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몇 개 보내" 슬픈 농담...오늘 전쟁 2년 우크라 상황은? (인터뷰)
이가혁 기자 2024. 2. 24. 11:52
2년 전 오늘, 러시아 전면 공습으로 전쟁 시작
정상회담 통역 출신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교수
"전쟁 언제 끝? 출구 안보여 이 질문 가장 힘들어"
"사촌동생, 친구...여전히 전쟁터 나가 싸우는 중"
"중동 상황·선거 등 이슈 부상...국제사회 관심 부탁"
◆ 올레나 쉐겔〉 2년, 3년 이게 아니라 저는 사실은 한번 시작하면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2년 전 제 인터뷰를 보시면 그때 정말 전쟁이 일어날까요? 이런 질문을 제가 많이 받았는데 저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었거든요. 근데 그게, 왜 우리가 뭔가 눈앞에 위험한 게 보이면서도 그게 정말 일이 벌어지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알기 때문에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실은 전쟁이 일어나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타격이 클 것이라는 거는 알고 있기 때문에 설마 러시아도 이런 전쟁까지는 하지 않겠지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죠. 그거를 믿고 싶었던 거죠. 근데 한번 시작하면 러시아가 쉽게 멈추지 않을 거라는 거는 알고 있었으니까. 저는 사실 지금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는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까요? 언제 끝날까요?' 이런 질문을 받는데 제가 참 가장 싫어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뭔가 좋은 말씀을 제가 했으면 좋은데 이 전쟁이 쉽게 끝날 수 있는 그런 출구가 저한테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요.
◇ 이가혁〉 출구가 안보인다?
◆ 올레나 쉐겔〉 왜냐하면 러시아에서는 정권 교체가 된다라든가 이런 얘기를 심지어 푸틴이 죽는다라든가 이런 얘기를 하는데 사실 그걸로 끝난 건 아니거든요. 만약 실제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조금 혼란이 와서 우크라이나가 그 틈을 따서 일시적으로 평화를 이룰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으로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은 이 전쟁은 다시 발발이 되거든요.
◇ 이가혁〉 잠시 멈출 수 있지만 근본적인 게 없으면 또 일어날 수도 있다.
◆ 올레나 쉐겔〉 생각해 보세요. 지금 푸틴이 러시아에서 대통령 한 지가 20년이 넘었어요. 20년 전에 태어난 러시아의 아이들은 푸틴 말고는 다른 대통령을 보지를 못했던 겁니다. 메드베데프가 잠시 말로만 대통령했지 사실은 푸틴이 계속 했었죠.
◇ 이가혁〉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했었던.
◆ 올레나 쉐겔〉 그래서 지금 이 사람들은 푸틴 밖에 모르고 푸틴이 대통령 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거는 역사 교과서 손 댄 거였거든요. 그러면 이 사람들은 역사라든가 세계사라든가 이런 것은 이제 러시아 체제에서 얘기하는 방향으로 밖에 못 본 거거든요. 러시아 역사 교과서 보시면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은 '러시아는 수천 년 역사 동안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공격한 적이 없다' 이렇게 나오는 거거든요. 러시아 역사를 모르는 한국 사람들이라도 '이거는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 이가혁〉 그럼 지금 현 상황으로 다시 돌아와서 아까 가족분들도 전선에 지금 나가 계시다고 했는데 가족들에게 듣고 현지 언론을 통해 파악하고 계시는 지금 우크라이나 전선의 상황은 어떤 거예요?
◆ 올레나 쉐겔〉 사실 전황이 쉽지는 않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영국 등 국가들한테 지원을 받아서 전쟁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런 지원이 아시다시피 지금 많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사실 우리 친척들이랑 연락을 해서 제가 항상 한국에서 약이라든가 핫팩이라든가, 이렇게 여기서 구해서 보낼 수 있는 거는 좀 자주 보내거든요. 전화해서 이분들한테 '뭐 보내줄까, 뭐가 필요하니?' 물어보면 웃으면서 '폭탄 몇 개 보내줘'라고 해요. 그러니까 그 얘기는 결국에는 우리가 용기 내고 싸우고 있는데 무기가 없으면 버틸 수는 한계가 있는 거잖아요. 근데 또 한 가지는 언론을 보면 러시아에서는 북한 포탄을 쓴다든가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마치 우크라이나는 여러 나라에서 지원을 도움을 받고 있는데 러시아는 자기 힘으로 싸우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사실 그건 아닙니다. 러시아는 중국, 인도에 석유나 가스를 수출하면서 계속 수익을 유지하고 있고 이란, 북한에서는 무기 지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고. 아마 어제 뉴스에서 나왔을 건데 이란에서도 이번에 400대의 탄도미사일을 또 이렇게 받기로 했다라고 나왔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당연히 혼자 힘으로는 버티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 이가혁〉 그렇지만 전쟁 1년 차 정도까지만 해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 가면 미국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정말 큰 박수를 받고 그랬는데 그다음해에 갔을 때는 좀 미지근했어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도 예전보다는 조금 차가워졌다라는 느낌도 들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무기 지원 같은 것도 '꼭 계속해야 해?' 이런 여론도 특정 정치권에선 나오는 것 같고 이런 상황은 좀 불리하게 여겨지시겠네요.
◆ 올레나 쉐겔〉 올해가 전 세계적으로 대선이나 총선이 많이 있는 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쟁은 전쟁대로지만 사실은 각 국가에서는 전체적인 상황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우크라이나가 본의 아니게 여기에 이제 휩쓸리게 되는 거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미국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통과가 안 되거나 뭐 이런 건 올해 대선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거거든요. 한국도 이번에는 총선을 하기때문에 거기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는 거죠. 우크라이나 이슈는 그러니까 중요도가 점점 떨어지게 되는 거고, 그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도 일어났고.
◇ 이가혁〉 미국에서도 '두 개의 존재은 부담된다' 이런 말도 나오죠.
