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남겨진 것들의 기록』 & 『매니악』
2024. 2. 24. 13:58
유품정리사가 기억하는 안타까운 죽음들『남겨진 것들의 기록』
인공지능이 괴물이 된 시대를 그려내다『매니악』
인공지능이 괴물이 된 시대를 그려내다『매니악』
유품정리사가 기억하는 안타까운 죽음들
『남겨진 것들의 기록』
“또 한 명의 인생을 지웠습니다”라는 고백으로 많은 독자들을 울린 특수청소업체 바이오해저드의 유품정리사 김새별과 전애원의 신작 에세이가 나왔다. 베스트셀러가 된 전작『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출간한 지 7년 만으로,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남겨진 것들의 기록』
유품정리사들은 문을 열기 전부터 방에 드리운 그림자를 느낀다. 망자(亡者)의 공간에는 언제나 문틈 사이로 죽음의 냄새가 새어나온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9월 어느 날, 저자는 안타까운 죽음을 만났다.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실족사한 노인의 시신을 수습하고 집을 정리했다. 유족의 사연은 안타까웠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소원해진 아버지를 찾아 경찰서 지구대를 돌았지만,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는 알려줄 수 없다는 거절의 말만 들었다. 4년의 숨바꼭질 끝에 주민등록초본에 의지해 찾아온 재개발 지역에서 부친의 거처 근처까지 찾아왔지만, 77세인 아버지는 돌아가신 후에야 만날 수 있었다. 충격만큼이나 무거운 죄책감이 짓눌렀다. 짐에선 부치지 못한 편지가 나왔다. 짐이 되기 싫어 피하기만 하다 뒤늦게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확인하게 된 가족의 이야기다.
두 저자는 그동안 유품정리사라는 직업과 고독사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고, 비영리단체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유품정리사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보람 있는 활동이었음을 고백한다. 모든 현장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떠난 이들 대신 그들의 사연을 말해주는 유품을 정리할 때마다 주인공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죽음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건 청년들의 고독사다. 2월 초에 고인의 어머니에게 의뢰가 왔다. 명문대 학생으로 원룸에서 자취하던 고인의 일기장에는 ‘어른’이라는 단어가 많았다. 왜 자신은 어른다운 어른이 되지 못했는지 한탄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늦잠을 자고, 공부에 집중 못하는 자신에 가혹했던 고인은 매일 일기장에 반성문을 썼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다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을 먹고 버티던 그는 결국 마지막 일기장에 유서를 쓰고 세상을 떠났다. 부모님은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는 고통을 호소하며 자취방을 정리할 수 없었다며 일을 의뢰했다. 유독 스스로에게 가혹했던 고인의 일기장과 짐을 건네며 부모와 저자는 함께 울었다.
떠난 자리에 남겨진 것들을 정리하고, 그들의 마지막 사연에 귀를 기울여 온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 독자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7계명을 실었다. 적어도 한 명 이상의 가까운 지인을 곁에 두고, 취미를 만들고, 밥 대신 술을 찾지 말라는 조언이다. 새 책을 펴내면서 저자들은 작은 바람을 함께 적었다. “7년 뒤에는 청년 고독사가 줄어들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두 저자는 그동안 유품정리사라는 직업과 고독사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고, 비영리단체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유품정리사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보람 있는 활동이었음을 고백한다. 모든 현장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떠난 이들 대신 그들의 사연을 말해주는 유품을 정리할 때마다 주인공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죽음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건 청년들의 고독사다. 2월 초에 고인의 어머니에게 의뢰가 왔다. 명문대 학생으로 원룸에서 자취하던 고인의 일기장에는 ‘어른’이라는 단어가 많았다. 왜 자신은 어른다운 어른이 되지 못했는지 한탄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늦잠을 자고, 공부에 집중 못하는 자신에 가혹했던 고인은 매일 일기장에 반성문을 썼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다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을 먹고 버티던 그는 결국 마지막 일기장에 유서를 쓰고 세상을 떠났다. 부모님은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는 고통을 호소하며 자취방을 정리할 수 없었다며 일을 의뢰했다. 유독 스스로에게 가혹했던 고인의 일기장과 짐을 건네며 부모와 저자는 함께 울었다.
