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를 주름잡던 ‘출산의 여왕’ 후손들, ‘판다외교’ 명맥 잇는다

정지섭 기자 2024. 2.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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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판다 한 쌍 들어오기로
폭풍금슬로 네 마리 새끼 낳았던 전설의 커플 후손들 올 가능성 커져

미국과 중국의 관계 경색으로 반세기 만에 중단될 뻔했던 미·중 ‘판다 외교’가 가까스로 명맥을 잇게 됐다. 중국이 이르면 올해 늦여름 판다 한 쌍을 미 캘리포니아주(州) 샌디에이고 동물원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AP가 22일 보도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외신 브리핑에서 “관련 협약이 체결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중국 야생동물보호국과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스페인 마드리드 동물원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판다보호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2015년 생일상을 받고 있는 판다 바이윈. 2019년 중국으로 돌아간 그의 후손들이 다시 샌디에이고로 올 예정이다./샌디에이고 동물원

앞서 지난해 11월 미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에 살고 있던 판다 암수 한 쌍과 새끼 등 세 마리가 중국으로 갔다. 유일하게 남은 판다인 애틀란타 동물원의 네 마리도 올해 안으로 떠날 예정이다. 이에 1972년 당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의 방중으로 시작된 판다 외교가 이로써 마무리 수순을 밟는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새 판다 한 쌍이 미국 땅을 밟을 경우 판다 외교는 단절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외신들은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했던 전설적인 커플인 암컷 ‘바이윈(白雲·흰 구름)’과 수컷 ‘가오가오(高高·높이 더 높이)’의 피를 이어받은 후손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 쓰촨성 판다 보호구역에서 태어난 바이윈은 다섯 살이던 1996년, 야생에서 생포된 수컷 시시(石石·연령 불상)와 함께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첫 판다로 입주했다.

바이윈은 2003년 이 동물원에 합류한 한 살 터울 오빠 가오가오와 새로 짝을 이루고 2009년까지 네 차례 출산했다. 새끼들은 건강하게 자라났다. 바이윈은 ‘출산의 여왕’으로 알려지며 동물원의 최고 인기 스타로 군림했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에도 휘말렸다. 2011년 3월 울타리가 느슨하게 열린 틈을 타 사육사 구역에 침입했고, 자신을 되돌려보내려는 여성 사육사의 발을 할퀴고 물었다. 사육사는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당시 지역 언론과 전문가들은 “판다는 북극곰·불곰과 같은 맹수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2014년에는 가오가오가 뉴스의 중심에 섰다. 생식기 부근에서 종양이 발견돼 그해 5월 우측 고환 적출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경위와 예후가 지역 언론에 상세하게 보도됐다. 샌디에이고 판다들은 어른이 되면서 한 마리씩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바이윈의 막내 수컷 샤오리우(小禮物·작은 선물)도 2019년 4월 샌디에이고를 떠났다. 바이윈도 샤오리우와 함께 이곳을 떠나며 23년의 객지 생활을 마무리했다.

판다들이 잇따라 돌아간 것은 임대차 계약 연장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래 미국과 중국이 경제·외교·군사 등 각 부문에서 충돌하며 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샌프란시스코 기업인 회동에서 “판다 보전을 위해 미국과 협력을 이어가고, 캘리포니아 사람들의 희망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중국이 미국에 새로운 판다를 보내되, 첫 행선지는 1972년 판다를 처음 들여온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이 아닌 샌디에이고 동물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1916년 문을 연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보유 동물 규모와 연간 입장객 수, 멸종 위기종 연구 수준 등 여러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 동물원 측은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중국과 함께 판다의 보전을 위해 영예롭게 협력했다. 놀라운 동물 판다와 다시 함께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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