◆ 올레나 쉐겔〉 그런 전체적인 상황, 대선과 총선 같은 다른 뉴스가 너무 많아졌고 우크라이나도 이렇게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뉴스가 아니잖아요. 그럼 우선 순위에서 점점 밀릴 수밖에 없는 건데 계속 관심 있게 조금 봐주시는 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 이가혁〉 저희도 그런 차원에서, 지구촌 사회라는 인식으로 봤을 때 어쨌든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가족, 친척이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지금 올레나 쉐겔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자 그러면요. 이런 거대한 정치 담론도 중요하지만 그분들의 생활은 지금 어떤가로 좀 들어가 볼게요. 일단은 생필품과 식료품 물가가 정말 뛰었다, 그래서 고통받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임금을 더 받기 위해서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분들도 늘고 있다는 뉴스도 보고 있는데, 실제 현지에 있는, 군인이 아닌 그냥 민간인들의 지금 생활은 좀 어떻습니까?
◆ 올레나 쉐겔〉 사실은 전쟁 상황이기 때문에 거기에 많이 맞춰져 있는 거죠. 초기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생필품 같은 걸 많이 구하기가 힘들었을 때도 있었어요. 그랬는데 요즘은 어느 정도는 안정화됐어요. 물론 가격은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약품이나 이런 거는 구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근데 이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랑 얘기해보면은 지금 전쟁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사는데 어떠냐고 물어보면 '괜찮아, 그냥 우리가 예전이랑 똑같이 살고 있어', '정상적으로 살고 있어'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든요. 근데 그 얘기는 정말 정상적으로 살고 있다는 건 아니거든요.
◇ 이가혁〉 그렇겠죠.
◆ 올레나 쉐겔〉 예를 들어서 처음에 얘기하면 '괜찮다' 그러는데 깊이 얘기하다 보면 예를 들어서 매일 미사일 날아가는 소리, 공습 소리, 이런 거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하고 심리적으로는 참기 힘든 상황이잖아요. 그러면 정말 오토바이 소리라든가 헬리콥터 소리만 들어도 책상 밑으로 숨는 거예요. 의도하지 않아도 몸이 그냥 저절로 책상 밑으로 들어가는 그런 행동 보이기도 하고 직접 저도 그런 건 봤어요. 한국을 잠시 방문하신 우크라이나 분이 오토바이 소리에 그냥 테이블 밑으로 숨더라고요. 우크라이나에 있다가 잠시 한국을 방문하신 분이.
◇ 이가혁〉 큰 소리 나니까.
◆ 올레나 쉐겔〉 그렇죠 숨어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왜 이러세요?' 물으니까 '미안, 미안' 이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몸이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또 얘기하다 보면 예를 들어서 군인들을 위해서 모금을 하거나, 아니면 물건을 만들거나, 이런 것들은 각자 조그맣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이렇게 생각해서 그런걸 했더라고요. 한 번씩 그런 질문도 해요. 사람들은 너무 전산적인 삶을 사는 것 같다.
◇ 이가혁〉 젊은이들은 파티도 하고.
◆ 올레나 쉐겔〉 근데 그게 언론에서 보도되는 거 보면 너무 과하게, 그리고 너무 충격적인 그런 내용만 골라서 보도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고요. 문화 행사라든가 이런 건 사람들 의견을 물어보면 사실 우크라이나 내에서도 거의 매주마다 그런 뉴스에서 그런 여론조사가 나와요. 무슨 행사하거나, 파티 하거나 이런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
◇ 이가혁〉 전시 상황에서 이런 게 괜찮느냐 이런 조사군요?
◆ 올레나 쉐겔〉 네, 그 파티라고 하는 건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파티가 아니거든요. 입장료를 받아서 군으로 기부되거나 아니면 따로 모금을 해서 기부되거나 대부분 이런 거거든요. 그리고 특히 나이 많으신 분들 얘기 들어보면, 우리가 매일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는데 한 번씩 사람이 좀 풀 데가 필요하다, 안 그러면 사람이 그냥 미쳐버리고 살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 거는 조금 언론에서 너무 단편적으로만 보도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 이가혁〉 전쟁 중이어도 문화 생활도 하고 해야지 오히려 사람들이 마음이 좀 치유가 되지 뭐 전쟁이라고 막 맨날 막 불 끄고 지하에서만 살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런 생각도 들어요.
◆ 올레나 쉐겔〉 그러니까 언론에서도 보도가 굉장히 자극적인 것만 골라서 하는 거니까 예를 들어서 어제도 제가 봤던 건데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면서 부상자를 두고 버리고 갔다, 지옥의 길에 부상자를 그냥 버리고 갔다, 이런 식으로 기사 제목이 나온 거예요. 그런데 우크라이나 군인이 거기서 실제로 얘기했었고 실제로 오프라인으로 한 인터뷰 중에서 한 10%만 가져온거예요. 골라 쓰기인 거죠. 부상자를 가능한 많이 데리고 나가려고 했었는데 그 당시에 이제 마지막으로 절수하는 인원들이었으니까 그때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도 불안, 러시아 군인도 불안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러시아 측에서는 이 우크라이나 부상자들을 데리고 가서 우크라이나에 잡힌 러시아 포로랑 교환하기로 약속했던거예요. 근데 러시아는 그 약속을 어긴 거죠. 아무튼 이런 내용은 하나도 기사에 안나오고 마치 우크라이나군이 자국 부상병을 버리고 떠났다는 식으로.
◇ 이가혁〉 어느 나라 언론 보도였나요? 한국 언론이?
◆ 올레나 쉐겔〉 한국 기사에요. 그래서 그런 것도저는 조금 불만스러운 부분입니다.
◇ 이가혁〉 지금 현지에 계시는 분들의 삶을 좀 비춰보면 재정난 때문에 공교육 시스템도 어려워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원래는 초, 중학교 교과서를 무료로 나눠주는데 전시 자금이 많이 들어가니까 교육에 돈이 투입이 덜 될 테니까, 교과서 인쇄할 돈도 부족해진 상황이라는 보도도 봤습니다. 교육에도, 복지에도, 어린이들의 삶에도 많은 조금 변화가 있는 거죠.
