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회계 바꾸겠다”…고강도 제재 피할 수 있을까

한겨레 입력 2024. 2. 24. 09:05 수정 2024. 2. 2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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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김수헌의 투자 ‘톡’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논란

금감원, ‘매출 부풀리기’ 판단
대표이사 고발 계획 등 통보
‘총액법’ 고수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 CFO “순액법으로 정정”

가맹 택시사업을 하면서 회계기준을 위반(분식회계)한 혐의로 감리를 받아온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이 징계조치안을 사전통보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기준 위반 동기를 ‘고의’로 판단한 근거와 함께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권고, 회사 및 대표이사에 대한 검찰고발 추진 등을 조치안에 담았다.

금감원은 사전통보에 대한 회사 의견을 받은 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감리위원회(증권선물위원회에 대한 자문기구)를 연다. 여러 차례의 감리위를 거쳐 모아진 의견은 의결기구인 증선위로 넘어가 증선위원들이 최종 결정을 하는 데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감리위와 증선위에서는 마치 재판을 하는 것처럼 회사 관계자와 법률대리인, 금감원 감리담당자들이 참여해 위원들의 질문에 진술하고 때로는 공방을 벌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매출액 계산 5배 차이

가맹사업(카카오티블루) 구조를 보면 사업 주체는 카카오모빌리티의 100%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이라는 회사다. 예를 들어 가맹택시를 이용한 손님이 택시요금으로 1만원을 결제했다면 20%인 2000원이 ‘가맹수수료’ 명목으로 케이엠솔루션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대로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에 대략 16%인 1600원을 ‘제휴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한다. 택시로부터 주행 데이터를 구매하고 광고 서비스를 받는 대가다.

카카오모빌리티(제휴수수료 지급 주체)와 케이엠솔루션(가맹수수료 수령 주체)이 완전모자회사(100% 지분관계)이므로 한 몸으로 보고 이야기를 해보자. 택시회사 입장에서는 20%를 냈다가 16%를 돌려받은 구조이므로 결국 4% 수수료만 부담하는 셈이 된다.

이러한 사업구조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액을 얼마로 인식하는 게 맞는지를 놓고 금감원과 회사가 대립해왔다. 요금 1만원을 손님이 결제했다면, 금감원은 2000원(총액)이 아니라 1600원을 뺀 400원(순액)만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로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즉 총액법이 아니라 순액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이 카카오모빌리티에 적용한 회계기준 위반 근거조항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제1115호의 문단 17 또는 문단 70~72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문단 17을 보면 ‘계약의 결합’이라는 규정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둘 이상의 계약을 체결하였을 때 하나의 계약으로 간주하고 회계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여러 계약을 체결하면서 하나의 상업적 목적에 따라 일괄 협상하거나, 한 계약에서 지급하는 대가가 다른 계약의 가격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 등이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와 체결하는 복수의 계약(가맹수수료·제휴수수료)이 별개가 아니라 가맹택시 사업이라는 하나의 상업적 목적 달성을 위해 일괄 체결하는 것이므로 단일 회계처리(매출의 순액법)가 맞다고 보는 것 같다. 매출액 400원, 비용 0원, 매출이익 400원으로 회계처리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계약과 제휴 계약은 택시회사들이 선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개별 계약들이 각각 경제적 실질을 가지므로 순액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즉 매출액 2000원, 비용 1600원, 매출이익 400원으로 회계처리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총액법을 적용하면 매출이 훨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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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정정해 징계 감경?

기준서 조항 1115호 문단 70~72는 ‘고객에게 지급하는 대가’에 대한 내용이다. 기업(카카오모빌리티)이 고객(택시회사)에 대가(제휴수수료)를 제공했을 때, 그 대가가 고객으로부터 어떠한 재화나 용역을 제공받은 데 대한 대가가 아니라면, 2000원에서 1600원을 차감한 400원만 매출로 인식하는 게 맞다는 조항이다. 예를 들어 라면 제조회사가 거래처(라면 판매회사)의 물류창고로 라면을 공급한다고 해보자. 판매회사는 다시 서울시내 각 마트에 라면을 갖다줘야 하는데, 이때 들어가는 물류비를 제조사가 제공하기로 약정했다. 기업(제조사)이 고객(판매사)에게 제공하는 대가(물류비)가 고객으로부터 재화나 용역을 제공받는 데 대한 대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 제조사가 라면 1000만원어치를 공급하고 물류비로 50만원을 지급했다면, 제조사 매출은 950만원(1000만원-50만원)이 돼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회사에 지급하는 돈은 주행 데이터와 광고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이므로 실체가 있는 재화와 용역 제공에 대한 대가라고 주장할 만하다. 그런데 기준서 조항에는 “고객에게서 받은 재화나 용역의 공정가치를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없다면, 고객에게 지급할 대가 전액을 거래가격에서 차감하여 회계처리한다”(문단 70~72)는 내용이 있다. 이 조항을 보면, 택시회사가 카카오모빌리티에 넘겨주는 주행 데이터의 공정가치를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 물론 회사는 나름대로 공정가치를 평가한 근거를 금감원에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평가 근거를 얼마나 인정해줄지가 문제다. 합리적인 공정가치의 추정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문단 70~72를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기준 위반 근거로 내세울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한가지 주목할 만한 일이 있었다. 카카오 기업실적 설명회에서 최혜령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인식을 총액법에서 순액법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카카오가 2023년도 결산을 하면서 연결재무제표를 만들기 위해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재무제표를 끌어와 합산해야 한다. 카카오가 순액법으로 끌어오겠다는 것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순액법으로 결산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실상 금감원의 논리가 맞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카카오 전체 매출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또한 총액법으로 하건 순액법으로 하건 카카오의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 재무책임자가 구태여 실적발표회에서 이런 언급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이런 발언을 했을까. 업계에서는 감리위 상정을 앞두고 내부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선제적인 회계 정정을 통해 징계 수준 감경을 추구하는 방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제 조처가 금감원 결정에 영향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감리위나 증선위 단계에서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을까.

MTN 기업경제센터장

‘기업공시완전정복’ ‘이것이 실전회계다’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1일 3분 1회계’ ‘1일 3분 1공시’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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