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 시대 추억 애잔한 파두 음률에 흐르는 포르투갈 리스본 감성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최현태 입력 2024. 2. 24. 12:36 수정 2024. 3. 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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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향수 정서 ‘사우다드’ 담긴 파두 선율 흐르는 낭만도시/푸니쿨라 타고 만나는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무대 알칸타라/카페·공예품점 즐비 활기 넘치는 아우구스타 거리/코메르시우 광장·테주강에 흐르는 대항해 시대 역사/낭만 넘치는 리스본 명물 노란 28번트램/아름다운 저녁 노을 기다리는 포르타 두 솔 전망대 

아우구스타 아치 전망대에서 본 코메르시우 광장과 테주강.
“당신이 탄 돛배는 밝은 불빛 속에서 너울거렸고/ 뱃전에서 당신은 내게 손짓하고 있었지/ 그러나 파도는 말하고 있었어/ 영원히 당신이 오지 않을 거라고….♩♬”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마음속 슬픔을 모두 토해내는 가수의 애절한 목소리. 그리움과 향수가 묻어나는 떨리는 멜로디를 따라 12줄 기타도 눈물을 흘리듯 흐느낀다.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호드리게스의 대표곡 ‘검은 돛배’. 추적추적 비 내리는 밤 리스본 뒷골목. 희미한 가로등 불빛 너머로 아스라이 번지는 선율 따라 대항해 시대를 추억하는 애환도 짙어간다.

바이샤지구 아우구스타거리.
길거리 칼사다 포르투게사.
◆파두 선율이 흐르는 낭만의 도시

19세기 초 리스본에서 시작된 포르투갈 대표 음악 파두의 정서는 그리움과 향수란 뜻의 사우다드다. 대항해 시대 많은 남자가 먼바다로 떠났고 여자는 오지 않는 남자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눈물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가난과 슬픔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찾아 헤매며 위안을 얻고자 부르기 시작한 노래가 파두다. 대부분의 파두가 사랑, 삶, 죽음을 노래하는 이유다.

밤 11시. 리스본 공항에 내리니 비가 내린다. 호텔로 향하는 택시에서 울려 퍼지는 애달픈 파두의 선율. 물빛에 반짝거리는 길바닥 대리석 칼사다 포르투게사. 여기에 리스본 랜드마크 상 조르주성의 은은한 조명까지 더하니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아름다운 영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가슴은 낭만으로 두근거린다.

피게이라 광장.
공항에서 리스본 시내는 차로 불과 15분 거리다. 전철과 버스 등 다양한 교통이 있지만 짐이 많고 밤늦게 공항에 도착했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택시를 타면 된다. 미리 스마트폰 앱에 등록된 신용카드로만 자동결제하는 볼트 택시를 아주 착한 가격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숙소는 바이샤 지구의 피게이라 광장 주변을 추천한다. 바이샤 지구는 7개의 높은 언덕으로 이뤄진 리스본에서 유일한 평지라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 편하다. 인기 여행지 리스본 벨렝지구로 가는 15E 트램이 이곳에서 출발하고 리스본 외곽 당일치기 여행지 신트라행 기차가 출발하는 호시우역도 피게이라 광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포르투로 갈 때 주로 리스본 산타 아폴로니아역을 이용해야 하는데 피게이라 광장에서 759번 버스를 타면 한 번에 간다.
호시우광장 물결무늬 칼사다 포르투게사.
헤스타우라도르스 광장 칼사다 포르투게사.
◆영화 속 주인공처럼 알칸타라 전망대 올라볼까

호시우 광장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돔 페드로 4세 광장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주요 행사들이 열리는 리스본의 심장이다. 마치 바닥이 굴곡진 것처럼 착시를 부르는 물결무늬가 눈길을 사로잡는데 리스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칼사다 포르투게사. 검은색과 흰색 대리석을 이용해 기하학적 패턴이나 그림을 넣는데 다양한 모양을 즐기며 걷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15세기 해안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조약돌을 이용해 길을 포장하면서 시작된 칼사다 포르투게사는 지금은 숙련된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든다. 길바닥 전체가 예술품인 셈이다. 호시우역 앞 헤스타우라도르스 광장도 아름다운 기하학무늬로 꾸며져 이국적인 풍경을 추억에 담기 좋다.

글로리아 푸니쿨라.
거리 벽화를 꾸미는 예술가.
알칸타라 전망대.
광장 건너편에서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등장하는 알칸타라 전망대로 오르는 푸니쿨라 글로리아선을 탈 수 있다. 트램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아주 짧은 구간 가파른 골목길만 운행하는 노란색 글로리아선은 한눈에도 세월이 묻어난다. 1885년에 개통했으니 140년 가까이 한자리에서 추억을 실어 나르고 있다. 가파른 언덕을 달리기 시작한 글로리아는 벽화를 그리는 거리의 화가들과 알록달록한 집들을 지나 불과 2분 만에 알칸타라에 여행자를 쏟아낸다.
알칸타라 전망대.
알칸타라 전망대.
알칸타라 전망대.
알칸타라 전망대.
아름다운 칼사다 포르투게사가 깔린 전망대 벤치마다 연인들이 앉아 사랑의 언어를 속삭인다. 바이샤 지구와 리스본에서 가장 높은 언덕의 상 조르주성, 테주강까지 이어지는 비탈을 따라 붉은색 지붕이 파도치는 풍경은 예쁜 수채화다.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다 다시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가 리스본의 젖줄 테주강으로 향한다.
아우구스타 거리.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
코메르시우 광장과 테주강으로 이어지는 아우구스타 거리는 북적거리는 인파로 활기가 넘친다. 포르투갈에서 나타로 부르는 에그타르트 맛집, 카페, 레스토랑과 대표 공예품 아줄레주 타일 샵들이 몰려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길 중간쯤 오른쪽 골목에 45m 높이의 철구조물이 우뚝 선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다. 1902년 건설된 네오고딕 양식의 산타 후스타 리프트로 바이샤 지구와 바이후 알투 지구 언덕을 바로 연결한다.
호시우광장.
 