◆ 올레나 쉐겔〉 그거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전쟁하고 있는 나라 입장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돈을 아껴야 하는 수밖에 없는데 불행 중에 다행인 하나는, 코로나 때 전자 교과서를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사실 그걸로 온라인 학습 시스템을 잘 만들어놨거든요. 그래서 그걸 많이 활용하고 있고, 디지털 기기 같은 경우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구입하는 것도 있고, 다른 나라에서 기증하는 것도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우크라이나 학생들한테 제가 알기로는 1000대 이싱 태블릿PC를 기증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이가혁〉 그렇군요. 불행 중 다행으로 전자기기를 활용해서 교육은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거군요. 젤렌스키 대통령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역설적이지만 유명 인사가 됐습니다. 그 국방색 티셔츠 항상 입고 결연한 의지로 스피치를 하던 모습도 제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2022년 전쟁 초기에는 지지율이 91%, 물론 전쟁 때 되면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죠. 작년 10월에도 81%, 그런데 12월에 62%까지 떨어졌습니다. 물론 62% 지지율은 낮은 건 아닙니다만, 전쟁이 2년 가까이 되다 보니까 군납 비리 같은 잡음도 있고요. 그리고 우크라이나 국민 영웅이라고 불리는 잘루즈니 총사령관 불화설이 있었고 최근에 해임까지 하는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위나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합니까?
◆ 올레나 쉐겔〉 역시 언론에서 좀 과하게 좀 이렇게 다루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특히 잘루즈니 총사령관과의 불화에 있어서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언론보도로 보면 젤렌스키가 잘루즈니를 경쟁자로 여겨서 해임했다는 말도 나오는데, 그건 아닙니다. 잘루즈니는 전문 군인입니다. 정치에 관심있다는 얘기를 한번도 한 적이 없고 그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젤렌스키와 잘루즈니가 헤어질 때도 굉장히 기분 좋게 헤어졌고요. 이제 '앞으로도 같이 일하자' 이런 식으로 헤어진 거거든요. 안 그래도 어제 제가 뉴스를 본건데 미국의 어떤 언론사가 '러시아 정부에서 일부러 언론에서 잘루즈니와 젤렌스키의 불화에 대해서 기사를 쓰도록 돈을 엄청 많이 쓰고, 그런 지시를 내리고, 온라인에서도 그런 글을 많이 썼다' 이런 보도를 봤습니다.
◇ 이가혁〉 러시아 정부에서?
◆ 올레나 쉐겔〉 러시아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지도부 사이에서는 그런 불화가 있다는 걸 자꾸 보여주고 싶은 거죠. 근데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정말 그런지 의심이 드는 거죠. 근데 제가 봤을 때는 이렇게 언론에서 또는 인터넷에서 나오는 만큼은 그런 불화가 있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 이가혁〉 전쟁에서 여론전, 심리전도 많잖아요. 러시아 당국이 어떻게 보면 이번 잘루즈니 총사령관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불화설을 일부러 확대시켰다라고도 보는 분석도 있다는 거군요.
◆ 올레나 쉐겔〉 러시아에서 그런 허위 사실들이 미국 언론사를 속일 정도로 굉장히 많이 내보내고 있는 거잖아요. 한국 언론들도 그거를 그대로 인용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거는 기자분들이 사실 확인을 철저히 해 주셔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가혁〉 젤렌스키 지지율 추이는?
◆ 올레나 쉐겔〉 당연히 젤렌스키 지지율이 조금씩 떨어진 건 맞는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60%가 결코 낮은 건 아니고요.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힘들고 지쳐하죠. 이렇게 2년 동안 계속하고 있고 쉽게 출구가 보이지 않으니까.
◇ 이가혁〉 지지율이 좀 떨어질 수 있는 거는 자연스럽다. 알겠습니다. 이제 다음 달에 러시아 대선이 있고, 푸틴 대통령이 지금 상황이라면 당선될 것은 뻔한 상황인데, 푸틴이 '지금의 전선을 유지하면서 일단 전쟁 멈추자'고 우크라이나에 제안을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전선을 유지한다는 건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긴 하죠. 땅을 빼앗긴 상황이니까. 이런 푸틴의 협상 제안에 대해 우크라이나국민들의 반응은 좀 어떤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러시아 대선 자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올레나 쉐겔〉 누구도 푸틴이 당선될 걸 의심하지는 않고요. 아마 100% 이상의 투표율이 또 나타날 수 있다고도 생각을 합니다.
◇ 이가혁〉 전선을 유지하면서 전쟁 멈추자는 푸틴에 제안에 대해선?
◆ 올레나 쉐겔〉 그거는 사실은 러시아가 지금까지 여러 번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그거는 본심이 없는 말이거든요. 왜냐하면 우선 러시아를 겉으로 봤을 때는 영토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여기서 중요한 게 뭐냐면 '러시아가 잘못했다. 러시아가 전쟁 범죄 국가다' 이런 걸 절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황이고요.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 정권을 '나치 정권, 파시스트 정권' 이라고 하면서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 정권을 바꿔야 된한다고 얘기하는데, 그건 러시아 자기네들이 승인하는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 거거든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기네들이 오케이 할 사람으로 해야한다는 얘기인 거거든요.
◇ 이가혁〉 러시아 밑으로 두겠다?
◆ 올레나 쉐겔〉 거의 그렇죠. 그러니까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현 전선 유지하며 전쟁 중단하자는 푸틴의 제안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죠.
◇ 이가혁〉 그렇군요. 아까 초반에 교수님께서 '전쟁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참 슬프다, 받고 싶지 않은 질문'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지금 우크라이나에 계시는 분들은 이 전쟁이 어떻게 종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되어야 한다는 당위로 본다면 어떤 결말을?
