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감독? 선수들 믿는다"…이범호의 KIA, '류현진 합류' 한화 돌풍 막을까

김민경 기자 2024. 2. 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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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 ⓒ 연합뉴스
▲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이끄는 이범호 감독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아직 나는 초보 감독이지만, 우리 팀에는 베테랑 선수들도 많기 때문에 선수들을 믿고 즐겁게 할 생각이다."

KIA 타이거즈는 이달 초 스프링캠프 분위기를 주도한 팀이었다. 변화의 시작이 긍정적 이슈는 아니었다. 1차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호주 캔버라 출국 직전 김종국 전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계약 해지가 됐다. KIA는 새 감독을 물색하는 데 1차 캠프의 절반을 할애했고, 고심 끝에 최소한의 변화로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 수 있는 이범호 타격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2년,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등 총액 9억원 조건이었다.

KIA는 감독 이범호에게 믿음이 있었다. 야구계에는 KIA가 언젠가는 이범호에게 지휘봉을 맡길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감독은 1981년생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KIA에서 선수로 또 코치로 지내면서 보여준 역량이 뛰어났다. 2019년 선수 생활을 마감한 이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고, 2021년 시즌에는 KIA 퓨처스 감독을 역임했다. 나이는 어려도 지도자 코스는 제대로 밟은 인재였다.

코치로 빼어난 역량을 보였어도 감독은 또 다른 자리인 건 분명하다. 70여 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선수단을 통솔하고, 경기마다 전략과 전술을 세우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이 감독은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게 되긴 했지만, 선수들을 믿고 이끌어 가보려 한다. KIA는 상위권에 충분히 도전할 전력을 갖췄다. 최형우, 나성범, 소크라테스 브리토, 김선빈, 김도영, 박찬호 등이 버티는 타선의 화력이 막강하고, 올해 외국인 원투펀치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풍부한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로 꾸려 기대감을 높였다.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 등 국내 선발진도 탄탄하고, 정해영, 최지민, 임기영, 전상현 등이 버티는 불펜도 강한 편이다.

이 감독은 준비된 감독이라는 주변의 평가와 관련해 "모든 분들이 처음 감독을 시작할 때 모자란 부분을 갖고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감독이라는 자리는 어떤 선수를 만나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좋은 선수들을 만나고 있을 때 감독을 하느냐, 아니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감독을 하느냐는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은 좋은 선수들 많이 모여 있는 상태에서 내가 감독이라는 자리를 할 수 있어 조금은 유리하다는 생각도 한다. 아직 나는 초보 감독이지만 우리 팀에는 베테랑 선수들도 많기 때문에 선수들을 믿고 즐겁게 할 생각이다"이라고 강조했다.

KIA는 새 감독을 선임할 때 어수선해진 선수단 분위기를 빨리 수습할 수 있는 인물에 무게를 뒀다. 이 감독은 이 기대는 충분히 채워줬다. KBO 최초 1980년대생 감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이미 타격코치로 지내며 선수단과 가깝게 지내긴 했지만, 감독으로 명함이 바뀌고도 선수들을 살갑게 대하면서 친근하게 대하려 한다. 젊은 감독의 장점을 살리고 싶었던 것.

이 감독의 마음은 선수들에게 충분히 닿았다. 최고참 최형우는 "이전에는 감독님과 형과 동생 사이로 지냈는데 감독으로 부임하시고 나서도 격식을 차리지 않으시더라. 그래서 이전처럼 똑같이 지내고 있다. 나도 모르게 형이라고 부를까봐 일부러 피하기도 했다"고 했고, 김도영은 "감독으로 부임하시고 나서는 내가 다가가기 힘들 줄 알았다.하지만 감독님께서 스스럼 없이 다가와서 먼저 말을 걸어주셔서 정말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KIA 타이거즈 주장 나성범. 이범호 감독이 올해 믿는 선수 가운데 하나. ⓒ 연합뉴스
▲ 윌 크로우(왼쪽)와 제임스 네일 ⓒ KIA 타이거즈

이 감독은 친근한 감독이라는 선수들의 말에 "지금 마음 그대로 안 변했으면 좋겠다(웃음). 내가 타격코치를 할 때부터 스스럼없이 선수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젊은 선수들, 고참 선수들, 외국인 선수들 가리지 않고 그렇게 움직였다. 감독으로 캠프를 하면서도 그대로 움직였다. 원래 했던 것처럼 장난을 칠 때는 장난도 쳤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팀이 연패를 빠지고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 그 분위기 자체를 다운시키고 싶은 생각은 솔직히 없다. 우리 팀은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운동을 하는 성격을 가진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나도 그 부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하지 마'라고 하면 더 할 것이다. 앞으로 선수들의 성격을 잘 파악해서 시즌 준비를 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스프링캠프 전반까지는 이범호 감독을 선임한 KIA가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면, 스프링캠프 후반이 시작된 지금은 한화 이글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괴물' 류현진이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하면서 국내 복귀를 확정했기 때문. 류현진은 23일부터 한화 2차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에 합류해 불펜 피칭을 진행하는 등 여전히 건강한 몸 상태를 자랑하고 있다. 마침 KIA도 오키나와에서 2차 캠프를 진행하는 중이라 류현진 소식은 어렵지 않게 건너 들을 수 있다. 지난해 KIA는 6위, 한화는 9위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기에 올해 어떻게 반등할지 관심이 더더욱 뜨겁기도 하다. 이범호 감독 효과와 류현진 효과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강력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한화는 류현진이 합류하면서 '사실상 외국인 투수가 4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류현진-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까지 선발 4명은 쉽게 보기 어렵다는 것. 지난해 우승팀 LG 트윈스의 염경엽 감독은 "한화가 4강 전력을 갖췄다. 선수 1명이 들어온 수준이 아니다. 4선발까지 다 갖춰졌는데, 이 4명 가운데 우리가 맞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우리가 경기를 잘 준비하고 치러야 이길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범호 감독은 류현진의 한화 복귀와 관련해 "굉장히 영광이다. 류현진 같은 대투수가 한국야구에 돌아오는 자체가 큰 영광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런 투수를 보면서 우리 선수들도 많은 것을 느끼는 시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팀 경기에 많이 등판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웃음). 좋은 선수가 들어오는 만큼 우리 한국야구도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류현진이) 오는 것은 환영을 하지만 우리 팀 경기는 될 수 있으면 피해 가면서 던졌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 류현진이 합류한 한화 이글스가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한화 이글스
▲ 정상적으로 몸을 만들고 있는 류현진 ⓒ 한화 이글스

야구계는 류현진이 합류한 한화의 돌풍이 개막까지 이어질지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류현진 덕분에 마운드가 탄탄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타선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다. 홈런왕 노시환이 있고, 채은성과 안치홍도 있으나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가 터지지 않으면 상위권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수 대비 야수 선수층이 탄탄하지 않다는 것.

반대로 KIA는 투타 전력 모두 탄탄하면서 신구 조화도 잘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성범을 비롯한 주요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외국인 원투펀치가 기대대로만 던져준다면 우승 후보로 평가할 만하다고도 바라본다. 이범호 감독이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고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는 막바지 시즌 준비를 잘 마치고 개막과 함께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설 수 있을까. KIA는 2024년 시즌을 향한 긍정적인 평가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오키나와에서 연습경기로 실전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릴 예정이다.

▲ 이범호 KIA 감독(왼쪽)과 김선빈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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