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 반품 반품 “이게 애플 맞아?”…야심작에 혹평 쏟아지는 까닭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4. 2. 2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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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프로를 써봤지만, 내게는 인상적이지 않았다. 아직 충분히 완성되지 않은 느낌이다.”

일론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애플 비전프로에 대한 한줄평입니다.

다만 그는 애플의 저력을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머스크는 “아이폰 1도 역시 좋지 않았다.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다른 제품보다 실용성이 낮았다”며 “하지만 아이폰 3에 가서는 분명 최고의 스마트폰이 됐다”고 덧붙였죠.

애플의 비전프로를 착용한 모습. <사진=애플>
이달 2일 출시된 정가 460만원짜리 혼합현실 헤드셋(MR) 비전프로는 리셀가만 1200만원에 달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사전예약만 20만대에 달할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요.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SNS에서는 비전프로를 착용한 채 허공에 대고 손을 휘젓는 각종 이용 후기들이 쏟아졌죠.

그런데 보름이 지난 이 시점에 하루 최대 8회까지 반품이 이뤄지고 있답니다. 왜일까요?

애플 비전프로 반품 러쉬?...“아직 완성도 부족”
애플 비전프로는 2015년 애플워치 이후 애플이 9년만에 내놓는 신제품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뜨거웠던 지난해 이렇다할 신기술이나 결과물을 내놓지 않았던 애플이 선보이는 미래전략이죠.
애플이 지난 2일(현지시간)부터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 <사진=애플>
그런데 불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고객들의 상당수는 비전 프로를 반품하고 있습니다. 장치가 너무 무겁고, 관리하기 번거로운데다, 두통을 유발한다는 이유였죠. 업무를 볼 때 외부 모니터를 사용하는 것보다 생산성을 높여주지 않는다 는 등 악평이 나왔습니다.

가상현실(VR) 기기로 헤드셋 시장을 잡고 있는 메타의 저커버그 CEO는 비전프로를 직접 사용해보고 후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저커버그는 “많은 사람이 비전 프로가 3000달러(약 400만원) 더 비싸기 때문에 품질이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솔직히 대부분 용도에서 퀘스트가 훨씬 더 낫다는 사실에 놀랐다”라며 “메타의 VR 기기 ‘퀘스트3’가 비전프로보다 ‘120g이나 가볍다”며 공개 저격했죠.

VR이나 MR 헤드셋의 핵심은

1) 머리에 쓰기 무겁지 않아야 하고,

2) 가격이 저렴해야 하며,

3) 버벅거리지(지연성) 않아야 합니다.

위 세가지를 충족시켜야만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버벅거리는 문제 정도는 소프트웨어가 정교하게 개발됨에 따라 극복할 수 있는 문제로 보여집니다. 다만 비전프로는 머리에 쓰기 여전히 무거운 수준(600g)입니다. 자주 쓸 수 있어야 활용도가 커지는 데 쓸 때마다 머리가 아프니 골치겠죠.

아마도 모든 문제를 더 부각시키는 기저에 가격이 있습니다. 이전에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던 VR 기기 퀘스트 3는 기본형 가격이 499달러(약 67만원)인데, 비전프로 기본형이 3499달러(약 468만원)입니다. MR 헤드셋을 사서 이용해보는 사람들은 이미 VR 기기를 사용해봤을 가능성이 큰 데, 7배 더 돈을 지불했는데 특별히 더 나은 경험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블룸버그는 “비전프로 출시 후 MR 헤드셋 시장이 아직 발전 단계임이 분명해졌다”며 “첫 번째 버전에 대한 초기 반응을 감안할 때 (2세대를 기다리는) 일부에게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시선추적 기능은 좋다”...저커버그도 인정
저커버그는 “비전 프로의 시선 추적 기능은 정말 좋다”고 치켜세웠습니다.
저커버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긴 ‘비전프로’ 후기.
그는 “퀘스트의 이전 모델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었고, 향후 모델에 다시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죠. IT 전문 매체 ’테크 크런치‘의 매튜 판자리노 편집장도 “움직임의 시선 추적이 거의 완벽하다”며 “혼합현실의 기능과 실행에서 진정한 도약”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애플의 시선추적 기능은 회사가 비전 프로의 반도체에 애플이 스스로 개발한 ‘M2’ 칩과 ‘R1’칩 두 개를 사용하고 있는 덕입니다. M2는 맥컴퓨터와 아이패드에 사용되는 칩이죠. 기존 M2칩은 비전 프로 운영 전반에 활용하고 R1 칩은 카메라와 센서, 마이크 구동에 독립적으로 활용됩니다.