◆ 올레나 쉐겔〉 사실은 국제사회의 지지가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안이거든요. 왜냐하면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물론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국가들에서 도와주는 건 있지만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조금 실망하기도 합니다. 조금은 아니지 큰 실망이기는 한데, 마치 우리만의 전쟁인 것처럼 다들 구경만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만의 전쟁은 아닙니다. 2014년도에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시켰을 때 무력으로 이렇게 군대를 보내서 합병시켰잖아요. 그때 그냥 눈을 감아줬잖아요. 대부분 그냥 “우려스럽다” 이 말밖에 안 했었잖아요. 그러면 “해도 되네. 그러면 또 쑤셔보자. 또 한 번 침략해보자” 이렇게 하면서 지금 이 상황까지 온 겁니다. 근데 우크라이나만의 일이 아닌 거는 사실 한국에서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지금 북한도 계속 미사일 날리고 뭐 이러는데 그것도 쑤셔보는 거잖아요. “그냥 가만히 있네? 말만 하네? 별다른 반응 없네?” 이렇게.
◇ 이가혁〉 일종의 '간보기'를 하는거죠.
◆ 올레나 쉐겔〉 근데 만약에 북한의 도발 뒤에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가 뒤에서 받쳐줄게' 얘기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는 거거든요.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하지 마' 이렇게 바로 대응해야 하는 것처럼, 국제 무대에서도 “하지 마” 이렇게 바로 해야하는 건데 계속 이렇게 지켜보기만 하면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결국 이 전쟁이 끝나려면 우크라이나 혼자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힘이 모아져야 되는 겁니다. 그러면 가능하다고 저는 봅니다.
◇ 이가혁〉 국제사회의 힘이 관심이 좀 필요하다. 저희가 지금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게 뭔지'라는 질문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은데요. 일단 '국제사회의 관심'을 말씀하셨고, 시민들의 생활의 관점에서도 지금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게 뭔지 말씀해 주시고 오늘 인터뷰 마무리하죠.
◆ 올레나 쉐겔〉 군대에서는 당연히 이제 무기가 필요하고 포탄이 필요한 상황이고요. 일반 국민들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그래도 이제 약품이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고요. 정부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예전만큼은 많이 못 하니까,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 환자는 지역에 따라선 공급 받는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약품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 이가혁〉 2년이 지나면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서 관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보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오늘 모셨습니다.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학과 교수님과 이야기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올레나 쉐겔〉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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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통역 출신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교수
"전쟁 언제 끝? 출구 안보여 이 질문 가장 힘들어"
"사촌동생, 친구...여전히 전쟁터 나가 싸우는 중"
"중동 상황·선거 등 이슈 부상...국제사회 관심 부탁"
■ 방송 :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평일 오전 8시 JTBC News 유튜브)
■ 진행 : 이가혁 기자 / 대담 :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
■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용시: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딱 2년 전 오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공격을 시작하면서 이른바 '러-우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 피해는 극심합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벨퍼 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기준, 군 사상자는 러시아가 20만 명, 우크라이나가 13만 명, 민간인 사망자는 러시아 123명, 우크라이나에서 1만 58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미 전쟁에 익숙해진 지금 현지 사람들의 삶은 어떤 모습인지, 이 전쟁의 '엔딩 장면'은 과연 어떻게 될지, 올레나 쉐겔 한국외국어대학교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 이가혁〉 25년째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계신 거죠?
◆ 올레나 쉐겔〉 네 맞습니다.
◇ 이가혁〉 제가 알기로는 과거에 한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 때 통역도 하셨고. 무슨 대통령 때였어요?
◆ 올레나 쉐겔〉 제가 처음으로는 2006년도에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이제 시작하고 쭉 지금 통역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이가혁〉 2년 전 오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습했습니다. 그때 이 뉴스를 국내에 계셨을 텐데 어디서 접하셨고 그때 어떤 심경이셨어요?
◆ 올레나 쉐겔〉 사실은 러시아가 공격을 실시하기 전에 이 분위기가 뭔가 이렇게 심상치 않고 있었잖아요. 그래서 그전에는 한 2주 전부터는 여러 언론사에서 연락이 왔고 좀 그런 상황을 알려달라라고 하는 게 많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날은 제가 또 어떤 신문사 기자분이랑 인터뷰를 하고 저희 집 근처에 이제 인터뷰를 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이제 핸드폰을 보면서 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거 딱 보면서 전쟁이 일어났다 공격을 했다 러시아가 이런 뉴스를 보게 되었거든요. 길거리에서 그래서 정말 그때 이제 몸도 얼어붙고 집까지 가긴 가야 되고 어떻게 집까지 갔는지도 기억 잘 안 나고 그때 이제 그 애들은 겨울 방학이었기 때문에 다 집에 있었고 그러면 저는 이제 애들 놀라면 안 되니까 방으로 들어가서 문 닫고 처음으로 '소리 없이 운다'는거 해봤죠.
◇ 이가혁〉 왜냐하면 지금 우크라이나 현지에 올레나 쉐겔 교수님 가족이나 친구분들도 다 계실 테니까요.
◆ 올레나 쉐겔〉 저희 부모님이랑, 여동생, 아기가 있기 때문에. 이제 해외로 피난 갔었어요. 근데 아기 아빠라든가 우리 사촌 동생들, 유치원 동생들, 또 사촌 동생 남편들 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전선에 나가 있습니다.
◇ 이가혁〉 그냥 계신다는 게 아니라 전선 그러니까 전쟁터에.
◆ 올레나 쉐겔〉 30~40대 남자들이여가지고 다 지금 군에 가서 싸우고 있는 거예요.
◇ 이가혁〉 그러면 연락은 자주 하실 수 있는 상황인가요?
◆ 올레나 쉐겔〉 최전선에 있으면 연락이 잘 안 될 때가 많고 휴대전화는 이제 반납하고 쉴 때는 다시 받는 식인데, 근데 이제 부상 때문에 잠시 이렇게 병원에 있거나 집에서 쉴 때는 그때 이제 연락을 자주 주고받고 그렇거든요.
