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캡틴파검' 이명주가 글을 쓰는 이유[전훈 인터뷰]

김성수 기자 2024. 2. 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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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K리그와 중동 축구를 호령하고 국가대표에 승선했던 미드필더가 이제 인천 땅에 뿌리를 내렸다. '파검의 전사'들을 이끌 새로운 주장이라는 책무 역시 그의 몫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새 주장 이명주(33)는 전지훈련지에서도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아우르고 있었다.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주장직을 받아든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스포츠한국은 인천 구단의 2024시즌 대비 2차 동계 전지훈련지인 경상남도 창원에서 주장 이명주를 만나 인천과 함께 바라보는 목표, 경기장 안과 밖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새 주장으로 임명된 이명주.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지난 시즌 주장 오반석을 도와 팀의 부주장을 맡았던 이명주는 2024시즌을 앞두고 주장에 선임됐다. 조성환 감독의 끈질긴 요청 끝에 주장직을 받아들인 이명주는 전지훈련 기간부터 '천직'을 만난 듯 자연스럽게 동료들을 챙겼다.

"팀에 더 도움이 되는 선수가 새 주장이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감독님의 요청을 고사했다. 하지만 감독님이 태국 전지훈련 때도 주장직을 여러 번 제안하시면서 용기를 주셨고, '타인과 비교하기보다는 내가 잘하는 것부터 해보자'는 마음으로 맡게 됐다. 후배들에게 조언하기에 앞서 말을 최대한 많이 들으려고 하고 있다. 또한 동료들의 음식 취향을 기억했다가 맛집을 발견하면 함께 가는 등 진정성 있게 다가가며 좋은 팀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명주의 노력은 비시즌에도 다방면으로 진행 중이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 '명쥬르'에서는 73~74kg을 유지하는 것을 올해 목표 중 하나로 밝히기도 했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몸 관리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이번 전지훈련과 함께 식단 조절을 시작했다. 그런데 원래 하던 게 아닐뿐더러, 먹던 음식을 안 먹으니 스트레스를 엄청 받더라. 운동과 병행하며 내게 맞는 감량법을 찾고 있다. 지난 시즌에 오전마다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했었는데, 몸무게가 73kg까지 빠진 적이 있다. 당시 경기에 나설 때 몸이 정말 가볍고 좋더라. 그래서 올해 목표 중 하나로 체중 73~74kg 유지를 언급했다."

ⓒ프로축구연맹

2023시즌 인천은 K리그1 5위, FA컵 4강,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진출이라는 구단 역사에 남을 이력과 함께 한해를 마쳤다. 모든 대회에 전력을 다했기에 우승컵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명주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인천이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생각해 기뻤다. 모든 팀들이 시즌을 치르면서 힘든 시기를 겪기 마련이고, 지난 시즌 인천에게는 그 때가 시즌 초반이었다. 만약 이전 '생존왕' 시절의 인천이었다면 그대로 고꾸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충분히 역경을 이겨내고 올라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인천의 모든 구성원들이 노력해서 2년 연속 파이널A에 진출했다는 것은 확실한 성장의 증거다."

이명주는 훈련장에서 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블로거'이자 '유튜버'다. 그의 콘텐츠는 타인을 돕는 것에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처음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산 무궁화에서 뛰며 군 복무를 하던 시절 팀 내 독서 모임에서 많은 책을 읽었는데, 사회에 돌아온 후 책에서 봤던 좋은 내용들을 내 선수 경험과 엮어 유소년 축구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은퇴 이후 운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 멘탈 코칭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엘리트 선수든 아니든 멘탈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하게 된 공부다. 사실 유튜브도 이런 꿈을 영상에 담고 싶어 시작한 것이다."

ⓒ프로축구연맹

주장 완장과 함께 새 시즌을 맞이하는 이명주의 2024년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팀 전체의 목표는 아무래도 다시 한번 파이널A에 오르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목표는 항상 '우승'이다. 하지만 시즌에 돌입할 때부터 우승을 목표로 잡으면 1년 내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며 "'73kg 유지'라는 목표를 잡은 것도 매 훈련, 매 경기에서 잘하면 언젠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순간의 노력이 하나하나 쌓이다 보면 이명주도, 인천도 조금씩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명주는 겸손과 매너가 몸에 배어 있고, 타인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인터뷰. 그렇다고 해서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명주는 인천 미드필더 동료인 신진호, 김도혁, 문지환과 함께한 구단 유튜브 컨텐츠에서 자신을 제외한 세 선수를 스페인 라리가 강호 FC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이끈 미드필더 3인방 사비-이니에스타-부스케츠에 비유하고, 본인을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바르셀로나를 떠난 야야 투레에 빗댔다. 기자는 상당히 겸손한 발언이라고 생각하며 이명주를 만났고, 해당 답변에 대한 이유를 물었던 인터뷰 말미에 진실을 알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 시절이 아닌, 맨체스터 시티에서 '에이스'로 뛰던 야야 투레를 말한 것이었다. 당연히 웃자고 한 말이지만, 겸손하기 위해 꺼낸 말은 아니었다(웃음)."

ⓒ프로축구연맹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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