특히 이 시선추적 기능은 R1 칩의 역할이 큽니다. R1칩은 눈을 깜빡이는 시간보다 8배 빠른 12㎳(밀리세컨드·1㎳은 1000분의 1초) 이내에 새로운 이미지를 디스플레이에 스트리밍할 수 있죠. R1칩은 12개의 카메라, 5개의 센서와 6개의 마이크가 입력한 정보를 처리해 콘텐츠가 사용자의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합니다. 지연성을 최대한 줄이면서 ‘디지털 멀미’ 즉 지연 연상으로 인한 울렁임 등을 막게 하는 것이죠.

자체 반도체칩 개발하는 애플...“비전프로는 반도체 도약”
비전프로의 사용성에 대한 이슈가 아직 크지만, 상용화된 것 자체로 반도체 설계와 생산에서 애플이 새 전기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가상현실 헤드셋 시장을 장악하던 메타의 ‘퀘스트’ 시리즈도 퀄컴의 스냅드래곤 XR2를 사용하는 데 반해, 애플은 자체 반도체를 쓰는 것이죠.
자체 반도체를 쓰면 물건을 받아다 쓰는 것보다 수급의 문제에서 한층 자유로울 수 있고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 마진을 대폭 남길 수 있죠.

무엇보다 완성품에 맞는 반도체를 직접 설계해야 제품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애플은 일찌감치 확인했습니다. 자체 반도체를 탑재한 하드웨어가 있어야 소프트웨어의 구동도 매끄러워지기 때문이죠. 애플은 영국 팹리스 기업 Arm에서 아키텍처(설계도)를 받아 자사 제품에 맞게 칩을 설계하고 있죠.

실제로 애플은 최근 몇 십 년 동안 자체 반도체 설계 자원을 대폭 증가시켰습니다.

특히 반도체 기업을 꾸준히 인수해왔죠. 2008년에 PA세미(프로세서), 2011년에 아노비트(플래시메모리),2012년에 오텐텍(생체인식센서), 2018년 다이얼로그(전원관리) 등입니다. 이밖에, 애플은 노텔 네트웍스(Nortel Networks), 파나소닉(Panasonic) 등으로부터 9000개의 미국 특허 자산을 인수하면서 자사의 반도체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장했습니다.

이같은 공력은 M1, M2, R1 칩과 같은 점점 더 능력 있는 프로세서를 설계함으로써 입증됐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10월에는 ‘M3 시리즈’도 공개했죠. TSMC의 3나노 공정을 이용했고요. 전문가용 노트북 ‘맥북 프로’와 올인원 데스크톱 ‘아이맥’에 탑재했습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 실리콘은 애플이 개인 컴퓨터 사상 가장 강력한 제품군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라며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반도체를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 운영은 애플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반도체 개발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미 애플은 2026년에 공개할 맥 프로세서를 이미 개발중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컴퓨터월드의 조니에반스는 “2026년에나 공개될 맥 프로세서에는 현 시점에서 애플 연구소 외부의 누구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온칩 기술이 탑재될 것이다. 그렇게 보면 지금 최대의 관심사인 M3 맥북 프로는 애플이 첫 M1 맥을 공개하기도 전에 이미 내린 결정이 반영된 제품이라는 생각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애플은 2023 회계연도 동안 연구개발에 무려 300억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2010년, 처음 애플 실리콘 칩으로 전환했을 당시의 연구개발 비용은 18억 달러였음을 고려해볼 때 무려 16배나 늘어난 것이죠.

애플의 비전프로의 단순 업그레이드보다 어떤 칩이 탑재될 것이냐가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비전프로가 생각보다 별로라고 치부하기보다는, 애플이 어떤 기술 진화를 만들고 있는지에 집중해볼 때입니다.

‘홍키자의 빅테크’는 플랫폼, 테크,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지금 홍성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깊이가 다른 콘텐츠를 매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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