◇ 이가혁〉 저희는 사실 그냥 한국인으로서 외신 그냥 국제 뉴스로만 보고 있는데 그냥 지금 올레나 쉐겔 교수님은 그냥 엄마, 아빠의 이야기, 친구의 이야기, 조카의 이야기잖아요. 전쟁이 이렇게까지, 2년이나 갈 거라고 예상하셨어요?
■ 진행 : 이가혁 기자 / 대담 :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
■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용시: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딱 2년 전 오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공격을 시작하면서 이른바 '러-우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 피해는 극심합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벨퍼 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기준, 군 사상자는 러시아가 20만 명, 우크라이나가 13만 명, 민간인 사망자는 러시아 123명, 우크라이나에서 1만 58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미 전쟁에 익숙해진 지금 현지 사람들의 삶은 어떤 모습인지, 이 전쟁의 '엔딩 장면'은 과연 어떻게 될지, 올레나 쉐겔 한국외국어대학교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 이가혁〉 25년째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계신 거죠?
◆ 올레나 쉐겔〉 네 맞습니다.
◇ 이가혁〉 제가 알기로는 과거에 한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 때 통역도 하셨고. 무슨 대통령 때였어요?
◆ 올레나 쉐겔〉 제가 처음으로는 2006년도에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이제 시작하고 쭉 지금 통역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이가혁〉 2년 전 오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습했습니다. 그때 이 뉴스를 국내에 계셨을 텐데 어디서 접하셨고 그때 어떤 심경이셨어요?
◆ 올레나 쉐겔〉 사실은 러시아가 공격을 실시하기 전에 이 분위기가 뭔가 이렇게 심상치 않고 있었잖아요. 그래서 그전에는 한 2주 전부터는 여러 언론사에서 연락이 왔고 좀 그런 상황을 알려달라라고 하는 게 많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날은 제가 또 어떤 신문사 기자분이랑 인터뷰를 하고 저희 집 근처에 이제 인터뷰를 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이제 핸드폰을 보면서 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거 딱 보면서 전쟁이 일어났다 공격을 했다 러시아가 이런 뉴스를 보게 되었거든요. 길거리에서 그래서 정말 그때 이제 몸도 얼어붙고 집까지 가긴 가야 되고 어떻게 집까지 갔는지도 기억 잘 안 나고 그때 이제 그 애들은 겨울 방학이었기 때문에 다 집에 있었고 그러면 저는 이제 애들 놀라면 안 되니까 방으로 들어가서 문 닫고 처음으로 '소리 없이 운다'는거 해봤죠.
◇ 이가혁〉 왜냐하면 지금 우크라이나 현지에 올레나 쉐겔 교수님 가족이나 친구분들도 다 계실 테니까요.
◆ 올레나 쉐겔〉 저희 부모님이랑, 여동생, 아기가 있기 때문에. 이제 해외로 피난 갔었어요. 근데 아기 아빠라든가 우리 사촌 동생들, 유치원 동생들, 또 사촌 동생 남편들 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전선에 나가 있습니다.
◇ 이가혁〉 그냥 계신다는 게 아니라 전선 그러니까 전쟁터에.
◆ 올레나 쉐겔〉 30~40대 남자들이여가지고 다 지금 군에 가서 싸우고 있는 거예요.
◇ 이가혁〉 그러면 연락은 자주 하실 수 있는 상황인가요?
◆ 올레나 쉐겔〉 최전선에 있으면 연락이 잘 안 될 때가 많고 휴대전화는 이제 반납하고 쉴 때는 다시 받는 식인데, 근데 이제 부상 때문에 잠시 이렇게 병원에 있거나 집에서 쉴 때는 그때 이제 연락을 자주 주고받고 그렇거든요.
◇ 이가혁〉 저희는 사실 그냥 한국인으로서 외신 그냥 국제 뉴스로만 보고 있는데 그냥 지금 올레나 쉐겔 교수님은 그냥 엄마, 아빠의 이야기, 친구의 이야기, 조카의 이야기잖아요. 전쟁이 이렇게까지, 2년이나 갈 거라고 예상하셨어요?
◆ 올레나 쉐겔〉 2년, 3년 이게 아니라 저는 사실은 한번 시작하면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2년 전 제 인터뷰를 보시면 그때 정말 전쟁이 일어날까요? 이런 질문을 제가 많이 받았는데 저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었거든요. 근데 그게, 왜 우리가 뭔가 눈앞에 위험한 게 보이면서도 그게 정말 일이 벌어지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알기 때문에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실은 전쟁이 일어나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타격이 클 것이라는 거는 알고 있기 때문에 설마 러시아도 이런 전쟁까지는 하지 않겠지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죠. 그거를 믿고 싶었던 거죠. 근데 한번 시작하면 러시아가 쉽게 멈추지 않을 거라는 거는 알고 있었으니까. 저는 사실 지금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는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까요? 언제 끝날까요?' 이런 질문을 받는데 제가 참 가장 싫어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뭔가 좋은 말씀을 제가 했으면 좋은데 이 전쟁이 쉽게 끝날 수 있는 그런 출구가 저한테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요.
◇ 이가혁〉 출구가 안보인다?
◆ 올레나 쉐겔〉 왜냐하면 러시아에서는 정권 교체가 된다라든가 이런 얘기를 심지어 푸틴이 죽는다라든가 이런 얘기를 하는데 사실 그걸로 끝난 건 아니거든요. 만약 실제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조금 혼란이 와서 우크라이나가 그 틈을 따서 일시적으로 평화를 이룰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으로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은 이 전쟁은 다시 발발이 되거든요.
◇ 이가혁〉 잠시 멈출 수 있지만 근본적인 게 없으면 또 일어날 수도 있다.
