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頑張って)!" 일본어로 건넨 김하성의 응원, 日 팬들도 반했다 "국경을 초월한 세련된 배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힘내(頑張って)!"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쓰이 유키는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LA 다저스와 맞대결에서 1이닝 동안 3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2013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마쓰이는 10시즌 동안 501경기에 출전해 25승 46패 76홀드 236세이브 평균자책점 2.40의 성적을 남긴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빅리그의 문을 두들겼다. 특히 지난해 일본 역대 최연소 200세이브의 금자탑을 쌓았고, 국가대표 시절에도 '뒷문'을 담당했던 만큼 마쓰이는 적지 않은 구단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당초 마쓰이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입단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졌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보다 더욱 빠르게 움직인 팀이 있었으니, 바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였다. 마쓰이는 미국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샌디에이고와 만남을 가졌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20일 일본 '산케이 스포츠'를 통해 마쓰이의 샌디에이고 입단 소식이 전해졌다.
'산케이 스포츠'는 마쓰이가 4년 총액 30억엔(약 266억원) 수준의 계약을 언급했는데, 뚜껑을 열어본 후 계약 규모는 더욱 컸다. 마쓰이와 샌디에이고의 계약 규모는 5년 2800만 달러(약 373억원). 여기에 마무리 투수로 등판하는 횟수에 따른 옵션까지 추가됐는데, 마쓰이가 모든 옵션을 달성할 경우 계약 규모는 최대 3360만 달러(약 448억원)까지 상승한다.
게다가 다소 독특한 '옵트아웃' 조항까지 포함됐다. 토미존 수술을 받지 않고, 오랜 기간 부상자 명단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마쓰이는 2026시즌 이후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반대로 토미존 수술을 받거나, 2024-2025시즌 연속적으로 130일 이상 팔꿈치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등록될 경우에는 2028년 샌디에이고가 700만 달러의 옵션을 거부할 수 있는 계약이다.
꿈에 그리던 빅리그 무대를 밟게 된 마쓰이는 현재 고우석을 비롯해 완디 페랄타, 로버트 수아레즈와 마무리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전날(23일) 데뷔전에서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쓰이는 0-8로 크게 뒤진 3회초 처음 마운드에 오르면서 시범경기지만, 샌디에이고 입단 이후 첫 등판을 갖게 됐다. 그리고 개빈 럭스-크리스 오윙스-앤디 파헤즈와 맞붙었다.
마쓰이의 투구는 압권이었다. 마쓰이는 첫 타자 개빈 럭스와 맞대결에서 '위닝샷'으로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솎아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더니, 후속타자 크리스 오윙스와 맞대결에서도 슬라이더를 통해 연속 삼진을 뽑아냈다. 그리고 앤디 파헤즈에게도 위닝샷으로 슬라이더를 구사, 파울팁 삼진을 뽑아내면서 세 타자 연속 삼진을 기록하게 됐다.
샌디에이고에서의 첫 등판이었던 만큼 마쓰이는 연습 투구에서 몇 구를 던졌는지 기억도 못할 정도로 긴장을 했던 모양새. 그러나 이 긴장을 풀어준 이가 있었다. 바로 김하성이었다. 일본 '풀카운트'에 따르면 김하성은 엄청나게 긴장을 하고 있는 마쓰이에게 공을 건네며 일본어로 "힘내(頑張って)!"라며 힘을 불어넣었다. '풀카운트'는 "첫 등판에 긴장했던 마쓰이는 마운드에 올라가서도 정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마쓰이는 "긴장을 해서 연습투구 과정에서 투구수도 몰랐다. 던지면서 '라스트'라고 할 때까지 던졌다. 그런데 김하성이 일본어로 '힘내(頑張って)!'라고 말을 해주더라"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풀카운트'는 "다르빗슈와 팀 동료로 지내고 있는 김하성이 일본어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며 마쓰이와 김하성 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조명했다. 일본 팬들은 "국적을 초월한 세련된 배려가 너무 좋다", "김하성은 정말 나이스 가이다", "인성이 좋다",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등의 반응을 내비쳤다.
'풀카운트'는 "1995년생 10월생인 김하성은 마쓰이와 동갑"이라며 "2021년 메이저리그에 입성, 2022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이탈하면서 출전 기회를 늘렸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잰더 보가츠의 영입으로 인해 2루수로 뛰었으나, 야구계 최고의 수비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유격수로 뛴다"고 김하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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