상 조르주성.
30분을 기다려 올라탄 리프트는 불과 10여초 만에 탑승이 끝난다. 아차! 속은 기분이다. 오르는 동안 바깥은 풍경은 거의 보이지 않고 리프트가 멈춰서 내린 전망대는 리프트 뒤쪽 언덕 카르무 수녀원 쪽으로 걸어서 오르면 10분도 안 걸린다. 이런 시설을 6유로(약 8600원)나 받다니. 눈 뜨고 코 베인 격이다. 리스보아 카드가 있으면 무료이지만 없다면 절대 타지 말고 걸어서 전망대로 올라가길. 여행이 어디 좋은 일만 있으랴. 산 경험이라 생각하고 전망대에 서니 호시우 광장과 바이샤 지구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쓰린 가슴에 위로를 안긴다.
아우구스타 아치.
코메르시우광장.
조제1세 청동기마상과 아우구스타 아치.
◆코메르시우 광장에서 테주강을 마주하다

리스본은 여행지마다 이처럼 입장권이 꽤 비싼 편이다. 따라서 리스보아 카드를 알차게 활용하면 여행비를 절약할 수 있다. 신트라행 기차를 포함해 리스본의 모든 교통수단, 벨렝지구의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벨렝탑 등은 무료이며, 박물관과 신트라 고성투어는 10~20% 할인된다. 24시간(22유로), 48시간(37유로), 72시간(46유로) 등 세 종류가 있고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5% 할인된다. 코메르시우 광장 리스보아 스토리 센터에서 수령하면 된다. 72시간짜리를 구입하니 든든하다.

테주강.
테주강과 4월25일 다리.
개선문을 닮은 아우구스타 아치를 지나 코메르시우 광장에서 섰다. 마름모꼴 바닥 무늬가 깔린 탁 트인 광장 너머로 바다 같은 테주강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풍경에 감탄이 쏟아진다. 대항해 시절, 모든 탐험가들은 바로 이곳을 통해 넓은 바다로 나아갔다. 금세라도 발이 잠길 듯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물러가는 테주강 서쪽으로 ‘4월25일 다리’가 아름답게 놓였고 그 끝에 구세주 그리스도상이 두 팔을 크게 벌려 여행자를 반긴다.
조제1세 청동기마상.
코메르시우 광장 한복판에 선 6m 높이 늠름한 청동 기마상의 주인공은 조제 1세. 그는 1755년 리스본 대지진 이후 도시 재건을 이끈 인물이다. 원래 이곳은 16세기 마누엘 1세 왕의 리베이라 궁전이 있던 곳으로 대지진 때 파괴된 뒤 현재의 광장으로 탈바꿈해 많은 여행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우구스타 아치도 도시 재건을 기념해 건설됐다.
아우구스타 아치 조각상.
아우구스타 아치 전망대 '용맹' 조각상
아우구스타 아치 전망대 '지혜' 조각상
아우구스타 전망대에서 본 코메르시우 광장과 테주강.
11m가 넘는 기둥 위에 대항해 시대를 이끈 바스쿠 다가마와 도시 재건에 공헌한 폼발 후작 등 다양한 역사적 인물 조각을 장식했다. 맨 위 세 개 조각상은 왼쪽부터 용맹, 영광, 지혜를 상징한다.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는데 여행자들이 잘 모른다. 리스보아 카드는 무료이니 꼭 올라가 보길. 아주 좁은 나선형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서면 코메르시우 광장과 테주강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가슴을 요동치게 만든다.
리스본 명물 28번트램.
28번트램 내부.
◆리스본 명물 28번 트램타고 즐기는 저녁노을

이곳저곳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제 리스본의 명물 28번 트램을 탈 시간. 코메르시우 광장에서 북쪽으로 두 블록만 가면 정류장이 보인다. 줄이 아주 길지만 5~10분에 한 대꼴로 오니 많이 기다리지는 않는다. 좁은 골목길을 요리조리 돌아나가는 28번 트램은 리스본 대성당을 지나 10여분 만에 산타루치아 전망대에 닿는다. 이미 많은 연인들이 전망 좋은 난간을 차지하고 있어 빈틈이 없다. 저녁노을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기 때문이다.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 저녁노을.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 버스킹.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
산타루치아 전망대 위쪽으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가 노을을 즐기기 더 좋다. 시야를 가로막는 구조물 없어서다. 버스킹 공연이 분위기를 돋우는 전망대 넘어 언덕을 따라 놓인 하얀 건물들은 마치 그리스 산토리니를 닮은 것 같다. 테주강 위로 떨어지는 붉은 노을은 한참을 꼼짝 않고 서 있게 만든다.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 28번트램 야경.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 28번트램 야경.
어둠이 내리면 진정한 리스본의 낭만이 시작되는 시간.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정차한 28번 트램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기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마음에 아로새겨진다.
파두 공연.
리스본에 왔으니 파두 공연을 빼놓을 수 없다. 소문난 카몽이스 광장 에이 세베라 파두 레스토랑으로 들어서자 많은 여행자들이 식사를 즐기며 파두 공연을 기다린다. 국내에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진 곳인데 음식은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다행히 파두 가수와 기타리스트의 연주 솜씨가 빼어나니 공연비를 낸 셈으로 친다. 애환이 잔뜩 서린 파두 음률 따라 리스본의 밤이 깊은 심연으로 빨려 들어간다.

리스본=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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