◆ 올레나 쉐겔〉 생각해 보세요. 지금 푸틴이 러시아에서 대통령 한 지가 20년이 넘었어요. 20년 전에 태어난 러시아의 아이들은 푸틴 말고는 다른 대통령을 보지를 못했던 겁니다. 메드베데프가 잠시 말로만 대통령했지 사실은 푸틴이 계속 했었죠.
◇ 이가혁〉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했었던.
◆ 올레나 쉐겔〉 그래서 지금 이 사람들은 푸틴 밖에 모르고 푸틴이 대통령 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거는 역사 교과서 손 댄 거였거든요. 그러면 이 사람들은 역사라든가 세계사라든가 이런 것은 이제 러시아 체제에서 얘기하는 방향으로 밖에 못 본 거거든요. 러시아 역사 교과서 보시면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은 '러시아는 수천 년 역사 동안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공격한 적이 없다' 이렇게 나오는 거거든요. 러시아 역사를 모르는 한국 사람들이라도 '이거는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 이가혁〉 그럼 지금 현 상황으로 다시 돌아와서 아까 가족분들도 전선에 지금 나가 계시다고 했는데 가족들에게 듣고 현지 언론을 통해 파악하고 계시는 지금 우크라이나 전선의 상황은 어떤 거예요?
◆ 올레나 쉐겔〉 사실 전황이 쉽지는 않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영국 등 국가들한테 지원을 받아서 전쟁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런 지원이 아시다시피 지금 많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사실 우리 친척들이랑 연락을 해서 제가 항상 한국에서 약이라든가 핫팩이라든가, 이렇게 여기서 구해서 보낼 수 있는 거는 좀 자주 보내거든요. 전화해서 이분들한테 '뭐 보내줄까, 뭐가 필요하니?' 물어보면 웃으면서 '폭탄 몇 개 보내줘'라고 해요. 그러니까 그 얘기는 결국에는 우리가 용기 내고 싸우고 있는데 무기가 없으면 버틸 수는 한계가 있는 거잖아요. 근데 또 한 가지는 언론을 보면 러시아에서는 북한 포탄을 쓴다든가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마치 우크라이나는 여러 나라에서 지원을 도움을 받고 있는데 러시아는 자기 힘으로 싸우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사실 그건 아닙니다. 러시아는 중국, 인도에 석유나 가스를 수출하면서 계속 수익을 유지하고 있고 이란, 북한에서는 무기 지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고. 아마 어제 뉴스에서 나왔을 건데 이란에서도 이번에 400대의 탄도미사일을 또 이렇게 받기로 했다라고 나왔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당연히 혼자 힘으로는 버티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 이가혁〉 그렇지만 전쟁 1년 차 정도까지만 해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 가면 미국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정말 큰 박수를 받고 그랬는데 그다음해에 갔을 때는 좀 미지근했어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도 예전보다는 조금 차가워졌다라는 느낌도 들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무기 지원 같은 것도 '꼭 계속해야 해?' 이런 여론도 특정 정치권에선 나오는 것 같고 이런 상황은 좀 불리하게 여겨지시겠네요.
◆ 올레나 쉐겔〉 올해가 전 세계적으로 대선이나 총선이 많이 있는 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쟁은 전쟁대로지만 사실은 각 국가에서는 전체적인 상황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우크라이나가 본의 아니게 여기에 이제 휩쓸리게 되는 거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미국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통과가 안 되거나 뭐 이런 건 올해 대선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거거든요. 한국도 이번에는 총선을 하기때문에 거기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는 거죠. 우크라이나 이슈는 그러니까 중요도가 점점 떨어지게 되는 거고, 그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도 일어났고.
◇ 이가혁〉 미국에서도 '두 개의 존재은 부담된다' 이런 말도 나오죠.
◆ 올레나 쉐겔〉 그런 전체적인 상황, 대선과 총선 같은 다른 뉴스가 너무 많아졌고 우크라이나도 이렇게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뉴스가 아니잖아요. 그럼 우선 순위에서 점점 밀릴 수밖에 없는 건데 계속 관심 있게 조금 봐주시는 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 이가혁〉 저희도 그런 차원에서, 지구촌 사회라는 인식으로 봤을 때 어쨌든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가족, 친척이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지금 올레나 쉐겔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자 그러면요. 이런 거대한 정치 담론도 중요하지만 그분들의 생활은 지금 어떤가로 좀 들어가 볼게요. 일단은 생필품과 식료품 물가가 정말 뛰었다, 그래서 고통받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임금을 더 받기 위해서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분들도 늘고 있다는 뉴스도 보고 있는데, 실제 현지에 있는, 군인이 아닌 그냥 민간인들의 지금 생활은 좀 어떻습니까?
◆ 올레나 쉐겔〉 사실은 전쟁 상황이기 때문에 거기에 많이 맞춰져 있는 거죠. 초기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생필품 같은 걸 많이 구하기가 힘들었을 때도 있었어요. 그랬는데 요즘은 어느 정도는 안정화됐어요. 물론 가격은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약품이나 이런 거는 구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근데 이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랑 얘기해보면은 지금 전쟁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사는데 어떠냐고 물어보면 '괜찮아, 그냥 우리가 예전이랑 똑같이 살고 있어', '정상적으로 살고 있어'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든요. 근데 그 얘기는 정말 정상적으로 살고 있다는 건 아니거든요.
◇ 이가혁〉 그렇겠죠.
◆ 올레나 쉐겔〉 예를 들어서 처음에 얘기하면 '괜찮다' 그러는데 깊이 얘기하다 보면 예를 들어서 매일 미사일 날아가는 소리, 공습 소리, 이런 거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하고 심리적으로는 참기 힘든 상황이잖아요. 그러면 정말 오토바이 소리라든가 헬리콥터 소리만 들어도 책상 밑으로 숨는 거예요. 의도하지 않아도 몸이 그냥 저절로 책상 밑으로 들어가는 그런 행동 보이기도 하고 직접 저도 그런 건 봤어요. 한국을 잠시 방문하신 우크라이나 분이 오토바이 소리에 그냥 테이블 밑으로 숨더라고요. 우크라이나에 있다가 잠시 한국을 방문하신 분이.
