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ML 시범경기 데뷔전 출전 무산 왜?... 美 현지서도 뜨거운 관심 '이래서 슈퍼스타인가' [애리조나 현장]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5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2024 미국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개막전을 치른다.
이미 지난 23일 메이저리그 전체 시범경기 일정이 본격적으로 출발 테이프를 끊었다. 23일에는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시범경기 개막전을 치렀으며, 24일에는 다른 팀들의 시범경기가 일제히 펼쳐졌다. 그리고 25일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시범경기를 치를 예정인데, 아쉽게 이정후의 모습은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은 24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실시한 팀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브리핑을 통해 "이정후는 옆구리 쪽에 경미한 통증이 있는 관계로 시범경기 첫 경기에는 나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서도 이정후의 시범경기 개막전 선발 라인업 제외 소식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매체 CBS 스포츠는 이날 오전 샌프란시스코의 소식을 다루는 매체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수잔 슬러서의 보도를 인용, "이정후가 약간의 옆구리 통증으로 인해 오는 토요일(25일) 시카고 컵스와 캑터스 리그 개막전에는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이 매체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정후가 며칠 내로 경기에 출전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따라서 그 부상은 지나치게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The Giants believe Lee will be ready to play in a couple days, so the injury doesn't look to be something overly concerning)"고 설명했다.
다만 부상의 장기화를 걱정하기도 했다. CBS 스포츠는 "옆구리 부상의 경우 어느 정도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구단은 KBO 수입(KBO 리그로부터 영입한 이정후)에 대해 최대한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Side injuries do have a tendency to linger, however, so expect the club to exercise the utmost caution with the KBO import)"고 덧붙였다. 이밖에 로토 볼러와 산타 크루즈 센티넬 등 또 다른 매체들도 이정후의 통증으로 인한 시범경기 선발 라인업 제외 소식을 전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와 계약 세부 내용도 공개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는 계약 첫해인 2024시즌 700만 달러(약 90억 6000만원)를 수령한다"고 밝혔다. 이는 6년 계약 기간 중 가장 적은 금액이다. 단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500만 달러(약 64억 7000만원)의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입단 계약금)를 받는다"고 밝혔기에, 실제로 이정후가 내년에 받는 금액은 1200만달러(약 155억 300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정후는 2023시즌 키움 히어로즈에서 연봉 11억원을 받았다. 단년 계약으로 연봉 10억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KBO 리그에서 이정후가 최초였다. 샌프란시스코는 "2025시즌 1600만 달러(약 207억원), 2026시즌과 2027시즌에는 2200만 달러(약 284억 7000만원)를 각각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2027시즌이 끝난 뒤 이정후의 거취 여부다. 이정후는 4년 차 시즌을 마친 뒤 옵트아웃을 실행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만약 옵트아웃을 실행할 경우,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파기한 뒤 FA(프리에이전트) 신분 자격으로 다른 구단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는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굉장히 좋은 활약을 펼치며 몸값을 더욱 올렸을 경우에 실현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25일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오스틴 슬레이터(지명타자)-윌머 플로레스(1루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J.D. 데이비스(3루수)-타이로 에스트라마(2루수)-패트릭 베일리(포수)-헤리엇 라모스(우익수)-마르코 루시아노(유격수)-루이스 마토(중견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이정후가 맡을 예정인 리드오프 자리에는 슬레이터가, 또 수비 포지션에서 이정후의 원래 자리인 중견수는 루이스 마토가 각각 배치됐다.
일단 이정후가 없는 상황 속에서 사령탑은 '플랜 B'를 실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이미 사령탑의 마음속에서 이정후는 붙박이 리드오프 겸 중견수다. 미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지난 15일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가 시즌 시작부터 라인업의 선두로 나설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나는 그동안 수많은 일본 선수와 함께 해왔다. 샌디에이고에서는 김하성과 함께 지내기도 했다"면서 "이정후가 얼마나 팀에 빨리 적응하게 될지, 얼마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지 이미 눈에 선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정후의 외향적인 성격도 함께 언급한 뒤 "보통 주위를 둘러본 뒤 적응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이정후는 누구나 쉽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성격이다. 지금까지는 모든 게 좋다"며 두둔했다. 옆구리 통증으로 중요한 시범경기 첫 경기를 치르기에 앞서 잠시 쉬어가게 됐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런 일이 결코 드물지 않다. 주로 메이저리그는 선수 입장에서 많은 것을 배려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결국 이정후의 결장 역시 슈퍼스타를 향한 관리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에 결과적으로 이정후는 오는 25일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배려 속에서 회복에만 전념할 전망이다.
