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괜찮은 상황" 17K 괴물 류현진의 위엄, 우승팀 LG 떤다…염경엽 엄살 아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목표 하나를 빼야겠다. 구단 역사상 최다승(88승)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의 엄살일까. 염 감독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 한화 이글스)의 국내 복귀 소식이 들리자마자 시즌 목표 수정에 나섰다. LG는 지난해 86승56패2무 승률 0.606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고, 2위 kt 위즈를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면서 1994년 이후 29년 만에 KBO리그를 평정했다. 다만 구단 역대 최다승 기록인 87승(2022년)을 뛰어넘지 못했다. 염 감독은 그래서 올해 우승팀의 새로운 목표로 '구단 역대 최다승 달성'을 추가했는데 류현진이라는 큰 걸림돌이 등장했다.
류현진은 지난 22일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 계약에 사인하고 KBO리그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종전 KBO 역대 최고액 기록인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의 152억원(4+2년)을 가볍게 깼다. 류현진은 44살이 되는 2031년 시즌까지 한화와 함께하기로 하면서 팬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질렀다.
한화는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였기에 국내 복귀를 반기는 건 당연했다. 류현진은 2013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전까지 괴물 같은 투구로 한국프로야구를 장악했다. 동산고를 졸업하고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2순위로 한화에 입단하면서 역사는 시작됐다. 데뷔 시즌이었던 2006년 30경기, 18승6패, 201⅔이닝, 204탈삼진,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하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신인왕이 MVP까지 차지하는 건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였고, 지금도 류현진이 유일한 사례로 남아 있다. 류현진은 2012년까지 한화의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190경기, 98승52패, 1세이브, 1269이닝, 1238탈삼진,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하며 국내 최고 투수로 입지를 굳혔다.
LG는 류현진이 한국에서 맹활약할 때 가장 많이 당했던 팀이다. 류현진은 LG 상대 통산 성적 22승8패, 평균자책점 2.36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프로 데뷔 첫 승리를 2006년 4월 12일 잠실 LG전(7⅓이닝 10탈삼진 무실점)에서 챙겼고, KBO리그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신기록인 17개(2010년 5월 11일 청주 LG전 9이닝 1실점 완투승)도 LG 상대로 달성했다. 물론 지난 11년 동안 류현진도 LG도 많이 달라졌지만, 야구에서 상대성은 보통 선수 커리어 내내 유지되는 편이다. LG가 류현진에 당한 과거를 그저 '과거'로 넘기기 부담스러운 이유다.
게다가 류현진은 현재 메이저리그에 잔류하기 충분한 가치를 지닌 선수다. 류현진은 올겨울 미국 언론이 선정한 FA 랭킹에서 상위 40~50명 안에는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인 2022년 6월 토미존 수술을 받은 이력이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지난해 8월 빅리그 마운드로 돌아와 11경기, 3승3패, 52이닝,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며 건강을 충분히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갖고 시즌을 준비하는 만큼 지난해보다 빼어난 구위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4~5선발이 부족한 메이저리그 팀에서는 노련한 베테랑 류현진을 원할 법했고, 실제로 다년 계약 오퍼도 있었으나 류현진이 거절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커리어도 중요했지만, 본인이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만큼 힘이 남아 있을 때 한국에 돌아와 한화와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때가 지금이라고 판단했고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10시즌 통산 성적 186경기, 78승48패, 1055⅓이닝, 934탈삼진, 평균자책점 3.27로 마무리했다.
한화가 류현진을 이 정도로 대우한 건 1선발을 맡아주길 바라서다. 기존 에이스였던 펠릭스 페냐도 안정적이긴 하지만, 류현진이 1선발로 상대팀을 압도하면서 선발진을 끌고 가는 그림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 손혁 한화 단장은 류현진의 개막전 등판 여부와 관련해 "오키나와에서 몸 상태를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했지만, 류현진은 개막전 등판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류현진은 오키나와 합류를 앞두고 개막전 등판과 관련해 "일단 현재 투구수로 보면 괜찮은 상황인 것 같다. 이 시기에 거의 65개 정도 던진 것은 어떻게 보면 생각보다 많이 던진 것일 수도 있다. 아직 100%를 다해서 던진 것은 아니다. 오늘(23일) 가서 느껴봐야 할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한화는 다음 달 23일 잠실에서 LG와 원정 경기로 2024년 시즌을 시작한다. 대전 홈 개막전은 다음 달 29일 kt 위즈를 상대로 펼쳐진다. 로테이션상 류현진이 시즌 개막전과 홈 개막전에 모두 등판하는 구상이 가능하다.
염경엽 감독은 "한화가 류현진을 화요일 홈 개막전에 넣겠구나 싶었는데, 잠깐 다시 생각해 보니 이제 개막 시리즈에서 원정경기를 치른 팀도 다음 주말에 홈 개막전이 있더라"며 "목표 하나를 빼야겠다. 구단 역사상 최다승(88승)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올해 우승 팀의 승수도 예년보다 줄어들 거다. 84승이면 1위가 되지 않나 싶다"고 다시 계산기를 돌린 결과를 밝혔다.
염 감독은 류현진이 합류한 한화를 올해 가장 큰 변수로 여겼다. 그는 "한화 상대로 +3승(9.5승~6.5패) 정도를 기대했는데 쉽지 않게 됐다. 우리 전체 목표 승수에서 1.5~2승 정도는 빼야 맞을 것 같다"고 냉정하게 이야기했다.
류현진-페냐-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까지 한화 선발 4명은 꽤 탄탄하다는 평가를 곁들였다. 염 감독은 "한화가 4강 전력을 갖췄다. 선수 1명이 들어온 수준이 아니다. 4선발까지 다 갖춰졌는데, 이 4명 가운데 우리가 맞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우리가 경기를 잘 준비하고 치러야 이길 수 있다"며 경계하고 또 경계했다.
류현진은 우승팀 감독이 시즌 목표를 수정하는 상황에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베테랑답게 그저 웃어넘길 뿐이다. LG가 목표 승수를 수정하는 건 LG의 문제고, 류현진은 어느 경기에 등판하는 팀 승리에 보탬이 되면 그만이다. 류현진은 한화가 시즌 개막 이후에도 상위권 팀이 위협을 느낄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시즌 준비를 더 철저히 하려 한다.
류현진은 "우선 건강하면 이닝은 충분히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150이닝 이상은 던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일단 포스트시즌은 진출을 해야 한다. 그게 첫 번째다. 그동안 고참급 베테랑 선수들과 FA 선수들을 많이 영입하면서 신구조화가 잘 이뤄진 것 같고 또 어린 선수들도 작년에 좋은 모습 보이면서 올 시즌에 좀 더 좋은 자신감을 갖고 시즌을 시작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포스트시즌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지며 LG를 비롯한 9개 구단을 긴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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