◇ 이가혁〉 큰 소리 나니까.
◆ 올레나 쉐겔〉 그렇죠 숨어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왜 이러세요?' 물으니까 '미안, 미안' 이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몸이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또 얘기하다 보면 예를 들어서 군인들을 위해서 모금을 하거나, 아니면 물건을 만들거나, 이런 것들은 각자 조그맣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이렇게 생각해서 그런걸 했더라고요. 한 번씩 그런 질문도 해요. 사람들은 너무 전산적인 삶을 사는 것 같다.
◇ 이가혁〉 젊은이들은 파티도 하고.
◆ 올레나 쉐겔〉 근데 그게 언론에서 보도되는 거 보면 너무 과하게, 그리고 너무 충격적인 그런 내용만 골라서 보도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고요. 문화 행사라든가 이런 건 사람들 의견을 물어보면 사실 우크라이나 내에서도 거의 매주마다 그런 뉴스에서 그런 여론조사가 나와요. 무슨 행사하거나, 파티 하거나 이런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
◇ 이가혁〉 전시 상황에서 이런 게 괜찮느냐 이런 조사군요?
◆ 올레나 쉐겔〉 네, 그 파티라고 하는 건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파티가 아니거든요. 입장료를 받아서 군으로 기부되거나 아니면 따로 모금을 해서 기부되거나 대부분 이런 거거든요. 그리고 특히 나이 많으신 분들 얘기 들어보면, 우리가 매일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는데 한 번씩 사람이 좀 풀 데가 필요하다, 안 그러면 사람이 그냥 미쳐버리고 살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 거는 조금 언론에서 너무 단편적으로만 보도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 이가혁〉 전쟁 중이어도 문화 생활도 하고 해야지 오히려 사람들이 마음이 좀 치유가 되지 뭐 전쟁이라고 막 맨날 막 불 끄고 지하에서만 살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런 생각도 들어요.
◆ 올레나 쉐겔〉 그러니까 언론에서도 보도가 굉장히 자극적인 것만 골라서 하는 거니까 예를 들어서 어제도 제가 봤던 건데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면서 부상자를 두고 버리고 갔다, 지옥의 길에 부상자를 그냥 버리고 갔다, 이런 식으로 기사 제목이 나온 거예요. 그런데 우크라이나 군인이 거기서 실제로 얘기했었고 실제로 오프라인으로 한 인터뷰 중에서 한 10%만 가져온거예요. 골라 쓰기인 거죠. 부상자를 가능한 많이 데리고 나가려고 했었는데 그 당시에 이제 마지막으로 절수하는 인원들이었으니까 그때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도 불안, 러시아 군인도 불안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러시아 측에서는 이 우크라이나 부상자들을 데리고 가서 우크라이나에 잡힌 러시아 포로랑 교환하기로 약속했던거예요. 근데 러시아는 그 약속을 어긴 거죠. 아무튼 이런 내용은 하나도 기사에 안나오고 마치 우크라이나군이 자국 부상병을 버리고 떠났다는 식으로.
◇ 이가혁〉 어느 나라 언론 보도였나요? 한국 언론이?
◆ 올레나 쉐겔〉 한국 기사에요. 그래서 그런 것도저는 조금 불만스러운 부분입니다.
◇ 이가혁〉 지금 현지에 계시는 분들의 삶을 좀 비춰보면 재정난 때문에 공교육 시스템도 어려워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원래는 초, 중학교 교과서를 무료로 나눠주는데 전시 자금이 많이 들어가니까 교육에 돈이 투입이 덜 될 테니까, 교과서 인쇄할 돈도 부족해진 상황이라는 보도도 봤습니다. 교육에도, 복지에도, 어린이들의 삶에도 많은 조금 변화가 있는 거죠.
◆ 올레나 쉐겔〉 그거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전쟁하고 있는 나라 입장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돈을 아껴야 하는 수밖에 없는데 불행 중에 다행인 하나는, 코로나 때 전자 교과서를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사실 그걸로 온라인 학습 시스템을 잘 만들어놨거든요. 그래서 그걸 많이 활용하고 있고, 디지털 기기 같은 경우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구입하는 것도 있고, 다른 나라에서 기증하는 것도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우크라이나 학생들한테 제가 알기로는 1000대 이싱 태블릿PC를 기증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이가혁〉 그렇군요. 불행 중 다행으로 전자기기를 활용해서 교육은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거군요. 젤렌스키 대통령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역설적이지만 유명 인사가 됐습니다. 그 국방색 티셔츠 항상 입고 결연한 의지로 스피치를 하던 모습도 제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2022년 전쟁 초기에는 지지율이 91%, 물론 전쟁 때 되면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죠. 작년 10월에도 81%, 그런데 12월에 62%까지 떨어졌습니다. 물론 62% 지지율은 낮은 건 아닙니다만, 전쟁이 2년 가까이 되다 보니까 군납 비리 같은 잡음도 있고요. 그리고 우크라이나 국민 영웅이라고 불리는 잘루즈니 총사령관 불화설이 있었고 최근에 해임까지 하는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위나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합니까?
◆ 올레나 쉐겔〉 역시 언론에서 좀 과하게 좀 이렇게 다루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특히 잘루즈니 총사령관과의 불화에 있어서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언론보도로 보면 젤렌스키가 잘루즈니를 경쟁자로 여겨서 해임했다는 말도 나오는데, 그건 아닙니다. 잘루즈니는 전문 군인입니다. 정치에 관심있다는 얘기를 한번도 한 적이 없고 그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젤렌스키와 잘루즈니가 헤어질 때도 굉장히 기분 좋게 헤어졌고요. 이제 '앞으로도 같이 일하자' 이런 식으로 헤어진 거거든요. 안 그래도 어제 제가 뉴스를 본건데 미국의 어떤 언론사가 '러시아 정부에서 일부러 언론에서 잘루즈니와 젤렌스키의 불화에 대해서 기사를 쓰도록 돈을 엄청 많이 쓰고, 그런 지시를 내리고, 온라인에서도 그런 글을 많이 썼다' 이런 보도를 봤습니다.
