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앨라배마주의 ‘냉동 배아도 생명’ 판결

박채영 기자 2024. 2. 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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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체외 인공수정(IVF·시험관 아기)을 위해 만들어진 냉동 배아(수정란)를 ‘태아’로 인정한 앨라배마주 판결이 미국 대선의 돌발 변수로 부상했다. 낙태권에 이어 여성 생식권이 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 보이자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IVF를 지지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공화당은 엄마와 아빠들이 아기를 갖는 것을 더 쉽게 만들고 싶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 “여기에는 미국의 모든 주에서 IVF와 같은 불임치료의 접근성을 지원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를 가지려는 부부들에게 IVF가 가능할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앨라배마주 의회가 즉각적인 해법을 신속히 찾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냉동 배아를 태아로 인정한 앨라배마주의 판결 이후 여성의 생식권 이슈가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보이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공화당은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 후폭풍으로 2022년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경험이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 연방대법원을 ‘6대3’ 보수 우위로 재편하면서 임신 6개월 전의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2022년 폐기할 수 있었다며 이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워 왔다.

반면, 민주당은 공화당을 겨냥해 이번 판결을 쟁점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하원 민주당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인 ‘의회 다수 PAC(HMP)’는 이날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형성된 단계부터 사람으로 봐야 한다는 법안을 지지한 전력이 있는 경합지 출신 공화당 전·현직 하원의원 수십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를 배포했다.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질 하원의원 선거를 앞두고 ‘해당 인사들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인물’이라는 내용을 강조하며 공화당을 겨냥한 공격에 나선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22일 성명을 내고 “스스로와 자기 가족들을 위해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는 여성의 능력을 무시한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것은 ‘로 대 웨이드’ 폐기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앨라배마주 대법원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냉동 배아도 어린이이며 이를 폐기할 경우 부당한 사망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여성의 난자를 채취한 뒤 시험관에서 수정해 만든 배아를 다시 자궁에 이식하는 IVF 시술을 앨라배마에서 계속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난임치료병원이 IVF 시술을 잇따라 중단하는 등 혼란이 발생하자 앨라배마주 공화당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AP통신은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앨라배마 주의회가 산모의 자궁에 이식되기 전까지 배아의 인격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별도의 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AP 통신 “공화당 일각에선 여전히 앨라배마주 대법원의 판결을 지지하면서 여성들에게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지 않도록 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분열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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