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인사는 '메시지'…박성재 '검찰 인사 보류' 신호는?
'인사(人事)'는 메시지다.
공직 사회는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인사는 조직을 이끄는 '수장(首長)'의 의중이 반영된 신호다. 물론 하지 않아도 분명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지난 20일 취임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당분간 검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박 장관은 취임식 직후 대검찰청에 고검장과 검사장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검도 일선청에 장관의 뜻을 전달했다.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알린 점이나 일선 검찰청에 이를 공지한 점 모두 이례적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장관 취임 이후 곧바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검사장 승진 대상자들로부터 인사검증 동의도 받은 상황이어서 인사를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다.
인사를 보류한 박 장관은 "인사보다는 업무를 더 열심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이런 박 장관의 결정은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둔 것이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한동훈 전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두 달여간 장관 공백이 이어졌고, 총선 바람을 타고 현직 검사들이 출마하는 등 조직 내 기강이 무너진 어수선한 분위기를 잡는 게 우선이라는 이유다. 여기에 총선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대규모 검찰 인사를 할 경우 자칫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에 오히려 대규모 '물갈이'를 위한 숨고르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폭풍전야'와 같다는 말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장관 취임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의 갈등 표출 이후 장관 인선이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고 본다. 대통령실에서 법무·검찰 조직을 다잡기 위해 박 장관 등판을 서둘렀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설에 '윤가근 한가원(尹可近 韓可遠)'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고 한 위원장과 먼 관계가 검찰 인사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을 두고 불거진 '교체설', '사임설'도 심상치 않은 기류를 반영한다. 최근 전해진 송 지검장 관련 구설은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처리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서울중앙지검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송 지검장이 사직하겠다며 반발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15일 박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런 내용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관련해서 송 지검장을 부산고검장 등으로 발령 낼 것이라는 구체적인 임지까지 거론됐다.
이런 일련의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단행하는 검찰 인사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운털'이 박힌 서울중앙지검장 등 몇몇 주요 보직만을 대상으로 인사하는 것도 검찰 내부의 반발만 키울 수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총선 이후로 미뤄진 인사는 대신 물갈이 수준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총선이 치러진 이후는 이원석 검찰총장 임기가 채 반년도 남지 않는다.
이 총장은 오는 9월 임기를 마친다. 임기를 불과 4~5달 남긴 검찰총장의 입김이 검찰 인사에서 먹힐 리 만무하다. 결국 박 장관, 결과적으로는 대통령실 의중이 깊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박 장관은 윤 대통령이 믿고 의지하는 선배로 알려져 있다. 장관 지명 배경에도 '법무·검찰 다잡기', '한동훈 지우기'라는 분석이 등장할 정도다.
박 장관은 취임 이후 예상을 깨고 인사를 하지 않고도 메시지를 드러냈다. 다만 그 메시지가 또 다른 '줄 세우기'가 돼서는 안 될 일이다. 인사는 만사(萬事)다.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이다. 박 장관도 의미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는 2017년 공직을 떠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검사 한 사람 한 사람이 보직이나 승진에 기웃거리지 않고 당당하고 공정한 자세로 업무를 처리하고, 옳은 일을 한 대가로 주어질 수 있는 인사 불이익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로 일을 해야만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제 박 장관 스스로 자기가 쓴 글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볼 때다. 장관은 인사 불이익이 아닌 '직'을 걸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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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승모 기자 cnc@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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