◇ 이가혁〉 러시아 정부에서?
◆ 올레나 쉐겔〉 러시아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지도부 사이에서는 그런 불화가 있다는 걸 자꾸 보여주고 싶은 거죠. 근데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정말 그런지 의심이 드는 거죠. 근데 제가 봤을 때는 이렇게 언론에서 또는 인터넷에서 나오는 만큼은 그런 불화가 있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 이가혁〉 전쟁에서 여론전, 심리전도 많잖아요. 러시아 당국이 어떻게 보면 이번 잘루즈니 총사령관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불화설을 일부러 확대시켰다라고도 보는 분석도 있다는 거군요.
◆ 올레나 쉐겔〉 러시아에서 그런 허위 사실들이 미국 언론사를 속일 정도로 굉장히 많이 내보내고 있는 거잖아요. 한국 언론들도 그거를 그대로 인용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거는 기자분들이 사실 확인을 철저히 해 주셔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가혁〉 젤렌스키 지지율 추이는?
◆ 올레나 쉐겔〉 당연히 젤렌스키 지지율이 조금씩 떨어진 건 맞는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60%가 결코 낮은 건 아니고요.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힘들고 지쳐하죠. 이렇게 2년 동안 계속하고 있고 쉽게 출구가 보이지 않으니까.
◇ 이가혁〉 지지율이 좀 떨어질 수 있는 거는 자연스럽다. 알겠습니다. 이제 다음 달에 러시아 대선이 있고, 푸틴 대통령이 지금 상황이라면 당선될 것은 뻔한 상황인데, 푸틴이 '지금의 전선을 유지하면서 일단 전쟁 멈추자'고 우크라이나에 제안을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전선을 유지한다는 건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긴 하죠. 땅을 빼앗긴 상황이니까. 이런 푸틴의 협상 제안에 대해 우크라이나국민들의 반응은 좀 어떤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러시아 대선 자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올레나 쉐겔〉 누구도 푸틴이 당선될 걸 의심하지는 않고요. 아마 100% 이상의 투표율이 또 나타날 수 있다고도 생각을 합니다.
◇ 이가혁〉 전선을 유지하면서 전쟁 멈추자는 푸틴에 제안에 대해선?
◆ 올레나 쉐겔〉 그거는 사실은 러시아가 지금까지 여러 번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그거는 본심이 없는 말이거든요. 왜냐하면 우선 러시아를 겉으로 봤을 때는 영토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여기서 중요한 게 뭐냐면 '러시아가 잘못했다. 러시아가 전쟁 범죄 국가다' 이런 걸 절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황이고요.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 정권을 '나치 정권, 파시스트 정권' 이라고 하면서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 정권을 바꿔야 된한다고 얘기하는데, 그건 러시아 자기네들이 승인하는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 거거든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기네들이 오케이 할 사람으로 해야한다는 얘기인 거거든요.
◇ 이가혁〉 러시아 밑으로 두겠다?
◆ 올레나 쉐겔〉 거의 그렇죠. 그러니까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현 전선 유지하며 전쟁 중단하자는 푸틴의 제안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죠.
◇ 이가혁〉 그렇군요. 아까 초반에 교수님께서 '전쟁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참 슬프다, 받고 싶지 않은 질문'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지금 우크라이나에 계시는 분들은 이 전쟁이 어떻게 종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되어야 한다는 당위로 본다면 어떤 결말을?
◆ 올레나 쉐겔〉 사실은 국제사회의 지지가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안이거든요. 왜냐하면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물론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국가들에서 도와주는 건 있지만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조금 실망하기도 합니다. 조금은 아니지 큰 실망이기는 한데, 마치 우리만의 전쟁인 것처럼 다들 구경만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만의 전쟁은 아닙니다. 2014년도에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시켰을 때 무력으로 이렇게 군대를 보내서 합병시켰잖아요. 그때 그냥 눈을 감아줬잖아요. 대부분 그냥 “우려스럽다” 이 말밖에 안 했었잖아요. 그러면 “해도 되네. 그러면 또 쑤셔보자. 또 한 번 침략해보자” 이렇게 하면서 지금 이 상황까지 온 겁니다. 근데 우크라이나만의 일이 아닌 거는 사실 한국에서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지금 북한도 계속 미사일 날리고 뭐 이러는데 그것도 쑤셔보는 거잖아요. “그냥 가만히 있네? 말만 하네? 별다른 반응 없네?” 이렇게.
◇ 이가혁〉 일종의 '간보기'를 하는거죠.
◆ 올레나 쉐겔〉 근데 만약에 북한의 도발 뒤에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가 뒤에서 받쳐줄게' 얘기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는 거거든요.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하지 마' 이렇게 바로 대응해야 하는 것처럼, 국제 무대에서도 “하지 마” 이렇게 바로 해야하는 건데 계속 이렇게 지켜보기만 하면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결국 이 전쟁이 끝나려면 우크라이나 혼자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힘이 모아져야 되는 겁니다. 그러면 가능하다고 저는 봅니다.
◇ 이가혁〉 국제사회의 힘이 관심이 좀 필요하다. 저희가 지금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게 뭔지'라는 질문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은데요. 일단 '국제사회의 관심'을 말씀하셨고, 시민들의 생활의 관점에서도 지금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게 뭔지 말씀해 주시고 오늘 인터뷰 마무리하죠.
◆ 올레나 쉐겔〉 군대에서는 당연히 이제 무기가 필요하고 포탄이 필요한 상황이고요. 일반 국민들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그래도 이제 약품이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고요. 정부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예전만큼은 많이 못 하니까,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 환자는 지역에 따라선 공급 받는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약품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 이가혁〉 2년이 지나면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서 관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보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오늘 모셨습니다.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학과 교수님과 이야기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올레나 쉐겔〉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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