장우진을 도운 장면. 절망한 왕추친은 테이블에 엎드린 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장우진은 기세를 몰아 4게임을 11-6으로 따내며 게임 점수 3-1로 승리, 첫 판부터 ‘대어’를 낚았다.

2단식엔 임종훈이 판전둥과 맞붙었다. 판전둥과 역대 전적에서 4전 전패였던 임종훈은 패기 있게 판전둥에 맞섰다. 임종훈은 8-9까지 따라갔지만, 8-11로 1게임을 내줬다. 판전둥이 2게임을 11-6, 3게임을 11-8로 가져가며 게임 점수에서 3-0으로 승리, 중국이 한국과 매치 점수에서 1-1 동률을 이뤘다. 중국 관중들의 ‘짜요’ 함성이 더 커졌다.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베테랑 이상수와 마룽이 3단식에 나섰다. 마룽은 올림픽 금메달을 5개 따내며 탁구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로 꼽히는 레전드. 이상수가 초반부터 마룽을 몰아붙인 끝에 11-7로 1게임을 가져갔다. 하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은 마룽이 2게임에선 11-4로 손쉽게 승리했다.

3게임에선 듀스 접전이 펼쳐졌다. 11-10에서 이상수 공격이 마룽 테이블 끝 모서리를 맞고 나가는 행운이 나오며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전날 한국 선수단이 중국을 물리치는데 필요하다고 했던 ‘우주의 기운’이 모인 순간이었다.

2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4강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를 마친 한국 대표팀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대회 동메달을 획득했다./연합뉴스

마룽이 4게임을 11-6으로 잡아내며 3단식은 마지막 5게임까지 갔다. 이상수가 마룽을 11-4로 누르며 게임 점수 3-1로 승리, 매치 점수에서 2-1로 다시 앞섰다

4단식에선 1단식 승자 장우진과 2단식 승자 판전둥이 만났다. 장우진은 역대 전적 7전 전패 판전둥을 만나 1게임을 6-11, 2게임을 7-11로 내줬다. 장우진은 3게임에선 승부를 듀스까지 몰고갔지만, 10-12로 패했다.

결국 이날의 승부는 마지막 5단식에서 갈렸다. 임종훈과 왕추친이 맞붙었다. 역대 전적은 임종훈의 1승4패 열세. 임종훈은 2022년 아시안컵 대회에서 왕추친을 물리친 바 있었다.

5단식을 맞아 양국 응원단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왕추친이 11-5로 1게임을 손쉽게 가져갔다. 임종훈은 2게임에선 6-3까지 앞섰지만, 범실이 이어지며 왕추친이 11-7로 이겼다. 왕추친이 3게임에서 11-6으로 이기며 길었던 승부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