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조산책 MLB]'관리는 라이언, 실력은 클레멘스', 벌랜더 이제 은퇴를 말하지 않는다

노재형 2024. 2. 2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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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벌랜더는 2022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18승4패, 평균자책점 1.75를 마크하며 생애 세 번째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AP연합뉴스
저스틴 벌랜더는 놀란 라이언을 우상으로 삼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적어도 2007년까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놀란 라이언과 함께 로저 클레멘스가 꼽혔다.

우선 라이언은 통산 최다 탈삼진(5714개) 기록 보유자다. 1947년 1월 생인 그는 1966년 데뷔해 1993년까지 27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활약했다. 라이언은 탈삼진 부문 뿐만 아니라 통산 볼넷(2795개) 부문서도 단연 1위다. 기록에서 나오듯 그는 빠른 공과 낙차 큰 커브로 타자들을 압도하면서도 많은 볼넷을 내주는 바람에 한 번도 시즌을 대표하는 투수, 즉 사이영상을 수상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라이언이 역대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건 몸과 마음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46세가 될 때까지 정신력과 체력을 유지하며 프로 선수의 '역할'과 '책임'을 몸소 실천했기 때문이다. 1993년 은퇴 시즌 그는 13경기에서 66⅓이닝을 던졌다. 98마일짜리 강속구를 뿌렸고, 빈볼 시비로 마운드로 달려들던 20살이나 어린 로빈 벤추라를 헤드락을 걸어 혼내주기도 했다. 그를 전설적인 투수로 만든 결정적 장면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MLB)이 1999년 20세기 마지막 시즌을 맞아 팬들을 대상으로 20세기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조사해 'MLB 올-센추리 팀(All-Century Team)'를 선정했는데, 라이언은 99만2040표를 얻어 '신의 왼팔' 샌디 쿠팩스(97만434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1993년 8월 5일(한국시각) 텍사스 레인저스 투수 놀란 라이언이 빈볼 시비로 마운드로 들이닥친 시카고 화이트삭스 로빈 벤추라에 헤드락을 걸어 공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저 클레멘스는 통산 7번 사이영상을 수상했으나,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는 못했다. AP연합뉴스

그런데 클레멘스가 이룬 업적은 라이언을 넘어선다. 1984년 데뷔해 2007년에 은퇴한 클레멘스는 25년 동안 354승184패, 평균자책점 3.12, 4672탈삼진의 기록을 남겼다. 사이영상을 7번이나 거머쥐었다. 20세기만 따져도 5번이다. 한 차례 MVP에 올랐고, 11번 올스타에 뽑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를 최고의 투수로 보지 않는다. 커리어 전체를 얼룩지게 한 스테로이드 스캔들 때문이다. 버드 셀릭 커미셔너의 주도로 메이저리거들의 스테로이드 사용 실태를 조사해 2007년 12월 발표한 '미첼 리포트(Mitchel Report)'에 클레멘스는 1998년, 2000년, 2001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 1998년과 2001년에는 5번째, 6번째 사이영상을 받았다.

클레멘스의 항변에도 그는 '약물 투수'로 역사에 남았고, 끝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했다.

1962년 8월 생인 클레멘스는 45세까지 현역 생활을 했으나, 스테로이드의 도움을 받았으니 라이언과 대비되는 '슈퍼스타'였음은 틀림없다. 21세기가 24년이나 지난 요즘 클레멘스를 말하는 투수는 없다. 반면 라이언은 여전히 추앙받고 있다. 라이언을 우상으로 삼는 투수가 지금 41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저스틴 벌랜더는 최근 뉴욕 포스트(NP)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과 인터뷰에서 "라이언은 파워 피처(power pitcher)가 육체적으로 할 수 있는 높은 기준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헤이먼이 "라이언은 10억명 중 한 명(one of a billion)"이라고 하자 "나도 그렇다(So am I)"라고 당당하게 응수했다.

놀란 라이언은 20세기 최고의 투수로 꼽힌다. 라이언이 은퇴 후인 2001년 5월 2일(한국시각) 그의 7번째 노히터 10주년을 맞아 알링턴볼파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벌랜더는 지난해 여름 뉴욕 메츠에서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AP연합뉴스

헤이먼은 기사에서 '벌랜더는 이미 겨켜이 쌓아올린 오래되고 많은 이야기가 담긴 커리어에 또 다른 족적을 남길 준비를 하려고 애스트로스로 돌아왔다. 그는 (선발등판 경기에서)언제 마운드에서 내려갈 지 잘 판단할 만큼 현명해져 아주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절대 마운드를 내려가지 않으려는 그 고집도 훨씬 유해졌다'고 평가했다.

벌랜더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45세까지는 던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그 나이가 가까워지자 '은퇴 시점'을 절대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헤이먼은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이 있는 한 계속 열심히 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우승도 몇 번 더 해보고 싶은 것이다. 벌랜더가 지난해 뉴욕 메츠의 트레이드를 받아들였던 것은 메츠가 2024년 시즌까지는 전력을 강화할 계획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벌랜더는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다가올 즈음 다저스와 볼티모어가 트레이드에 관심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두 팀이 선택지라면 트레이드를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휴스턴 얘기가 나왔다. 내가 우승 반지를 낀 곳이다. 휴스턴으로 협상이 기울었다고 했을 때 무척 기뻤다"고 기억했다.

벌랜더는 통산 257승141패, 평균자책점 3.24, 3342탈삼진을 마크 중이다. 사이영상은 3번을 수상했다. 모범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유명 모델이자 배우인 케이트 업튼과도 단란한 가정을 꾸려 이미지도 좋다. 명예의 전당 입성을 예약했다.

벌랜더는 메이저리그 노사가 경기력향상물질(PED) 금지 조항을 마련한 2003년 이후에 데뷔한 선수다. 약물은 물론 불미스러운 일과 관련된 적이 없다. '라이언의 자기 관리'에 '클레멘스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초 2년 8667만달러 계약을 맺은 그는 올시즌을 마치면 또 FA가 된다. 라이언처럼 46세까지 던지려면 계약을 5년 더 연장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저스틴 벌랜더와 케이트 업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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