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 졸속 행정, K리그에 전가하지 말라" 울산 팬들, 홍명보 하마평에 분노
한국 축구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뒤 역풍이 불고 있다.
아시안컵 이후 경질된 클린스만 전 감독의 후임으로 대표팀의 차기 사령탑 후보군에 K리그 현역 감독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등이다.
2024 하나원큐 K리그 개막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하마평에 오른 감독의 구단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개막을 앞두고 감독이 대표팀으로 떠난다면 새 시즌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K리그 구단은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을 막을 방법이 없다. 축구 국가 대표팀 운영 규정 제12조(감독, 코치 등의 선임) 제2항에 따르면 협회는 선임된 국가대표 감독 및 코치가 구단에 속해 있을 경우 당해 구단의 장에게 이를 통보하고, 소속 구단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K리그 현역 감독이 후보군에 오른 것 자체가 기이한 현상이다.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협회는 K리그와 팬들을 무시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 HD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홍명보 감독이 후보로 거론된 데 대해 격분했다. 이에 23일 오전 8시부터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였고, 성명문을 통해 K리그 현역 감독의 차기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반대하는 뜻을 전했다.
이들은 트럭에 설치한 전광판에 '필요할 때만 소방수, 홍명보 감독은 공공재가 아니다', 'K리그는 대한축구협회의 장난감이 아니다', 'K리그 감독 국가대표 감독 선임 논의 백지화' 등의 문구를 띄웠다. 홍 감독은 2년 연속 울산의 우승을 이끈 바 있다.
협회는 지난 16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그리고 정해성 전 국가대표 코치를 신임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선임해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은 다음달 21일(홈)과 26일(원정)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3, 4차전을 연달아 치른다. 늦어도 3월 A매치 기간(18일~26일) 전까지 대표팀을 이끌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서둘러 차기 사령탑을 선임하면 '제2의 클린스만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에 임시 감독을 선임해 급한 불을 끄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2경기만 하려고 오는 감독이 있을까 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정식 감독에 비중을 뒀다"고 전했다.
정식 감독 후보군은 이미 국내 지도자로 추려진 것으로 보인다. 선수단을 파악할 시간을 줄이려면 국내 감독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모였다.
정 위원장은 "3월 2경기를 준비하려면 선수 파악, 기간 등을 봤을 때 외국인 감독보다는 국내 감독 쪽에 비중이 쏠린 듯하다"면서 "외국인 감독이 선임되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국내 감독이 선임될 경우 현직 감독은 선수단 파악 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리그 현역 감독의 선임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팬들의 비난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다.
정 위원장은 "상당히 촉박한 상황에서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면서 "각 클럽에서 일하는 분이 감독이 된다면 그 클럽에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K리그 미디어 데이도 있다. 결과가 나오면 직접 찾아가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처용전사는 "대한축구협회의 무능력함을 규탄한다. 협회 졸속 행정의 책임을 더는 K리그에 전가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명보 울산 감독을 비롯한 모든 K리그 현역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처용전사는 또 "협회가 그 어떤 책임감도 느끼지 않고 오롯이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K리그 감독을 지켜내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예선을 지휘했던 최강희 감독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2011년 당시 K리그1 전북 현대를 이끌던 최강희 감독은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 경질된 뒤 소방수로 투입됐고, 브라질 월드컵 예선까지 대표팀을 이끌었다.
처용전사는 "표면적인 문제 해결에만 급급한 결과 K리그를 포함한 한국 축구 팬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고 짚었다. 이어 "지금 협회는 지난날의 과오를 반복해 또 한 번 K리그 팬들에게 상처를 남기려 하고 있다"면서 "K리그 현역 감독 선임 논의 자체를 무효로 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어떠한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축구협회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제2차 전력강화위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서 차기 사령탑 선임 방향성을 설정하고 후보군을 추릴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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