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YU와 함께 하는 선수들은 정말 행운"…류현진 바라기부터 前 LAD 동료까지, 코리안 몬스터와 추억을 떠올렸다

박승환 기자 2024. 2. 2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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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류현진과 함께 하는 선수들은 정말 행운이 있을 것"

미국 '디 애슬레틱'은 23일(이하 한국시각) '류현진이 KBO리그로 복귀하면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그가 팀에 미친 영향을 오래 기억할 것'이라는 타이틀로 류현진의 특집기사를 전했다.

류현진과 토론토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9년 겨울이었다. 당시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류현진은 29경기에 등판해 182⅔이닝을 소화하며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압권'의 성적을 남겼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커리어 첫 올스타로 선정된 것은 물론 평균자책점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앞두고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류현진은 2019년 겨울 많은 구단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러던 중 베테랑이면서도 에이스의 역할을 해줄 선수를 물색하던 토론토와 연이 닿게 됐고, 4년 8000만 달러(약 1065억원)라는 대형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당시 내셔널리그에서도 가장 강한 팀이었던 다저스에 몸담았었기에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장 어려운 리그로 손꼽히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로 이적에 '우려'가 뒤따랐다. 하지만 걱정은 필요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토론토와 동행이 시작된 2020년 12경기에 등판해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활약,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빅리그 데뷔 이후 처음(2016년 1G 등판 제외)으로 평균자책점이 4점대(4.37)까지 치솟을 정도로 고전했지만,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통산 네 번째 14승 시즌을 보냈다. 데뷔 2년차까지는 군더더기가 없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이후였다. 실력이 아닌 부상이 너무나 뼈아팠다.

류현진은 2022시즌 초반부터 전완근(팔뚝) 통증으로 고생했다. 전완근 통증은 토미존 수술로 이어질 수 있는 '전조증상'이었던 만큼 많은 우려가 뒤따랐는데,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검진 결과 토미존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류현진은 2022년 6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5.67의 성적을 남긴 채 수술대에 오르게 됐고, 본격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1년 이상의 재활이 필요한 큰 수술을 두 번씩이나 받게 된 만큼 류현진의 커리어에서 가장 큰 위기가 찾아온 셈이었다.

당시 류현진을 향한 미국 현지 언론의 우려는 매우 컸다. 그러나 류현진은 재활 과정에서 체중을 감량하는 등 피나는 노력을 쏟아냈고, 지난해 7월부터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 4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하며 기대감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8월 코리안 몬스터가 메이저리그 무대로 복귀했다. 복귀 첫 등판은 패전을 떠안게 됐지만, 류현진은 두 달 동안 11경기에 나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의 훌륭한 성적을 남겼고, 토론토가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을 수 있게 힘을 보탰다.

물론 류현진은 9월 마지막 세 경기에서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았고, 일정상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던 만큼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토론토 또한 와일드카드(WC) 시리즈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에게 무릎을 꿇으면서 2020시즌에 앞서 맺은 4년 8000만 달러의 계약이 모두 만료됐다. 그리고 지난 22일 한화 이글스가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의 계약을 발표하면서, 토론토와 이별도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한화 이글스 박찬혁 대표이사와 류현진./한화 이글스
류현진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 토론토 블루제이스./토론토 블루제이스 SNS

류현진이 '친정' 한화로 복귀가 확정된 이후 토론토는 코리안 몬스터를 향해 작별인사를 건넸다. 토론토는 구단 공식 SNS를 통해 "Thank you for everything, Hyun Jin"이라고 운을 뗀 후 한글로 "류현진 선수, 고마웠어요. 토론토에서의 코리안 몬스터는 영원히 기억될 겁니다"라며 류현진의 앞날을 응원함과 동시에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4시즌을 풀타임으로 뛰지 못했지만, 류현진과 함께한 4년이 매우 소중했던 모양새.

23일 '디 애슬레틱'은 류현진과 관련된 특집 기사를 전했는데, 토론토 동료들도 류현진과이 이별을 아쉬워했다. '디 애슬레틱'은 "류현진은 클럽하우스부터 호텔까지 다양한 장소에 걸쳐 한국식 바비큐 파티에서 밤을 보내며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했다"며 '류현진 바라기'로 불렸던 알렉 마노아는 "류현진은 결코 내게 '너는 이렇게 해야 해, 저렇게 해야 해'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는 말을 하는 것을 대신해서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몸소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류현진은 아직 토론토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클럽하우스에 들어설 때면 "마노아아아아아"라고 외쳤고, 마노아는 "류우우우우우"라며 화답할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디 애슬레틱'은 "류현진과 마노아의 관계자는 클럽하우스에서 서로에게 인사하는 방식이 있을 정도로 돈독했다"며 마노아는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류현진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정말 멋졌다"고 류현진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저스틴 터너(토론토) 또한 "류현진은 말수가 적은 사람이지만, 그가 어떤 말을 할 때면 나는 항상 무게가 실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류현진을 사랑했다"고 설명, 짧지만 함께 한 시즌을 보낸 크리스 배싯은 "류현진처럼 구속을 조절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정말 힘든 일이다. 기본적으로 한 구종을 세 가지 구속으로 던질 수 있더라. 류현진은 투구를 할 줄 알고, 오랫동안 해왔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조지 스프링어./게티이미지코리아
토론토 블루제이스 저스틴 터너./게티이미지코리아
토론토 블루제이스 알렉 마노아./게티이미지코리아

조지 스프링어는 "류현진 같은 선수가 팀에 있다는 것은 그 팀이 투자를 한다는 의미다. 팀은 류현진과 같은 선수들을 라커룸에 채우고 싶어 한다. 그는 정말 훌륭한 사람이었다. 류현진이 떠났다는 사실이 정말 슬프다. 그와 알고 지낸 것, 그와 함께 뛰었던 것이 모두 영광이었다", 토론토의 마무리 조단 로마노는 "류현진은 루키인 나를 많이 환영해 줬다. 저녁 식사에 나를 초대해 줬고, 구단 행사에서 잘 챙겨줬다.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류현진은 우리들을 정말 환영하고, 팀에 편안하게 녹아들 수 있도록 해줬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마지막 사령탑으로 남게 된 존 슈나이더 감독은 "류현진은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거대한 종아리로 클럽하우스를 돌아다니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는 조용하지만, 정말 재밌었다", 류현진과 자주 호흡을 맞추며 '단짝'으로 잘 알려진 대니 잰슨은 "류현진은 구속을 잘 조절했다. 특히 2020년 류현진이 어떤 공을 던지고, 어떻게 구위를 조절하는지, 훈련에 임하는지를 보는 것으로 내게는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류현진과의 작별은 분명 아쉬운 순간이지만, 전 동료들은 KBO리그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을 응원하기도 했다. 터너는 "자신의 마지막 커리어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류현진이 그렇게 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류현진과 유독 각별했던 마노아는 "류현진에 대한 종경심이 매우 크다. 나는 류현진이 한화로 돌아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게 류현진에게도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류현진이 한화에서 모든 선수의 멘토가 될 것이다. 그게 류현진이 가장 잘하는 일이다. 그와 함께 하는 선수들은 정말 행운이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상으로 긴 공백기를 가진 탓에 4년 8000만 달러의 값어치는 다 하지 못했다는 평가. 하지만 클럽하우스에서 류현진의 영향력은 매우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류현진과의 이별을 아쉬워 하면서도 앞날을 응원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류현진의 가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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