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북한도 포함" 미국·EU, 대규모 대러 제재…러, 입국금지 맞대응
미국과 유럽연합(EU)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을 앞두고 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의 대(對)러시아 제재를 발표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23일(현지시간) 미국·EU 발표를 종합하면 미국은 국무부·재무부·상무부 등이 러시아와 관련된 기업과 개인 600여 건을 제재 명단에 새롭게 올렸고, EU는 북한 등 개인과 기업 194건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제13차 대러시아 제재를 시행했다. 미국의 이번 대러시아 제재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뤄진 이후 최대 규모다. EU 제재 명단에는 러시아 미사일 지원 관련 강순남 북한 국방상과 북한 미사일총국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EU 제재에 북한의 개인과 단체가 오르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쟁 발발 2주년을 앞두고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 사망하자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 정부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이것이 최대 규모의 제재로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이번 제재는 나발니의 사망과 관련된 개인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금융, 방위산업, 조달 네트워크 및 여러 대륙에 걸친 제재 회피자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푸틴이 해외 침략과 국내 억압에 대해 더욱 가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우리는 러시아의 군사 및 방위 부문에 대한 제한 조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전쟁 기계에 흠집을 내고 우크라이나가 자위를 위한 정당한 싸움에서 승리하도록 돕겠다는 결의로 단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제재 배경을 설명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EU의 제재에 반발하며 EU 시민 입국 금지 등으로 맞대응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EU 제재는 불법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국제법적 특권을 훼손했다"며 EU 시민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제공'을 이유로 입국 금지했다. 미국의 제재에 대해선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통해 "대통령 선거를 앞둔 러시아 사회를 분열시키고 국익 수호를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 러시아 내정에 간섭하려는 노골적이고 냉소적인 시도"라고 비판했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서방의 이번 제재가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라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제재 실효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을 제기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지난 2년간 4000개 이상의 기업과 개인을 제재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마리아 스네고바야 선임연구원은 AP통신에 러시아 방위산업, 에너지 수입 제재만으로는 전쟁을 멈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알렉산더 이사코프 러시아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발표는 제재 체제의 점진적인 강화에 불과하다. 우리는 여전히 러시아 경제가 올해 약 1~1.5% 성장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러시아의 대외 무역을 촉진하는 개별 기업에 대한 제재는 본질적으로 일회성 실체이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인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제재는 러시아의 전쟁 능력을 제한하고자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인 에너지 산업과 군산복합체 등을 겨냥했다. 러시아의 결제 시스템 '미르'도 제재 명단에 추가됐고, 나발니 사망과 관련된 러시아 정부 당국자 3명도 제재 대상이 됐다. 재무부는 러시아의 핵심 금융 인프라를 공격하고자 러시아 펀드, 지역은행도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산 탄약과 무기 운송을 책임진 러시아 기업, 러시아가 이란산 드론(무인기)을 조달·생산하는 데 관여한 기업 등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러시아를 지원한 제3국 소재 기업을 수출제한 명단에 올렸다. 러시아(63개), 튀르키예(16개), 중국(8개), 아랍에미리트(UAE, 4개), 키르기스스탄(2개), 인도(1개), 한국(1개) 등 소재 기업이 명단에 포함됐다. 제재 명단에 오른 한국기업은 경상남도 김해에 소재한 대성국제무역(Daesung International Trade)이다. BIS는 이들 업체가 미국산 공작기계와 관련 부품, 전자시험장비 등을 허가 없이 러시아에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대성국제무역은 한국에 등록된 법인이지만 대표가 파키스탄 사람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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