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전까지 계속 불안함에 떠는 팬들…1년도 되지 않아 약속 어긴 대한축구협회 탓

강동훈 2024. 2. 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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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강동훈 기자 = “축구계 안팎의 목소리를 폭넓게 경청하는 것에 큰 목표를 두었다. 축구계 인사들만이 아닌 축구를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확장형 구조로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는 한 번도 포함되지 않았던 선수 대표를 비롯하여 전직 언론인과 기업인, 교사, 해설위원 등을 새롭게 선임했다.”

지난해 5월, 한국 축구의 근간을 흔들었던 승부조작 가담자 48명을 포함해 총 100명에 달하는 징계 축구인을 사면하기로 했다가 엄청난 후폭풍이 불자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철회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고개를 숙인 후 이사진 개편 과정을 설명하면서 한 말이었다.

특히 정 회장은 당시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인해 많은 비판과 질타가 있었다.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번 새 이사진 구성을 계기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새로 출범하는 집행부를 꼼꼼히 지켜봐 주시고, 때로는 칭찬을, 때로는 따끔한 질책도 함께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새롭게 꾸려진 전력강화위원회가 지난 21일부로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선임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24일 열리는 2차 회의부터 전면 ‘비공개’로 전환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2차 회의부터는 미디어 업무(현장 스케치·결과 브리핑·보도자료)를 일절 하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의 이 같은 결정은 계속해서 비난과 의구심이 쏟아지자, 외부와 단절하는 등 귀를 완전히 닫은 채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을 선임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에 따라 팬들은 ‘제2의 클린스만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또다시 우려하는 상황에 놓였다. 축구를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확장형 구조로 만들겠다고 이야기했던 정 회장의 말은 ‘어불성설’인 셈이다.

대한축구협회가 2차 회의부터 전면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축구계 안팎의 목소리를 폭넓게 경청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가운데, 전력강화위원회가 K리그 현직 감독을 선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지도 의문이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의 축구회관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시기적으로 내달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21일 홈·26일 원정)이 있는 만큼 선수 파악 등을 고려했을 때 국내파 감독이 적합하다는 쪽의 의견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현직에서 일하는 감독과 무직 신분인 감독 모두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축구계에선 현실적으로 놓고 봤을 때 현재 전술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갈 수 있고, 또 선수 파악에 용이한 현직에서 일하는 감독이 차기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일주일 사이 홍명보 울산HD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 김학범 제주유나이티드 감독 등의 이름이 거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K리그 새 시즌 개막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전력강화위원회가 최종적으로 K리그 현직 감독을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선임하기로 결정을 내린다면, 해당 구단은 꼼짝없이 감독을 내줘야만 한다. 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규정 제12조 제2항에 따르면 선임된 자가 구단에 속해 있으면 당해 구단의 장에게 이를 통보하고, 구단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처용 전사(울산 서포터즈)’는 홍 감독을 지키기 위해 “대한축구협회의 무능력함을 규탄하고, 또 K리그 현역 감독을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최근 한국 축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그 어떤 책임감도 느끼지 않고 오롯이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홍 감독을 포함한 모든 K리그 현역 감독을 선임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그들을 지켜내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을 성명한다. K리그는 더 이상 대한축구협회의 결정대로만 따라야 하는 전유물이 아니며 팬들과 선수, 구단, 감독 모두가 만들어 낸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처용 전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트럭 시위까지 나서는 등 거센 반발에 나섰다.

하지만 그동안 팬들의 비난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대한축구협회를 생각하면, ‘처용 전사’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를 전면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소통 창구를 완전히 닫은 가운데,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선임 과정을 알 도리가 없는 팬들로선 계속 불안함에 떨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 처용전사, FC서울, 울산현대, 제주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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