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홍천에 살으리랏다”…탈북민 귀농기

KBS 2024. 2. 2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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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선 농촌 살림집 건설과 식량 생산성 증대를 위해 꾸준히 농업을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만성적인 자재난과 부실한 생산 기반으로 북한 농민들의 삶은 무척 열악하다고 하죠.

이런 이유 등으로 탈북민들 또한 농촌보다는 도시 정착을 선호해 왔었는데요.

최근 들어, 도시에서의 경쟁적인 삶에 염증을 느낀 탈북민들 가운데 귀농을 고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인구 감소가 고민인 지자체에서도 탈북민들을 반기는 분위기인데요.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선 탈북민의 참여와 이웃의 포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오늘 통일로 미래로에선 긴 도시 생활을 접고 강원도 홍천에서 통일을 기다리며 귀농을 준비하는 탈북민을 만나고 왔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상생을 고민하고 함께 꿈을 키우는 모습을 소개합니다.

[리포트]

굽이쳐 흐르는 물길과 산세가 어우러진 고장, 강원도 홍천입니다.

지난해부터 이곳에 터를 잡은 춘범 씨를 만나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디 가시는 거예요. 지금?)"]

[이춘범/탈북민 : "작년부터 홍천에서 귀농 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오늘도 귀농 교육받으러 가는 날이에요."]

저희도 그 현장에 동행해 보기로 했는데요.

20분 남짓 달려 도착한 인근의 농장.

[이춘범/탈북민 : "(여기는 어디예요?) 여기는 제가 지금 스마트팜 교육을 받는 곳입니다."]

귀농 멘토, 박근호 대표가 춘범 씨를 반깁니다.

농장 안에는 출하를 앞둔 딸기가 탐스럽게 열려있었는데요.

14살에 북한을 탈출해 22살에 대한민국에 도착한 춘범 씨는 이제 한국살이 16년차인 탈북민입니다.

생사와 생존의 고비를 모두 넘기고 이제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꿈일까요.

10년 차 베테랑 농부인 박 대표가 춘범 씨에게 농사 기술을 하나씩 전수합니다.

[박근호/○○스마트팜 대표 : "평균 14도를 맞춰주는 게 딸기한테 제일 좋은 온도입니다. 모바일을 활용해서 날씨가 추우니까 보온이 되라고 (천장) 커튼을 닫아줄 수 있습니다. (지금 컴퓨터 원격으로 하시는 거예요?) 네."]

환경제어시스템을 통해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농장 설비를 원격 조정할 수 있고, 관리 정보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춘범 씨의 질문에 박 대표가 막힘없이 대답을 이어갑니다.

[이춘범/탈북민 : "아침에는 그럼 습도가 어느 정도 되는 거예요?"]

[박근호/○○스마트팜 대표 : "여기 보면 (오전) 9시 반부터 습도가 내려가야 돼요. 왜냐하면 딸기꽃들이 수정을 해야 되고, 벌들이 날아다녀야 됩니다. 그런데 습도가 높으면 벌들이 날갯짓을 못 해요."]

최적의 환경을 유지해 균일한 품질의 작물을 생산한다는 게 스마트팜의 최대 장점이라고 하는데요.

["모양이 되게 예쁘다. (어떠세요. 맛이?) 어, 맛있네요."]

함흥의 흥남비료공장 일대에서 꽃제비로 지낼 만큼 북에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은 춘범 씨에게 생계 해결은 탈북 이후에도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이춘범/탈북민 : "(꿈을 가지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네요?) 그렇죠. 꿈을 가진다기보다는 사는 게 우선이니까. 대부분 일용직이랑 음식점 쪽 일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굶주린 시기를 기억하며, 서울에서 오랜 기간 북한인권활동에 참여했고 이를 통해 귀농의 꿈을 키워나가게 됐다고 합니다.

