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괴롭혔던 그들, 이제 반격의 시간?···“무려 12년, 붙어봐야지”[스경x이슈]

김은진 기자 2024. 2. 2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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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이 23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밝은 표정으로 러닝 훈련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현진(37·한화)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KBO리그에서 뛴 7년 동안 해마다 타이틀홀더를 거의 놓치지 않았다. 평균자책 1위를 2회(2006·2010년), 다승왕을 1회(2006년), 그리고 탈삼진왕을 5차례(2006·2007·2009·2010·2012년) 차지했다. 신인왕과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독식하며 데뷔한 류현진은 리그 타자들을 잡아먹는 괴물이었다.

그런 류현진으로 인해 괴로워한 타자들과 팀이 여럿이었다. 류현진이 KBO리그에서 거둔 98승 중 68승이 LG(22승), 롯데(17승), KIA(14승), 삼성(14승)에서 나왔다.

반대로 그런 류현진에게도 잘 치는 타자들 역시 일부 있었다. 현역 타자 가운데서는 최형우(48타수 16안타·0.400), 김현수(36타수 13안타·0.361), 최정(58타수 21안타·0.362) 등이 류현진을 상대로 당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경쟁력이 살아있는 채로 한화에 돌아온 류현진의 등장은 올시즌 KBO리그를 흔들어놓을 가장 큰 변수로 꼽히고 있다. 각 구단은 류현진으로 인한 시즌 예상 승수를 일단 조정해야겠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12년이 지났다. 류현진과 상대했던 타자들 중 대부분이 은퇴해 현재 리그에 없다. 남아있는 타자들도 거의 소속 팀이 바뀌었고, 커리어하이를 거쳐 초창기 파릇했던 그때와는 입지와 경험치가 전혀 다른 리그 최고의 베테랑 타자들이 되어 있다.

한화 류현진이 23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불펜피칭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류현진이 12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투수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큰 변화를 겪었다.

미국에 가기 전 한화 류현진은 20대 중반의 쌩쌩한 투수였다. 시속 150㎞ 강속구를 앞세우며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던졌다. 사실상 직구와 체인지업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하는 위력적인 구위를 가진 투수였다.

메이저리거가 된 뒤 류현진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만 두 번을 받으며 총 세 번의 수술을 했다. 11년 간 빅리그에서 생존하기 위해, 또 부상으로 인한 재활 이후 회복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속은 전같지 않은 대신 매우 다양한 구종을 이제 갖고 있다. 컷패스트볼, 싱커가 더해졌고 슬라이더와 커브는 구속을 달리 해 그 안에서도 또다른 구종으로 효과를 낸다. 평균구속이 140㎞대 초반에 머물지만 구종이 다양해지면서 완급조절과 수 싸움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유형의 투수로 지금은 변화해 있다.

과거 류현진의 강한 공에 힘을 쓰지 못했던 타자들에게는 다시 만나 승부하기가 더 수월할 수도 있고, 과거 류현진에게 잘 쳤던 타자들에게는 오히려 지금이 더 까다로운 투수일 수도 있다. 타자마다 또 승부하는 스타일이 다르기에 12년 만의 재회 결과는 완전히 ‘변수’다.

과거 류현진 상대로 잘 쳤던 타자들도 “그때랑은 완전히 다른 투수라서”라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KT 황재균



‘절친’ 황재균(KT)도 마찬가지다. 1987년생으로 류현진과 동기인 황재균은 현대에서 2007년 1군 데뷔해 2012년까지 류현진 상대로 45타수 13안타(0.289)를 쳤다. 그 중 본격적인 커리어가 시작된, 롯데 이적 이후에는 26타수 9안타(0.346)로 류현진에게 잘 쳤다. 류현진이 LA 다저스에서 뛰던 2017년, 황재균 역시 메이저리그에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해 메이저리그에서 투타 맞대결도 가졌다. 류현진이 변화하고 있던 시기였다. 황재균은 돌아온 류현진과 재회하게 된 KBO리그 타자들 중 가장 최근에 류현진의 공을 쳐본 타자이기도 하다.

황재균은 “(미국 가기 전) 그때 현진이는 너무 잘 던졌다. 삼진도 많이 먹었고 롯데 시절에 내가 왜 잘 쳤는지는 모르겠다”고 웃으며 “그때는 현진이는 커브도 잘 안 던져 구종이 사실 3개였다. 그래서 나는 빠른 공 위주로 노려쳤다. 몸쪽 직구도 잘 던지고 바깥쪽 체인지업도 잘 던지지만 체인지업은 최대한 안 건드리고 몸쪽 직구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으니까, 이제는 노려쳐야 되는 투수가 아닐까 한다. 미국에서 만난 것도 벌써 7년 전이다. 이제는 붙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 류현진이 2010년 5월 11일 LG전에서 완투승과 함께 한 경기 최다인 17탈삼진 기록을 세우고 경기를 마치며 포수 신경현으로부터 공을 받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류현진의 복귀로 인해, 과거 류현진한테 대기록을 헌납하며 하염없이 당했던 LG와 재대결은 대표적으로 주목받는다.

당시 암흑기 정중앙에 있었던 LG는 류현진이 떠난 다음 시즌인 2013년 가을야구로 진출해 암흑기를 탈출했고, 올해는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뒤 디펜딩 챔피언으로 시즌을 준비하는 팀이다. 현재 LG에서 류현진을 상대해봤던 타자는 김현수와 오지환밖에 없을 정도로 LG는 완전히 다른 팀이다. 그나마 김현수도 당시에는 두산 소속이었다.

류현진이 생전 처음 상대해보는 팀도 있다. 미국으로 떠난 뒤 창단한 NC와 KT는 류현진과 상대전적을 이제 처음으로 쌓아가기 시작할 예정이다. 물론 두 팀에도 과거 류현진을 만났던 타자들이 베테랑으로 자리하고 있다.

류현진도 달라졌고, 타자들도 달라졌다. 그러나 멘털 스포츠인 야구에서 과거의 기억, 심리 싸움은 무시할 수 없이 큰 비중으로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류현진이 KBO리그에 복귀한 것이 무려 12년 만이라는 점은 대단히 큰 변수다. 돌아온 괴물 투수 류현진이 여전히 그들에게 ‘천적’일지, 류현진에게 ‘천적’이었던 타자들은 여전히 강할지, 어떤 역전이 벌어질지 지켜보는 것이 올해 KBO리그의 가장 큰 재미가 됐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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