이정후는 지난 19일부터 처음으로 팀 공식 훈련을 소화했다. 그 이전까지 주로 강도가 높지 않은 개인별 맞춤 훈련을 통해 재활과 회복에 힘썼다. 다만 최근에는 이정후에 대한 다소 황당한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아직 메이저리그(MLB)가 시작조차 하지 않았는데 미국 현지에서 최악의 FA(프리에이전트) 계약 공동 2위의 분류한 것.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22일(한국시간) 2024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을 앞두고 각종 설문 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는 메이저리그의 전·현직 구단 임원과 감독, 코치 및 스카우트 등 총 31명이 비시즌 각 구단의 내용을 평가했다. 매체에 따르면 최악의 FA 계약 부문에서는 총 30명의 선수가 표를 받았다. 그런데 그중에는 이정후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이정후는 7표를 받으며 팀 동료 조던 힉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함께 공동 2위에 자리했다. 디 애슬레틱은 "최악의 FA를 선정한 기준은 선수의 기량보다 계약 조건이다. 계약 조건을 놓고 평가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이정후는 만날 때마다 자신의 시범경기 출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 늘 모범 답안을 내놓고 있다. 이정후는 "그건 감독님께서 결정하실 문제"라면서 "계속해서 트레이닝 파트와 코칭스태프가 제 몸 상태가 어떤지 체크하고 있다. 같이 서로 이야기하면서 잘 맞춰나갈 것 같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주전급 선수들은 대개 선발 라인업에 포함돼 수비와 한두 타석만 소화한 뒤 교체되는 경우가 많다. 23일에는 김하성이 첫 시범경기를 치렀는데, 안타 1개를 뽑아낸 뒤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냈다. 그리고 무리하지 않은 채 더 이상의 타석 소화 없이 바로 교체했다. 다른 주전 선수들도 두 타석 정도만 들어가고 그라운드에서 나온 채 퇴근길에 올랐다.
아울러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이정후의 빠른 공 대처 여부도 큰 관심을 끌 전망이다. 지난해 MLB.com은 "이정후는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던 2023시즌을 제외하고, 타율 0.318 미만의 수치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그런 이정후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빠진 툴을 하나 꼽자면 파워라 할 수 있다"며 "이정후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물음표는 빠른 공 대처 여부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KBO 리그 투수들은 시속 95마일(152.8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한다. 그랬기에 이정후가 2023시즌을 앞두고 특별히 준비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또 과거 롯데 자이언츠에서 현역으로 활약한 뒤 외국인 스카우트로 활동했던 라이언 사도스키도 "이정후는 KBO 리그보다 더 빠른 구속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정후는 입국 후 기자회견에서 타격 폼 수정에 관해 "더 오랫동안 잘하고 싶어서 타격 폼을 바꿔본 적도 있다. 최고로 잘했을 때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미국에서는 그런 부분을 높게 평가해 주신 것 같다. 타격 폼은 당장 수정할 생각이 없다. 내년에는 우선 그대로 부딪혀보려고 한다. 일단 해보고 거기에 맞게끔 변화를 줄 생각이다. 나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있어서 좀 더 빠르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정후는 그저 빨리 투수들의 공을 제대로 쳐보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제가 아직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아 아직은 와닿지 않는다. 그냥 빨리 투수의 공을 쳐보고 싶다"며 자신감과 동시에 들뜬 마음을 표현했다. 급할 건 없다. 몸 상태가 100% 상태일 때 데뷔전을 치러도 충분하다. 과연 이정후가 첫 시범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리조나(미국)=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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