[이춘범/탈북민 : "북한 같은 경우에는 아직도 소를 갖고 농사를 하거든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역할을 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서 귀농을 결심하고 홍천의 체류농업교육이라는 교육을 받으러 오게 됐습니다."]

지난해 지자체에서 체류 공간과 농업 교육을 지원받은 춘범 씨는 현재 주말농장을 일구며 미래를 준비해 나가고 있는데요.

귀농 조력자로 나선 박 대표에게도 탈북민의 농촌 정착은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박근호/○○스마트팜 대표 : "탈북민들이 농촌에서 정착을 하고 농업의 생산력을 더 끌어올려 줄 수 있다면 충분히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역할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농업 교육을 마친 춘범 씨에겐 또 다른 일과가 남아있었는데요.

매주 한 번씩 만난다는 이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요즘 괜찮게 잘 지내고 있어요? (네, 잘 지내고 있어요.) 다행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고요."]

지역 주민들과 함께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작품을 만드는 수업 현장입니다.

["(지금 뭐 만들고 계신 거예요?) 지금 닥종이 인형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몸통 부분을 만들고 있는 구간(순서)이거든요."]

홍천에서 귀농을 꿈꾸고 있는 춘범 씨에겐 또 다른 간절한 소망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한반도 평화 통일의 순간인데요.

오랜 기간 남과 북의 갈등과 분열은 이어져 오고 있지만 홍천 주민들과 소통하고 화합하며 통일의 염원을 이렇게 닥종이를 통한 작품 활동에 담아내고 있는 겁니다.

판문각에서 남북의 군인이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은 평화의 종이 비행기를 띄웁니다.

평화 통일의 순간을 표현한 닥종이 작품들인데요.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전시회를 준비 중입니다.

[오인철/민주평통 홍천군협의회장 : "북한의 모습, 한국의 모습 또 한국의 역사, 문화적인 체험 이런 모습을 (닥종이로) 만들어서 우리가 전시해서 탈북민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추진했는데 협조 잘 해주셔서 잘하고 있습니다."]

춘범 씨도 언젠가 남북의 주민이 손을 맞잡는 날을 기원하며 뼈대에 풀을 바른 한지를 감아 인형을 만들어 나갑니다.

처음엔 권유로 시작했지만 이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홍학기/민주평통 홍천군협의회 기획홍보분과위원장 : "우리가 같이 생활하면서 너무 적극적으로 잘 따라주시고 지금은 스스럼없습니다."]

탈북민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평화 통일’이라 는 공감대를 가지며 어렵지 않게 지역사회에 정착해 나가는 모습인데요.

[오주희/민주평통 홍천군협의회 국민소통분과위원장 : "여기 있는 분들이 땅도 알아봐 주고 스마트팜에 대한 기술도 알려주고 노력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저는 너무 좋거든요."]

[이춘범/탈북민 : "제일 중요한 건 사람들과의 소통이니까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면서 서로 이런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홍천에서 희망을 펼쳐나가는 춘범 씨와 그를 응원하는 이들이 근처 통일정으로 향합니다.

통일을 염원하며 2009년 주민들이 타임캡슐을 묻은 장소입니다.

[오인철/민주평통 홍천협의회장 : "(타임캡슐에는) 자기 소품도 있고, 사진도 있고, 도장도 있고, 술도 들어가 있고 통일이 되는 날 열기로 했습니다."]

홍천에선 언젠가 많은 탈북민 이웃들과 함께 이 타임캡슐을 열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는데요.

북녘 고향을 떠올리며 홍천에 왔다는 춘범 씨가 앞으로의 바람을 전합니다.

[이춘범/탈북민 : "홍천은 지리적 특성상 저희 고향인 함경도 지역과 많이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 농업기술과 스마트팜 농업을 배워서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싶고요. 탈북민들에게도 이런 새로운 기술에 대해 알리고 싶습니다."]

통일로 공감하고, 평화로 공존하며 이방인에서 이웃으로 거듭나는 이들의 꿈이 홍천에서 무르익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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