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조상제한서→국신하우농, 금융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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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의 2023년 연간 실적발표가 마무리됐다.
1990년대까지 국내 금융시장은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의 시대였다.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국신하우농'도 인터넷은행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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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의 2023년 연간 실적발표가 마무리됐다. 이번 실적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약진이다. 올해로 출범 7년째를 맞은 인터넷은행 3사의 자산 총합은 1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총자산은 54조원을 넘어섰다. 2017년 3분기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당시 668억원의 순손실을 내고 있었는데, 지난해 당기순이익 3549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이 웬만한 지방은행보다 많다. 덩치가 큰 편에 속하는 부산은행(3791억원), 대구은행(3639억원)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지 않아 인건비나 임차료 등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조달비용이 낮아 금리를 낮게 책정할 수 있다. 경쟁력 있는 금리와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친숙함을 바탕으로 고객 수를 2017년 493만명에서 지난해 2284만명까지 늘렸다.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처럼 이자 장사에만 골몰하고 있어 ‘혁신’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최초 설립 취지였던 ‘메기’로서의 역할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인터넷은행 출범 후 위기를 느낀 기존 시중은행은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권의 대표적인 움직임이 슈퍼앱 기반의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육성 전략이다. 은행 업무, 대출, 투자, 보험 등 일반 금융 서비스뿐만 아니라 쇼핑, 여행, 의료, 통신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비금융 서비스까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제공하는 게 바로 슈퍼앱이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기업처럼 금융지주사도 하나의 앱에 모든 걸 담을 수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료를 보면 베이비붐 세대(1946년~1965년 사이 출생)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80%를 넘어섰다. 전통 금융사의 슈퍼앱 구축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조건이 됐다. 연초 금융지주 회장들이 신년사에 담은 메시지도 디지털 유니버설 뱅킹 전환이었다.
45년간 뱅커 외길을 걸어온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을 최근 만났다. 박 행장은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금융의 영역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카카오뱅크, 토스뱅크도 10년 후엔 올드 버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다른 형태의 도전자가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고,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지형도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1990년대까지 국내 금융시장은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의 시대였다. 5대 은행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함께 성장하며,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5대 은행은 간판을 내리고 지금의 ‘국신하우농(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체제로 바뀌었다.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국신하우농’도 인터넷은행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박 행장의 지적처럼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금융 지형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새로운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금융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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