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높이 날던 독수리, 아기새 가득한 둥지로 돌아오다 [스한 위클리]

이재호 기자 2024. 2. 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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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한국 야구 역사에서 이정도로 높이 날던 새는 없다.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 사이영상 투표 2위와 3위. 이처럼 류현진(37)은 11년 동안 한국인 메이저리그 진출의 역사를 바꿔놓은 장본인이다.

이제 류현진은 아기새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독수리로 클 수 있었던 독수리 둥지인 한화 이글스로 돌아와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 등의 유망주들과 마지막 불꽃을 태우게 됐다.

ⓒAFPBBNews = News1

▶평균자책점 1위-사이영상 2위, 가장 높이 날던 류현진

2013시즌을 앞두고 LA다저스와 6년 3600만달러(약 480억원)의 포스팅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 이적료 개념의 포스팅 비용은 2573만달러(약 343억원)로 당시 한국 스포츠 선수가 기록한 이적료 역대 1위였다(이후 손흥민, 김민재가 경신). 이 돈을 받은 한화는 2군 전용 훈련장을 개장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부터 14승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신인왕 투표 4위에 올랐다. 두 번째 시즌 역시 14승 평균자책점 3.38로 에이스급 투수로 각광받았다.

물론 마냥 영광만 있지 않았다. 2015년 투수에게 매우 치명적인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아 사실상 2015,2016년 2년을 날렸다. 2017년 복귀했지만 평균자책점 3.77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2018년에도 부상을 달고 뛰며 고작 15경기 밖에 나오지 못했다. 2018년을 끝으로 다저스와 맺은 6년 계약이 종료됐지만 시장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판단하에 퀄리파잉 오퍼를 받으며 FA재수를 택했다.

FA재수 선택은 위대했다. 2019년 류현진은 14승 평균자책점 2.32의 성적을 거뒀는데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타이틀 홀더'가 됐다. 올스타전 선발등판은 덤. 이 성적을 인정받아 시즌 후 최고 투수상인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다저스에서의 7년 생활을 끝내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달러(약 1068억원)의 FA계약을 한 류현진은 계약 첫해인 2020년 코로나19의 단축시즌에도 평균자책점 2.69의 활약으로 사이영상 투표 3위를 기록하며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러나 2021시즌부터 류현진의 하락세가 시작됐고 결국 2022시즌 초반 팔꿈치 토미존 수술을 다시 받으며 계약 마지막 2년 동안 고작 17경기만 출전하며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류현진 이전에도, 이후에도 많은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있었지만 평균자책점 1위와 사이영상 투표 2위, 올스타전 선발, 에이스 역할 등 그 누구도 그 만큼 높은 곳에 오른 이는 없었다.

ⓒAFPBBNews = News1

▶KBO리그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인식 변화

류현진은 KBO리그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인식을 완전히 바꿨다.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최초의 선수. 이전에 이승엽이 아시아 홈런왕으로 날렸을 때도 KBO리그에 대한 무시로 인해 메이저리그는 냉담했고 이상훈, 임창용 등도 일본을 거쳐 검증 받아야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이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 후 맹활약하자 메이저리그에서 보는 한국 야구에 대한 인식 역시 완전히 뒤바꼈다. 이후 2010년 중반, 강정호부터 윤석민, 김현수, 박병호, 이대호, 황재균, 오승환 등 다수의 직행 선수가 생긴 것은 모두 류현진의 활약 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꽃은 KBO리그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 후 아시아 내야수 최초의 골드글러브 수상,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공 하나 쳐보지 않고 6년 1억1300만달러(약 1512억원)의 계약을 따낸 이정후를 통해 만개하게 됐다.

ⓒ스포츠코리아

▶만년 꼴찌 한화,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다

22일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하며 11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무리한 류현진은 이제 리빌딩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한화로 돌아오게 됐다.

2006년 프로 등장과 동시에 트리플 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으로 MVP와 신인왕을 받았던 '괴물' 류현진은 이후 한화의 부진한 성적과 정반대의 기량으로 '고군분투의 에이스'로 7년간 활약하다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다시 돌아온 한화의 순위는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5년간 9위, 10위, 10위, 10위, 9위로 바닥. 그러나 상황은 다르다. 지금의 한화는 확실한 4번 타자 노시환, 국가대표 에이스로 각광받는 문동주, 시속 160km를 던지는 김서현, 2023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투수 황준서까지 어리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류현진이라는 '레전드' 선수가 이런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주면서 에이스로 활약해준다면 한화의 이번 시즌 순위 상승과 함께 새로운 구장이 완공될 2025시즌부터 우승권 팀으로도 거듭날 수 있다.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높이 날아올랐던 독수리가 11년의 고공비행을 마치고 자신을 처음 품어줬던 독수리 둥지로 돌아왔다. 그곳에는 이제 갓 부화해 용맹한 독수리가 되려는 어린 새들이 지적이고 있다. 가장 높이 올라가봤던 독수리는 새끼 독수리들을 이끌고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까.

ⓒAFPBBNews = News1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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