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구마모토 공장 24일 개소...반도체 일본 부활 신호탄?
기시다 “2030년까지 반도체 매출 3배로”
2나노 반도체 생산 위한 합작사에 직접 출자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TSMC 구마모토 공장이 24일 오픈한다. TSMC 구모모토 공장 유치는 일본이 반도체 강국 부활을 노리고 던진 승부수로 통한다. 일본 정부는 강력한 보조금 정책을 기반으로 국내외 반도체 기업을 하나로 모아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을 다시 키우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대만 반도체 업체 TSMC는 24일 일본 구마모토 1공장 준공식을 열고 오는 4분기부터 제품 생산을 시작한다. TSMC가 일본 소니, 덴소 등과 함께 반도체 공장 운영 자회사인 JASM을 설립해 지은 이 공장은 12·16·22·28나노미터(㎚) 공정 제품을 생산한다. 일본 반도체 업계에서 양산할 수 있는 최신 공정이 40나노임을 감안하면 일본 반도체 업계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구마모토가 위치한 규슈는 과거 미쓰비시 전기, NEC, 규슈일본 전기 등 일본 반도체 산업이 집중돼 있던 곳이다. 특히 구마모토는 JASM을 합작한 소니가 인근에 이미지 센서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현재까지도 반도체 산업을 위한 기반이 튼튼한 곳이다.
일본 정부와 반도체 업계는 TSMC 구마모토 공장 준공을 반도체 산업재건의 신호탄으로 삼기 위해 노력해왔다.
구마모토 제1공장은 전체 투자금의 40%인 4760억엔(4조2036억원)이 정부 예산으로 지원됐다. 2공장에도 6320억엔을 지원할 예정이다. 보조금은 현금으로 선지급해 부담이 큰 초기 투자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특히 202년 4월 착공 이후 4~5년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공사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는 과정에서도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영향이 컸다. 7000여명의 인력이 24시간 3교대로 일한 결과다. 앞서 2021년 먼저 착공한 TSMC의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이 인력 부족 문제로 가동시기가 올해에서 내년으로 미뤄진 것과 크게 대조를 이뤘다.
대만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업인 TSMC가 일본에 자리잡자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도 잇달아 일본 사업 확장에 나서 일본 반도체 산업에 활기가 돌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최소 9개의 대만 반도체 업체가 일본에 사무소를 열거나 사업을 확장했다. 반도체 설계회사인 이메모리 테크놀로지는 2년 전 요코하마에 사무실을 열었다. TSMC의 재료 검사 업체인 머티리얼스 어낼리시스 테크놀로지(MAT)도 지난해 말 규슈에 연구소를 열었고 반도체 장비 업체 피네스 테크놀로지도 일본에 공장을 짓고 있다.
파워칩은 일본에 54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갖고 일본 정부의 보조금을 얻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일본정부는 2021년 민관이 참여하는 공동사업체를 신설하고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 검토회의’를 가동하는 등 경제 안보 차원에서 국내 반도체 생산 기반을 정비해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오는 2030년까지 일본 반도체 관련 매출을 현재의 3배 수준인 15조엔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1988년 글로벌 점유율 50%에 달했던 일본 반도체가 2022년 6% 수준으로 급감하자 첨단 4차 산업에서 미국은 물론, 대만과 일본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니시카와 카즈미 일본 경제산업성 경제안보정책국장은 블룸버그에 “미중 갈등으로 대만에서 반도체 공급이 중단되면 수조달러의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고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며 일본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2022년 8월 도요타, 소니 키옥시아 등 8개 일본 주요 기업이 합작해 차세대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도 직접 출자한 것에 이어 약 1조엔의 자금도 지원한다.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 공정 반도체 개발을 목표로 미국 IBM과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설비투자에 5조 엔을 투입할 계획이다.
벨기에 반도체 연구소 IMEC의 루크 반 덴 호브 소장은 “일본은 대담한 접근 방식을 취했고 매우 빠른 의사 결정을 실행했다”며 “15~20년 전의 폐쇄적인 태도와는 크게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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