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상장 첫날' 가격 됐다"…'대박' 꿈꾸던 개미들 분노 [노정동의 어쩌다 투자자]
모멘텀 부진 속 주가 상장 당시로 회귀
코로나 국면 OTT 수혜로 주가 폭등했지만
'지리산' 흥행 실패 후 마땅한 모멘텀 부진
"올해 방영되는 텐트폴 작품 실적 기대"
# 누군들 애증하는 '나만의 주식'이 왜 없을까요. 놓고 싶어도 놓지 못하고, 팔았어도 기웃거리게 되는 그런 주식 말입니다. 내 인생을 망치기도, 내 인생을 살리기도 하는 그런 주식. 사람들은 어떻게 하다가 '내 인생 종목'을 만나게 됐는지 [노정동의 어쩌다 투자자]에서 '첫 만남',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아래 기자페이지 구독을 눌러주세요. [편집자주]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주가 흐름이 조용히 부진한 종목이 있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킹덤' 등 세계적으로 흥행한 작품을 다수 제작한 콘텐츠 제작사 에이스토리입니다. 지난 23일 주가는 전일 대비 0.35% 떨어져 1만1490원까지 내려왔습니다. 2019년 7월19일 상장 첫날 1만1400원으로 마감했으니 현재 주가 수준이 5년 전 딱 상장일 수준으로 돌아온 겁니다. 포털 종목토론방에서는 이 같은 주가에 "헛발질 열심히 하더니 새 출발 다짐이라도 한 것이냐"는 불만 섞인 우스갯소리가 나옵니다.
'시그널', '킹덤'을 쓴 스타작가 김은희 씨가 한때 소속돼 부푼 꿈을 안고 주식시장에 올라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쏟아진 기대감으로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하더니 드라마 '지리산'을 기점으로 주가가 그야말로 '산사태'처럼 흘러내린 에이스토리는 롤러코스터의 표본이라고 해도 맞을 겁니다. '우영우 신드롬'에 반짝 희망을 걸어봤지만 지금은 주주들이 기대하는 우영우 리메이크 소식 대신 쿠팡과의 'SNL코리아'를 둘러싼 소송전이 메인 뉴스입니다.
하지만 에이스토리를 통해 주식을 배웠다는 투자자가 있습니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국내 모 대형은행에 다니는 30대 여성 A씨입니다. 그는 "에이스토리를 통해 제 투자 인생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달성해보기도, 심지어 '텐배거(10배의 수익률)'를 꿈꾸기도 했다"며 "지금은 또 다른 '대박 콘텐츠'를 기다리며 차분히 기다려보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A씨가 에이스토리 주식에 '꽂힌' 건 회사가 상장하기 한참 전 방영한 tvN 드라마 '시그널'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는 "평소에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시그널'은 2~3번 반복해서 볼 정도로 좋아했고 자연스럽게 김은희 작가의 팬이 됐다"며 "이후 2019년 이 드라마 제작사의 상장 소식이 들리면서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습니다.
에이스토리는 공모주 청약 당시 기관 경쟁률만 614대 1을 기록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공모가도 최상단으로 결정됐습니다. 그는 "공모주 수요가 몰리면서 증거금을 많이 넣어봐야 몇 주 못 받을 것 같아 '상장 후 때를 기다려보자'라는 생각으로 청약은 넣지 않았다"며 "다만 주가가 계속 오를 것 같다는 생각에 상장 초기에 진입하자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은 A씨의 생각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에이스토리는 상장 후 주가 흐름이 부진했습니다. 잇단 드라마 대작들이 흥행 실패로 끝나면서 주식시장에 상장된 콘텐츠주들에 대한 우려로 번졌기 때문입니다. A씨는 "20~30주씩 계속 '물타기(추가매수로 평균 매수단가를 낮추는 것)'를 하면서 버텼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찾아온 코로나19 국면은 'K-좀비' 드라마 '킹덤'보다 주식시장을 더 다이내믹하게 만들었습니다. 코로나 초기 3000원대까지 떨어진 에이스토리 주가는 비대면 최대 수혜로 OTT 관련주들이 주인공으로 우뚝 서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날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서 영상 콘텐츠 소비 시간이 폭증하자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에 글로벌 히트작 '킹덤' 등을 공급해본 에이스토리 같은 주식에 매수세가 몰렸던 겁니다.
에이스토리 주식은 2020년 3월 3000원대까지 떨어졌었지만 1년 만인 2021년 3월 장중 5만4000원을 찍어 120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A씨는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2'를 기대하며 조금씩 모아가던 주식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코로나를 만나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감도 잡히지 않았었다"면서도 "코스피지수가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종목들도 차차 급락세가 진정되고 되레 급반등도 나오면서 일부 익절을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투자했던 자금만큼을 이익실현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며 "나머지 추가 반등분에 대해서 계속 매수를 하면서 그때부터 장기 투자 모드로 돌입했다"고 떠올렸습니다.
장기투자의 인내를 시험하기 시작한 건 드라마 '지리산'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고 합니다. A씨는 "1화를 보자마자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무리 김은희 작가의 팬이었다지만 '완주(드라마를 최종화까지 다 보는 것)'하는데는 실패했다"고 했습니다. 지리산은 전지현, 주지훈 등 화려한 캐스팅에도 혹평을 받으며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리산의 첫 방송일 직전인 2021년 10월 장중 4만원에서 등락했던 주가는 불과 2개월 만에 2만6200원까지 급락했습니다.
'우영우 신드롬'에는 주주들도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당시 종목토론방에서 주주들이 주식 얘기는 안 하고 드라마 내용에 대해서만 얘기할 정도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며 "에이스토리 주주들이 '우영우 2'와 '해외판 우영우 리메이크'를 기다리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에이스토리는 한국형 지적재산(IP)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기업"이라며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는 콘텐츠 라인업을 보다 강화할 예정이고 회당 제작비가 30억원이 넘는 대작들이 투입되면서 실적 기여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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