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 주 국제정세 [PADO]
미얀마의 집권 군부가 1400만 명을 대상자로 하는 징병제 실시를 발표해 일부 시민들이 강제징집을 피해 회사에 출근하지 않거나 태국대사관의 비자 발급 창구 앞에 새벽부터 장사진을 치고 있습니다. 징병은 18~35세 남성과 18~27세 여성이 대상으로, 병역 기간은 2년입니다. 엔지니어나 의사 등은 군의 전문직에 취업해 3년간 근무하는 것으로 병역을 대체할 수 있고, 신체검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기혼여성은 면제이며, 공무원이나 학생은 징집이 유예될 수 있습니다.
미얀마 국군은 중국 접경지대 등에서 반군의 공격으로 고전을 겪고 있는데, 이번 징병제 실시 결정은 현재 미얀마 국군이 처해 있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줍니다. 국민들 사이에서 징집에 대한 저항이 표출되자 군부는 '아직 여성에 대해서는 징집 실시가 미확정'이라는 식으로 민심을 달래려 하고 있습니다. 이번 징병제 결정은 반군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 미얀마 국민에게 공포감을 심어 군부 지배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고 병역회피를 허용하면서 군부 인사들이 뇌물을 챙기려는 계산도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징병대상은 1400만 명인데 군부가 발표한 실제 연간 징병 숫자는 6만 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징병을 피할 여지가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강제징집 당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어서 이를 피하기 위해 직원들의 온라인 자택근무를 장려하고 야간 외출을 자제시키고 있는 기업들이 생겼다고 합니다. 중국의 인도양 진출 핵심 통로인 미얀마가 정변을 통해 친서방 노선을 택하게 된다면 중국으로서는 뼈아픈 전략적 손실을 입게 됩니다. 미얀마 국내문제는 미중 패권 경쟁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러시아의 대표적 반정부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북극지역의 한 수용소에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러시아 당국은 가족들에게 시신 인도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러시아 헬기 조종사가 스페인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고, 러시아의 해외 정보 담당기관 수장은 사망한 조종사를 "조국을 배신한 사람이며 범죄자"라고 불렀습니다. 두 사람의 사망은 러시아 당국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는데, 현재 서구권 언론에서는 과거 러시아 당국이 반정부 인사들에게 가한 독극물 테러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주년을 맞았습니다. 병참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은 동남부 격전지 아우디우카에서 전격 철수했습니다. 현재로선 공세적 작전을 계속 펼칠 여력이 없기 때문에 방어태세로 전선을 굳히는 작전에 들어가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탄약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돕기 위해 유럽연합(EU)은 유럽평화기금을 역외 탄약 구매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작년 말 우크라이나에 45억 달러 지원을 약속한 일본은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158억 엔(약 1400억 원)을 지원하기로 발표했습니다. 군수산업이 대규모로 가동되고 있는 러시아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서방의 지원 노력이 더욱 요청되고 있지만, 서방의 국내 여론에는 '전쟁 피로감'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게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태평양의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에서 부족 간 유혈 충돌이 발생해 6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파푸아뉴기니는 험준한 산악지대와 열대우림 지역이 넓어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전 국토에 미치지 못하며 다양한 부족들이 하나의 나라로 통합돼 있지 못합니다. 중앙정부의 거버넌스에 심각한 약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파푸아뉴기니가 현재 국제관계에서 중요한 관심 지역으로 떠오른 것은 태평양을 둘러싼 미중패권 경쟁과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단결된 국민국가도 강대국들의 영향력에 노출되는데, 단결되어 있지 않는 나라의 경우엔 강대국들에 의해 사분오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이 열대 섬나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파푸아뉴기니는 동남아 최대 국가인 인도네시아, 미국의 북서 태평양 동맹인 필리핀, 그리고 미국의 남태평양 동맹인 호주 사이에 있는 상당히 큰 국토를 가진 나라입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18년에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했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2023년 이 나라를 방문하기로 했었는데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이라는 국내문제에 묶여 블링컨 국무장관을 대신 보냈습니다. 하나의 국민국가로 단결돼 있지 못한 파푸아뉴기니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인도네시아와 호주의 적극적 관여에 따라 향후 매우 심각한 국내적 혼란을 겪게 될 것 같습니다. 최악의 경우 이 나라에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대립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관영매체들이 용(龍)의 해를 맞아 용의 영문표기로 더 이상 'dragon'을 쓰지 말고 'loong'으로 써야 한다고 일제히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식 표현을 국제적 어휘로 유통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서구 언론이 사용하는 'Tibet' 대신 중국식의 'Xizang'(西藏)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우리와 관련된 것으로 백두산도 해외에서는 'Changbai'(長白)로 보통 표기되고 있는데, 중국측의 오랜 노력의 결과입니다. 한때 해외언론의 관심을 받았던 "창바이산(백두산)의 호수 괴물" 같은 가십성 기사도 중국식 표기 'Changbai'의 해외유통에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주택론의 기준금리를 인하했습니다. 인민은행은 주택론 기준금리인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4.20%에서 3.95%로 낮췄습니다. 중국은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가 지난달 파산 결정을 받는 등 심각한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겪고 있습니다. 인민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중국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시도의 일환으로 이해됩니다.
일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22일 닛케이평균주가는 종가기준 3만 9098엔으로 과거 버블경제 시대의 최고치를 넘어섰습니다. 일본 주식시장의 활황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는 해외자본입니다. 부동산 불황과 미중 대립으로 미래가 불투명해진 중국 시장에서 일본으로 자본이 대규모 이동하고 있고, 또 일본 기업들이 자사주매입이나 배당 확대를 하고 있는 등 일본 경제에 큰 변화가 느껴지고 있다는 것도 일본 증시의 매력이 되고 있습니다. 과연 일본 경제가 과거의 일본식 모델을 탈피할 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도 일본의 변화와 커플링하게 될지 주목됩니다.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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