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코, 어쩌다가"…수리부엉이 죽음에 슬픔에 빠진 뉴요커들 [SNS&]
"플라코, 그곳에선 더 자유롭게 날길 바래."
"플라코, 너와 함께 한 뉴욕에서의 생활이 정말 좋았어."
"플라코, 당장이라도 창문 밖에서 너의 모습이 보일 것 같아. 믿기지 않아."
도시인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수리부엉이의 죽음에 뉴요커들이 슬픔에 빠졌다. '플라코'는 1년여 전, 원인 모를 이유로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울타리가 뜯어진 사이 탈출해 또 하나의 '뉴요커'로 살아온 수리부엉이다.
뉴욕타임스는 24일(이하 현지시간) 맨해튼에서 살며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유라시아 수리부엉이 '플라코'가 23일 한 건물에 부딪힌 후 죽었다고 보도했다.
야생동물보호협회(Wildlife Conservation Society)는 성명서에서 플라코가 뉴욕 웨스트 89번가의 건물에 부딪힌 후 땅에 떨어져 있는 게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후 주민들은 구조 단체인 와일드 버드 펀드(Wild Bird Fund)에 연락해 직원들이 구출에 나섰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동물원 직원들은 죽은 플라코를 브롱크스 동물원으로 옮겨갔으며,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플라코는 3월이면 14살이 된다.
플라코는 작년 2월 2일 저녁, 거의 평생을 살았던 동물원 울타리의 그물망을 누군가 갈기갈기 찢은 후 동물원을 탈출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계속 하고 있지만 아직 범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야생동물보호협회는 성명에서 "플라코의 우리를 훼손한 이는 새의 안전을 위태롭게 했으며 궁극적으로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동물원에서 평생 살아온 수리부엉이가 도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걱정했다. 조류 관찰자, 조류학자, 일반 도시민들이 그의 움직임과 출현 장소 등을 추적해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면서 관심이 더 높아졌다.
한편 플라코는 동물원에서 탈출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센트럴파크에 정착했다. 이후에는 맨해튼 도심가를 선호했다. 낮에는 맨해튼의 정원과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건물의 화재 비상계단에 자리를 잡았다. 도시의 급수탑 꼭대기에서 특유의 소리를 내고 도시의 수많은 쥐를 잡아먹으며 밤을 보냈다. 사람들은 오늘 어디에서 플라코를 봤다며 사진과 함께 소셜미디어에 정보를 나눴다. 동물원 측은 탈출한 플라코를 포획하려 했지만 뉴욕 시민들이 반대 청원 운동을 벌여 시도가 중단됐다.
플라코의 일상을 기록하고 SNS로 공유해온 재클린 에머리씨는 "사람들은 플라코가 살아남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뉴요커들의 마음이 플라코에게 간 이유는 그의 회복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생동물 사진작가인 데이비드 레이씨는 "마법 같았다. 이런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런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야생 유라시아 수리부엉이는 양 날개를 펼치면 2m에 달한다. 사육 상태에서 40년 이상 살 수 있지만 자연 서식지에서는 평균 20년 산다고 한다. 특히 위험한 일로 창문에 부딪히는 것이 꼽혔다. 평소 먹이로 잡아먹는 쥐가 쥐약을 먹였을 경우, 차량과의 충돌도 위험 요소로 생각됐다. 그러나 플라코는 1년 이상 살아냈다.
데이비드 레이씨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지만 그에 대한 모든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플라코는 2010년 3월 15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스코틀랜드넥의 실반하이츠 조류공원에서 부화했다. 이후 생후 두달이 안 돼서 센트럴 파크 동물원에 왔다. 처음에는 표범, 원숭이, 판다와 함께 배치됐다가 나중에 펭귄 근처로 옮겨졌다. 학명 '부보 부보(Bubo bubo)'로 알려진 유라시아 수리부엉이는 유럽, 스칸디나비아, 러시아, 중앙아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최상위 포식자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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