떠난 자리에 남겨진 것들을 정리하고, 그들의 마지막 사연에 귀를 기울여 온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 독자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7계명을 실었다. 적어도 한 명 이상의 가까운 지인을 곁에 두고, 취미를 만들고, 밥 대신 술을 찾지 말라는 조언이다. 새 책을 펴내면서 저자들은 작은 바람을 함께 적었다. “7년 뒤에는 청년 고독사가 줄어들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인공지능이 괴물이 된 시대를 그려내다
『매니악』
『매니악』
2021 부커상 최종 후보작이자 전 세계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며 화제를 모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의 작가 벵하민 라바투트가 또 하나의 문제작을 들고 찾아왔다. 실존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어둡고 매혹적인 소설에서 저자는 100년 전 과학기술이 폭압적 힘이 되는 것을 보고 절망에 빠진 물리학자 파울 에렌페스트부터, 한국의 바둑 고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로 마무리되는 3부작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존 폰 노이만을 배치했다.
폰 노이만 프로젝트의 핵심 질문, 즉 ‘인간의 이해나 통제를 넘어 진화하는 지능을 가진 자기 복제 기계의 탄생은 가능한가’에 대한 답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비록 그 야심찬 프로젝트는 미완성으로 남았지만 후대 학자들의 도전으로 이어져 인류사에 또 다른 족적을 남겼다.
세상에 없는 것, 완전히 새로운 것, 신의 영역에 발을 들이게 하는 결정적인 것을 향한 천재들의 광기 어린 지성이 폭발한 순간,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매니악과 핵무기, 인간의 발명품 중 가장 독창적인 물건과 가장 파괴적인 물건이 정확히 동시에 탄생했고, 결국 인류는 파국을 향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된다.
이 소설에서 우리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가담했던 천재들의 고뇌와 격돌, 갈등과 갈망을 보다 적나라하게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진정 꿈꿨던 것은 유토피아였을까, 아포칼립스였을까. 이에 대한 답은 명확히 내릴 수 없지만, 이후 존 폰 노이만이 그토록 꿈꾸고 갈망했던 ‘스스로 생각하고 진화하는 기계’ 알파고의 탄생은 세계사를 뒤흔든 위대한 창조였음을 이 소설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증명해낸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8호 기사입니다]
폰 노이만 프로젝트의 핵심 질문, 즉 ‘인간의 이해나 통제를 넘어 진화하는 지능을 가진 자기 복제 기계의 탄생은 가능한가’에 대한 답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비록 그 야심찬 프로젝트는 미완성으로 남았지만 후대 학자들의 도전으로 이어져 인류사에 또 다른 족적을 남겼다.
세상에 없는 것, 완전히 새로운 것, 신의 영역에 발을 들이게 하는 결정적인 것을 향한 천재들의 광기 어린 지성이 폭발한 순간,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매니악과 핵무기, 인간의 발명품 중 가장 독창적인 물건과 가장 파괴적인 물건이 정확히 동시에 탄생했고, 결국 인류는 파국을 향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된다.
이 소설에서 우리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가담했던 천재들의 고뇌와 격돌, 갈등과 갈망을 보다 적나라하게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진정 꿈꿨던 것은 유토피아였을까, 아포칼립스였을까. 이에 대한 답은 명확히 내릴 수 없지만, 이후 존 폰 노이만이 그토록 꿈꾸고 갈망했던 ‘스스로 생각하고 진화하는 기계’ 알파고의 탄생은 세계사를 뒤흔든 위대한 창조였음을 이 소설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증명해낸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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