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역사상 가장 젊은 FA 투수가 LG에서 나온다 "1년 더 빨리 할 수 있었는데…"
[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상학 기자] KBO리그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에 FA로 풀릴 투수가 LG 트윈스에 있다. 우완 최원태(27)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5년 서울고를 졸업하고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최원태는 2016년 1군에 데뷔한 뒤 지난해까지 8시즌을 보냈다. 2017년부터 1군 등록일수 145일 이상을 7시즌 채우면서 FA 충족까지 1시즌 남겨두고 있다. 올 시즌 45일 이상 1군 등록일수를 채우면 데뷔 첫 FA가 된다.
2016년 1군 데뷔 후 2017년부터 핵심 선발로 자리잡은 최원태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아 2년의 시간을 벌었다. 이후 꾸준히 키움 선발진을 지키면서 1군 등록일수를 계속 채웠고, 27세의 젊은 나이로 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있다.
KBO리그 역사상 최연소 FA는 외야수 정수근이다. 지난 2003년 시즌 종료 후 FA 시장에 나왔을 때 나이가 만으로 26세밖에 되지 않았던 그는 롯데와 6년 40억6000만원 FA 대박을 쳤다. 당시로는 보기 드문 6년 장기 계약으로 큰 화제가 됐다.
투수로는 2016년 시즌 후 나란히 FA가 된 김광현(SSG)과 양현종(KIA)으로 당시 만 28세였다. 김광현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1년 재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도 SK와 4년 85억원 재계약했고, 일본 진출 뜻을 접고 KIA에 잔류한 양현종은 1년 22억5000만원 단년 계약으로 총액은 낮아도 투수 최고 연봉으로 대우받았다.
이처럼 FA 시장에서 나이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다. 그런 점에서 최원태의 올 시즌 활약에 따라 몸값이 크게 치솟을 수 있다.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젊은 선발투수라는 점에서 확실한 메리트가 있다.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최원태는 “이렇게 빨리 FA가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지금도 솔직히 와닿지 않는다”며 “20살 때부터 야구에 조금 더 진지하게 임했으면 1년 더 빨리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2016년) 100일짜리 등록일수 시즌이 있다. 어렸을 때 생각을 바꿨으면 조금 더 좋은 미래가 있었을 텐데…”라고 웃으며 말했다.
2015년 입단 첫 해 어깨 통증으로 1군 등판 기록이 없었던 최원태는 2016년 5월 1군 데뷔 후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으나 9월 중순 옆구리 통증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그때 45일을 더 채웠으면 지난해 시즌 끝나고 FA가 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7세 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투수는 처음이다. 시장 상황도 최원태에게 유리하게 흘러간다. 예비 FA 최대어로 평가된 사이드암 고영표가 KT와 5년 107억원의 다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최원태가 선발투수 중 최대어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원태는 “내가 잘해야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 내가 잘해야 (그만한) 대우를 받는 것 아니겠나”라며 “중요한 해이지만 너무 잘하려고 하면 의욕만 앞선다. 시즌 끝까지 잘하는 게 중요하다. 팀 성적이 좋으면 나도 같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팀이 2년 연속 우승하는 데 포커스를 맞추겠다. 삼성 왕조처럼 우리 팀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팀에 포커스를 맞췄다.
지난해 7월말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키움에서 LG로 트레이드돼 우승 청부사로 기대를 모은 최원태는 이적 후 9경기(44⅓이닝) 3승3패 평균자책점 6.70으로 부진했다. 특히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로 나서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된 게 아쉬웠다. 8회 박동원의 투런포로 LG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1패 뒤 4연승으로 우승을 해서 다행이지, 최원태의 2차전 강판 순간은 여전히 LG에 아찔한 순간으로 남아있다.
최원태는 당시 경기에 대해 “경기 전 불펜 피칭을 할 때 스트라이크가 너무 잘 들어가서 오히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부담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라고 돌아보며 “팀이 우승해서 괜찮았다. (오)지환이형, (박)동원이형이 홈런을 쳐서 분위기가 왔을 때 이기겠다는 생각이들었다. 이기고 나서도 미안하고, 감사하고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고 돌아봤다.
우승의 기쁨은 만끽했지만 아찔했던 순간은 기억에서 지웠다. 그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빨리 잊었다. 팀이 우승해서 진짜 다행이고, 개인적으로 안 좋았던 것은 빨리 잊는 게 중요하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다”며 “(임)찬규형과 내가 같이 규정이닝을 던지면 케이시 켈리, 디트릭 엔스까지 선발 4명이 규정이닝을 던질 수 있게 된다. 우리 팀 방망이야 말할 것도 없이 상위권이니 선발들이 잘하면 무조건 상위권에 있을 것이다. 최소 규정이닝 던지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