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제2의 이승엽, 아니 제1의 김석환을 포기하지 않았다…생존경쟁, 오키나와에 없을 뿐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캔버라에서 고치로 이동하는 선수들은 있다. 고치에서 오키나와로 가는 선수들은 없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일시귀국해 이렇게 얘기했다. 구단은 고명성, 오선우, 김규성과 함께 바로 이 선수의 고치행을 알렸다. 제2의 이승엽이란 별명이 영광이지만, 제1의 김석환이 되고 싶다고 한, 외야수 김석환(25)이다.
김석환은 박흥식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가 KIA 1~2군 타격코치, 감독대행으로 활동하던 시절 ‘제2의 이승엽’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만큼 스윙이 부드럽고, 마치 이승엽 감독의 그것을 연상하게 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김석환은 1년 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스프링캠프에서 제1의 김석환이 되고 싶다고 밝혔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23시즌 12경기서 타율 0.130 3타점 1득점 OPS 0.374에 머물렀다. 1군에서 기회도 많지 않았고, 본인이 적은 기회를 살리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김석환이 2023시즌에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퓨처스리그 홈런왕 및 타점왕에 올랐다. 79경기서 타율 0.307 18홈런 73타점 48득점 OPS 0.986을 기록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1루수 겸업을 포기했다. 김석환은 그동안 1루수를 병행했다. 1군에서 생존하려면 외야수만으로 버거웠다. KIA 외야 뎁스가 워낙 막강한 반면 1루는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석환은 내, 외야를 오가며 수비하는 것을 버겁게 받아들였다. 결국 2군에서도 외야에만 전념했다.
멀티포지션은 좋다. 그러나 타격에 악영향을 미치면 전략적 결단도 필요하다. 2군에선 성과를 확실하게 냈다. 결국 중요한 건 1군에서의 경쟁력. 일단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선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했다. 그리고 오키나와에 가지 않았다. 대신 고치로 간다.
이범호 감독은 인천공항에서 “호주에 선수들을 많이 데려갔다. 이제 고치와 오키나와로 나눠 캠프를 진행한다. 시범경기서는 바꿔서 체크해볼 생각이다. 두 군데 모두 체크하고 개막전 엔트리를 짤 것이다. 많이 봤던 선수들은 고치로 보냈고 볼 선수는 데리고 왔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25일부터 오키나와 연습경기를 지휘한다. 일단 고치 캠프는 보고만 받는다. 그러나 고치 캠프로 간 4명의 선수가 이범호 감독의 시야에서만 당분간 멀어질 뿐 구상에서 사라진 건 아니다. 시범경기라는 마지막 오디션 무대도 있다.
김석환은 올해 어떻게 될까. 타격 재능은 분명히 있다. 이범호 감독도 타격코치 시절부터 유심히 지켜봤다. 최형우, 나성범 이후의 거포를 키워야 하는 KIA로선 포기할 수 없는 카드. 변우혁은 주전 1루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반면 김석환은 외야에 전념하기로 했다. 김석환이 상대적으로 좀 더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차이는 있다.
현 시점에서 KIA 외야 뎁스는 리그 최강이다. 이런 측면에선 김석환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느 팀, 어느 선수든 후발주자라면 기존 주전들을 제치지 않고선 1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2군 타이틀홀더가 1군에서의 성공을 반드시 보장하는 건 아니다. 김석환도 여전히 생존경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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