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를 힙하게, 강하게…탁구 사랑에 빠진 부부의 진심

황민국 기자 2024. 2. 2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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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이사(왼쪽)가 지난 23일 부산 벡스코 특설경기장에서 진행 중인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아내인 채문선 부회장과 함께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탁구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부산 벡스코에선 열정적인 ‘단짝’이 눈에 띄었다.

푸르른 쪽빛으로 물든 유니폼을 입은 아내가 펄쩍 뛰어오르며 기뻐하면, 옆자리의 남편은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탁구에 빠져든 나머지 한국 탁구의 전도사로 자리잡은 채문선 대한탁구협회 부회장(38)과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이사(46)였다.

촌각을 다투는 일정을 모두 미뤄둔 채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관람하고 있는 두 부부는 지난 22일 기자와 만나 “탁구의 매력에 빠지면서 지인들에게 ‘왜 탁구를 안 치냐’고 말한다”며 “이젠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잘 치는지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웃었다.

■현정화로 시작된 인연…탁구에 ‘일타쌍피’로 흠뻑 빠졌죠

이 대표이사는 “먼저 탁구에 빠진 쪽은 운동에 관심이 없던 아내였다. 평생 음악만 공부했던 사람이 갑자기 관심을 갖더라”고 고백했다. 2022년 한 방송에 출연한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55)이 제자이자 현역 선수인 서효원(38)을 상대로 세월을 뛰어넘는 솜씨를 뽐낸 것이 계기였다.

“이거 한 번 해볼까?”라고 마음먹은 아내가 쇼핑몰에서 구입한 저가 라켓을 손에 든 채 무작정 집 주변의 탁구장에 달려가더니 어느덧 자신도 옆에서 탁구를 치고 있었다는 게 남편의 고백이었다. 고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하루종일 탁구 레슨 이야기로 재잘거리는 아내에 맞춰주다보니 동네 탁구 대회까지 함께 참가하고 말았다.

채 부회장은 “파(포핸드 랠리)만 넣을 줄 알면 된다는 설득에 ‘새싹부’로 참가했는데, 나만 초짜였다”며 “우리 문선이 한 번이라도 이겨야 한다고 응원해주는 우리 탁구장 사람들의 정에 그만 빠졌다. 남편은 정작 대회를 앞두고 다치면서 심판을 봤다”고 말했다.

한 번 탁구에 빠지니 다른 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한 지인이 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과 찍은 사진을 보고 무작정 집으로 초대해 새로운 인연까지 맺었다. 한국 탁구에 힘을 보태달라는 유 회장의 부탁에 아내가 덜컥 부회장직을 맡았다.

당시를 떠올린 이 대표이사는 “우리 부부가 탁구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에 유 회장이 뭔가를 느낀 것”이라며 “아내가 부회장직을 맡으니 나까지 ‘일타쌍피’로 넘어가고 말았다”고 웃었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이사(오른쪽부터)와 채문선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이 지난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덴마크에 승리한 선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탁구를 힙하게, 강하게

탁구에 넘어간 부부의 관심사는 한국 탁구의 성장이 됐다.

부족한 부분을 돕다보니 집안의 곳간까지 마음껏 열었다. 채 부회장은 친정인 애경그룹에 대한탁구협회 후원을 부탁했고, 이 대표이사는 세아그룹의 힘을 모아 협회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관심사는 조금 달랐다. 아내는 탁구를 힙하게 바꿨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피치스(Peaches)와 콜라보로 만든 유니폼이 대표적이다.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공개된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의 입에선 “예쁘다”는 반응이 절로 나왔다. 이번 대회를 알리는 홍보전에선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스타들과의 협업도 주도했다. 채 부회장은 “탁구가 멋지다는 인상을 주고 싶다”며 “탁구의 인프라를 멋지게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남편은 탁구의 미래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탁구 영재를 후원하는 ‘세아 아카데미’가 첫 작품이다. 허예림과 이승수 등 어리지만 재능있는 선수들을 잘 키워내면 한국 탁구가 굳건한 만리장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이사는 “탁구를 알아갈 수록 한국 탁구의 가능성도 믿게 됐다”면서 “중국이 얼마나 잘하는지 알지만, 우리도 언제나 메달을 노릴 힘이 있다. ‘어벤저스’가 나올 환경만 만들어주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부는 힙하고 강한 탁구에서 새로운 스타가 나올 그 날을 기다린다. 김연아의 등장에 피겨가 인기 스포츠로 발돋움한 것처럼 탁구도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과거 현정화와 유남규(한국거래소 감독), 김택수(미래에셋증권 감독) 트로이카가 나타났던 한국 탁구라 불가능한 미래도 아니다. 부부는 “우리의 열정이 지나칠 수도 있지만 탁구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라며 “탁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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