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였단 증거 있어?”…정적 ‘의문사’에 권력자 침묵, 서방은 뭐하지 [저격]
[저격-15]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정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오던 나발니가 지난 16일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교도소에서 급작스럽게 사망했습니다.
러시아 반정부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의문사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사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는데 시신의 행방도 묘연하기 때문입니다. 나발니 모친과 변호사들이 영안실을 찾아갔지만 입장을 거부당했고 시신 위치에 대한 답변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발 죽음 이후 유럽연합(EU)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라트비아에서 발행되는 독립매체인 노바야가제타유럽이 지난 18일 “나발니의 시신이 보통의 옥사자가 안치되는 법의학국 안치소가 아니라 러시아 시베리아 북부의 살레하르트 마을에 있는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보도한 것이 전부입니다.
해당 매체는 구급대원인 익명의 제보자를 인용해 나발니 시신에서 멍자국들이 발견됐으며, 이는 경련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강한 경련을 일으킨 나발니를 다른 사람들이 붙잡으며 멍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도 푸틴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핵심 격전지인 아우디이우카 철수를 선언하며, 러시아는 지난해 5월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점령 뒤 가장 큰 땅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는 결정적 군사적 타격을 입었고, 전쟁 주도권은 푸틴에게 확고히 넘어갔다”고 전했습니다.
푸틴도 그의 죽음 이후 다양한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나발니 사망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나발니 측근들은 “익명성을 보장한다”며 이메일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발니 살해와 관련된 정보를 제보받기 시작했습니다.
일각에선 나발니의 의문사를 계기 삼아 푸틴의 리더십에 대해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석유 재벌 출신인 러시아 반체제 인사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기고에서“3월 17일 대선에서 투표용지에 ‘알렉세이 나발니’란 이름을 써서 저항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실제 러시아를 향한 여러 나라의 제재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나발니가 급사한 뒤 러시아를 향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19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수도 워싱턴DC에서 취재진을 만나 “우리는 이미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지만 추가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16일에는 나발니 사망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야말로 나발니 사망에 책임이 있다”면서 “나발니의 죽음은 푸틴 대통령과 그의 폭력배가 한 일의 결과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나발니 이후 반체제 운동의 구심점이 될만하다고 거론되는 인물 중에는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가 있습니다. 그는 석유회사 ‘유코스’를 운영하며 한때 러시아 최대 갑부로 우뚝 서기도 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에게 맞서다가 탈세 및 돈세탁 혐의로 10년간 복역했습니다.
유튜브 인플루언서이자 포커 러시아 챔피언에 올랐던 막심 카츠도 야권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힙니다. 러시아에서 정치활동을 하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한다고 선언한 후 출국해 현재 이스라엘에서 활동 중입니다. 그는 작년 ‘러시아 군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혐의’로 열린 궐석 재판에서 10년형을 선고받기도 했흡니다.
정치인 일리야 야신도 야권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발언한 후 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해외에서 나발니의 네트워크를 관리해 온 레오니트 볼코프와 나발니의 오랜 언론 담당관인 키라 야르미쉬도 향후 반체제 운동 방향을 결정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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