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듯한 가슴 통증...과도한 음주, 바로 취침 피해야 [ESC]
위산이 후두 자극해 잔기침도
만성·방치되면 궤양·출혈·협착
흡연 안 좋고 콜라·초콜릿 삼가야
가슴 부위에서 통증이 나타나면 흔히 심장질환을 떠올린다. 하지만 가슴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이 가운데 소화기계 질환도 있는데, 위·식도 역류 질환이 대표적이다. 이는 원래 위장에서 분비돼 음식물의 소화에 도움이 돼야 할 위산이 식도로 역류돼 여러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위산은 강한 산성을 가졌기 때문에 식도 조직의 손상도 나타난다. 이 때문에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는 환자도 있으며, 위산이 목구멍에도 손상을 일으켜 기침이나 쉰 목소리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장질환으로 오해하기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한해 평균 약 470만명이 역류성 식도질환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우리 국민 10명당 약 1명꼴로 이 질환을 앓은 셈이다. 2018년 약 445만명이던 환자 수는 2022년 488만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약 10%가량 증가한 것이다. 연령별로는 상대적으로 고령층이 많다. 60대가 전체 환자의 21.3%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50대 19.9%, 40대 17%, 70대 12.4% 차례였다.
성별로는 여성(58%)이 남성보다 많다. 흡연이나 과도한 알코올 섭취 등 생활 속에서 역류성 식도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습관이 상대적으로 덜한데도 환자 수가 많은 것은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병원 방문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위식도역류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 통증, 특히 타는 듯한 느낌의 통증이다. 환자들은 보통 “가슴이 쓰리다”거나 “가슴이 화끈거린다”고 표현한다. 통증은 대부분 명치 끝에서 목구멍 쪽으로 치밀어 오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종종 이 통증은 목이나 팔 쪽은 물론 등 쪽으로도 뻗치기도 한다. 일부 환자들은 가슴 통증이 너무 심해 심장질환으로 오해하고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있다.
가슴 통증과 함께 위산 역류로 나타나는 증상은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역류된 위산이 목구멍 후두 쪽에 자극을 주는 경우 감기와 같은 호흡기계 질환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잔기침이 계속되면서 목소리가 쉬기도 한다. 또 목구멍이 간질거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콧물이 코에 가득 찬 듯한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감기가 오래 지속된다며 병원을 찾았는데 역류성 식도질환이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소화기계 증상으로는 음식물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거나 삼키고 난 뒤 음식물이 내려가면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위식도역류질환이 없어도 위장으로 내려간 음식물이나 위장에서 분비된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류가 잦아지면 위산이 결국 식도 점막에 손상을 일으켜 가슴 통증 등 여러 증상을 일으킨다. 일단 이 증상만으로 위식도역류질환으로 추정하고 위산 분비를 막는 약을 써서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보고 진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음식물을 삼키고 난 뒤 제대로 위장으로 내려가지 않는 증상, 즉 ‘연하곤란’이 생기거나 구토가 있으면 위장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또 토사물에 피가 섞여 있거나 몸무게 감소가 나타날 때도 마찬가지다. 위식도역류질환 등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위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도 대략 절반가량은 식도에서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평소 위식도역류질환 증상이 없는데도 위장내시경 검사에서 식도의 점막 손상이 관찰되는 사람도 있다. 이때는 증상이 없어도 식도의 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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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위를 비워야
위식도역류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로는 24시간 식도 산도검사나 위장내시경검사가 있다. 24시간 산도검사는 측정하는 기계를 부착한 뒤 평소 생활을 하면서 검사하며, 기계에 기록된 자료를 분석해 진단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역류성 식도질환은 위산 분비를 줄이는 약 등으로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이후 증상이 다시 생겼다가 약으로 다시 없어지는 만성적인 경과를 밟기도 한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약을 끊은 경우에도 흔히 재발한다. 만성으로 진행하면 식도에 궤양이 생기거나 식도 점막에서 출혈이 생기는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오래 반복되면 식도 자체가 좁아지는 ‘식도 협착’이 생겨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 수 있다. 이때는 수술로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증상이 수년에서 수십년 계속되면서 장기화하면 식도암 발병 가능성도 커질 수 있으므로 위식도역류질환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식도 하부의 괄약근이 위장에서 식도로 향하는 입구를 막을 정도로 조여주기 때문에 평소 위장으로 내려간 음식물은 식도로 역류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괄약근이 이완되면 음식물이 식도로 넘어오는 역류가 나타날 수 있다. 이 괄약근의 압력을 비정상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상황을 피해야 위식도역류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올바른 식습관이다. 기름진 음식, 초콜릿, 페퍼민트, 과도한 알코올 등은 식도 아랫부분의 괄약근의 압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피해야 할 음식이다. 특히 술을 밤늦게까지 마시면 자는 동안에도 위산이 계속 분비돼 위장의 내용물이 식도로 넘어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또 오렌지주스·콜라 등과 같은 음료수나 적포도주도 여러 농도의 산성도를 가지고 있어 위식도역류질환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삼가야 한다. 흡연도 나쁘다. 담배를 피우면 우리 몸에서 침 분비가 줄게 돼 위식도역류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식사 습관 자체도 예방과 증상 조절에 중요하다. 우선 자기 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해야 하며, 식사 뒤에 바로 눕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잘 때 머리가 몸보다 높아질 수 있도록 베개를 베거나 머리를 포함해 상체를 올리고 잘 수 있도록 침대를 조절하면 수면 시 역류 증상을 줄이고 잔기침이나 목구멍 통증 등과 같은 증상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김양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했다. 한겨레 의료전문기자로 재직하면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위한 기사를 썼고,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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