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 정도면 당연히 뛰는건데…" 벌써부터 '귀한 몸' 대우, 이정후 향한 SF 특급 배려
[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상학 기자] “저도 아픈 거였다면 말씀드렸을 텐데…”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시범경기 개막전 출전이 불발됐다.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취재진을 만난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25일 같은 장소에서 치러지는 시카고 컵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 선발 라인업을 미리 발표했는데 여기에 이정후의 이름이 없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빠진 이유에 대해 “옆구리에 매우 경미한 통증이 있어 내일(25일)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 가끔 스윙할 때 통증이 생길 수 있는데 캠프 초반에는 그런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굳이 무리시켜서 상태를 악화시키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멜빈 감독은 “지난 며칠 동안 이정후는 (라이브 배팅에서) 공을 계속 봤다. 오늘은 티배팅도 한다. 하루이틀 지나면 라인업에 들어올 것이다”며 경미한 통증이라고 강조했다. 이날도 이정후는 야외에서 수비, 주루 훈련에 이어 실내 배팅 케이지에서 타격 훈련까지 정상 소화했다.
지난 22일 3번째 라이브 배팅에서 이정후는 스윙 한 번 하지 않고 투수 공을 보기만 했다. 투수의 공을 최대한 눈에 익히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몸 상태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이날 아침 훈련을 앞두고 클럽하우스에서 취재진을 마주한 이정후는 몸 상태나 컨디션에 대해 “좋다. 부상은 없다”고 말했다.
훈련을 마친 뒤 다시 만난 이정후는 “(옆구리에) 알이 배인 것이다. 감독님이 절대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누가 봐도 알이 배인 수준이다. 한국이었으면 경기를 했을 텐데 여긴 미국이고, 시스템이 다르다”며 “아픈거였으면 (아침에) 말씀드렸을 것이다. 한국에서 이 정도면 당연히 뛰는 것이다. 시즌 중이었으면 무조건 뛰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선수 몸 관리에 무척 엄격하다. 조금이라도 선수가 좋지 않다고 표시를 내면 부상이 아니더라도 쉽게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다. 이정후보다 3년 먼저 메이저리그에 온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경험한 것이다.
2021년 데뷔 첫 해 김하성은 햄스트링과 발목이 좋지 않아 트레이너에게 마사지를 받고 싶다는 말을 했다가 강제로 쉬어야 했다. 한 번의 출장 기회가 절실했던 김하성에겐 답답한 시간이었다. “그때부터 아프다는 말을 못했다”고 털어놓은 김하성은 좋은 트레이닝 시스템을 두고 화장실에 숨어 테이핑을 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 이정후는 상황이 다르다. 6년 1억1300만 달러 대형 FA 계약을 맺고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다. 팀 내 야수 중 최고 몸값으로 입지가 단단하고, 경쟁이자 자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15일 캠프 첫 날부터 멜빈 감독이 내달 29일 샌디에이고와의 정규시즌 개막전 1번타자로 일찌감치 이정후를 공표할 정도다.
특급 대우르 받고 온 선수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뭔가 보여주기 위해 무리할 필요가 없다. 시범경기는 개막전 포함 33경기나 된다. 하루빨리 실전에서 투수들의 공을 보고 싶은 이정후의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작은 통증부터 확실하게 잡는 것이 우선이다. 옆구리는 한 번 통증이 발생하면 반복될 수 있는 부위라 초기에 확실히 다스려야 한다.
이날 옆구리에 부항을 뜨고 마시지를 받은 이정후는 파르한 자이디 사장, 피트 푸틸라 단장 그리고 전력분석팀장과 개별 미팅도 가졌다. 이정후는 “캠프에서 팀 미팅은 많이 했는데 이런 개별 미팅은 처음이었다”며 “팀이 나에게 원하는 것,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약기했다”고 밝혔다.
구단에선 “네가 여기서 더 잘하길 바라면서 데려온 게 아니다. 한국에서 했던 만큼 해달라는 의미에서 네게 투자한 것이다.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만 하라”는 메시지를 이정후에게 전했다. 이정후의 기량에 조금도 의심의 여지 없다. 큰돈 들여 영입한 이정후에 대해 그만큼 믿음이 있고, 그럴수록 작은 통증도 무시할 수 없다. 벌써부터 ‘귀한 몸’ 대접이다.
한편 이정후는 시범경기 출전 날짜에 대해 “아직 들은 게 없다. 여기 과정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멜빈 감독은 하루이틀면 된다고 했다. 26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은 샌프란시스코 캠프가 차려진 스코츠데일에서 약 70km 떨어진 서프라이즈 원정경기라 이정후가 동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빠르면 27일 홈에서 열리는 LA 에인절스전에 시범경기 데뷔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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