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체외수정 지지"…'냉동배아도 사람' 판결 후폭풍 진화
바이든 "여성 자유 위해 싸워"…생식권 이슈로 지지층 결집 나서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냉동 배아도 '사람'이라고 인정한 판결이 나온 뒤 여성의 생식권 문제가 대선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 보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우리는 엄마와 아빠들이 아기를 갖는 것을 더 쉽게 만들고 싶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며 "여기에는 미국의 모든 주에서 IVF(체외 인공수정) 같은 난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난 소중한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커플들이 IVF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오늘 난 앨라배마주 의회가 앨라배마에서 IVF를 계속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즉각적인 해법을 신속히 찾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화당은 항상 생명의 기적, 그리고 엄마와 아빠, 그들의 아름다운 아기들 편을 들어야 한다"며 "IVF는 그것의 중요한 한 부분이고 우리 위대한 공화당은 인생 최고의 기쁨을 얻고자 하는 당신과 늘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앨라배마주 대법원은 지난 16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냉동 배아도 어린이이며 이를 폐기할 경우 부당한 사망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여성의 난자를 채취해 시험관에서 수정한 뒤 이렇게 만든 배아를 다시 자궁에 이식하는 IVF 시술을 앨라배마에서 계속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통상 IVF는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배아를 여러 개 만들어 일부만 자궁에 이식하고 나머지는 첫 시도가 실패할 가능성에 대비해 냉동 보관한다.
임신에 성공하면 냉동 보관한 배아를 폐기해왔는데 이번 판결은 폐기를 범죄로 처벌할 가능성을 열어 둬 사실상IVF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이후 앨라배마주립대 버밍햄, 모빌병원 생식의료센터 등 앨라배마주 일부 난임 치료센터가 IVF 시술을 중단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일부 병원은 폐기하는 배아가 생기지 않도록 작은 숫자의 난자만 수정하기로 했는데 이 경우 임신할 확률은 줄고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앨라배마에서 IVF를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하던 환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고 일부는 냉동 배아를 다른 주로 보내는 방법을 알아보기도 했다.
여성의 낙태할 권리 등 생식권을 옹호하는 단체들은 이번 판결에 즉각 반발하며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이 2022년 낙태를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여성 생식권 문제의 전선을 IVF로 확대해 지지층을 결집할 기회로 잡기 위해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성명에서 "스스로와 자기 가족들을 위해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는 여성의 능력을 무시한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것은 '로 대 웨이드' 폐기의 직접적인 결과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여성과 가족, 이들 여성을 보살피는 의사들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 우리는 (낙태권의) 연방 법제화를 통해 '로 대 웨이드'가 보장했던 권리를 모든 주의 모든 여성에 돌려주기 전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낙태 문제로 패배한 경험이 있는 공화당은 이번 판결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적지 않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하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지난 21일 NBC뉴스 인터뷰에서 "나에게 배아들은 아기들이다"라고 했다가 바로 다음 날 CNN 인터뷰에서 IVF 치료 중단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앨라배마주 의회의 일부 공화당은 IVF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이미 모색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팀 멜슨 주상원의원은 앨라배마주에서 IVF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도록 자궁에 이식한 배아는 보호하되 이식하지 않은 배아는 "잠재 생명"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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