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나눔은 당연한 일"…30년째 숨은 봉사하는 도덕교사 부부

김선형 입력 2024. 2. 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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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저희 손길이 필요하지 않을 때 '이제 더 어려운 아이를 도와주세요'라고 말해요."

전직 경북도 중등교사 차미경(59)씨는 동갑내기 남편과 함께 지난 30년간 경북 경주 지역 봉사 소모임 '나누리'에서 숨은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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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중등교사 차미경씨 부부, 소모임 '나누리'서 봉사
소외된 이들에게 지원 손길…주간보호센터에도 후원
30년간 경북 경주에서 '조용한' 봉사 실천한 나누리 회원들 모습 [차미경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주=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저희 손길이 필요하지 않을 때 '이제 더 어려운 아이를 도와주세요'라고 말해요."

전직 경북도 중등교사 차미경(59)씨는 동갑내기 남편과 함께 지난 30년간 경북 경주 지역 봉사 소모임 '나누리'에서 숨은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15명이 활동 중인 '나누리'는 1994년부터 경주에서 소외된 아이들과 어르신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봉사 소모임이다.

알음알음으로 모인 방사선사, 간호사 등 의료진을 주축으로 소방관, 교사, 자영업자, 건축가 등이 활동하고 있다.

초기 단계에는 '효(孝)나누리'란 이름으로 나눔을 실천했다.

독거노인들을 상대로 말벗이자 생활 속 도움을 주는 것으로 봉사에 뛰어든 회원들은 차 선생님 부부를 회원으로 받으며 소외된 청소년들에게까지 그 손길을 뻗었다.

사랑을 나누는 손길 [연합뉴스 자료]

나누리는 단발성 지원이나 봉사 활동에 그치지 않았다.

팀을 나눠 대상자인 조손 육아 가정, 한부모 가정, 소년·소녀 가장, 복지시설 학생, 독거노인들에게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정서적·금전적 지원을 나눴다.

덕분에 아이들이 성인이 된 뒤에도 여전히 연락이 오고, 만나고 싶어 하면 인연을 이어갔다.

30년 동안 나누리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건네 받은 이들은 20여명이다.

차씨는 "지금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기본적인 복지들을 당시에는 거의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리대 지원, 병원 방문, 가정생활 상담 같은 기본에서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며 "시간이 흘러 이 아이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감동했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이면 나누리를 통해 차씨 부부의 도움을 받은 아이들에게서 연락이 오곤 한다.

차씨는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일화로 2004년부터 자신의 손길을 거쳤던 중학교 남학생이 어느덧 대학생이 되어 또 다른 봉사 활동을 하는 모습을 봤을 때를 꼽았다.

나누리 회원들이 받은 감사 문자 [차미경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중학교 도덕교사로 일하다 그녀보다 한 해 먼저 교편을 내려놓고 함께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 남편(59)은 "봉사를 통해 나 자신이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껴 스스로 좋았다"며 "나누리는 누군가가 어렵다고 하면 만장일치로 '돕자'라고 결정하는 좋은 사람들이었기에 그들과 연대하고 있어서 행복하다"고 전했다.

2021년 서라벌여중에서 퇴직한 차씨는 지금도 생활 여건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발굴해 나눔을 실천 중이다.

그는 "저희는 교사 부부였기 때문에 넉넉하지는 않아도 형편이 나쁘지는 않았다"며 "나누리는 드러내지 않고 이런 나눔을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30년을 이어왔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나누리 회원들은 지난 30년 세월 자신들이 이뤄낸 나눔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오랜 기간 봉사 대상자들과 만남을 이어가면서도 제대로 된 기념 촬영을 하거나 지역 사회에 소문을 내지도 않았다.

차씨 부부 역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는 내내 한사코 자신들의 얼굴을 공개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나누리 창립 멤버인 전직 방사선사 이모(61)씨는 10년 전 병원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경주에 어르신 주간보호센터를 차렸다.

오랫동안 함께한 나누리 회원들은 주간보호센터에도 후원을 하고 있다.

이씨는 "우리가 한 것은 봉사가 아닌 나눔이었다"며 "혼자 나눴으면 힘들었을 텐데 나누리 회원들과 품앗이 봉사를 해 나눔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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