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된 '비트코인', '광물'처럼 인정?…'기초자산군' 변화될까

김지훈 기자 2024. 2. 24.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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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인사이트]
[편집자주] '코인 인사이트'는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의 주요 현안을 다각도로 분석합니다. 복잡한 이슈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 파악에 주력합니다. 건전한 가상자산 시장 발전을 위한 마중물이 되겠습니다.
=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시작된 2017년 12월 11일 서울 중구의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설치된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각종 가상화폐 가격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017.12.11/뉴스1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의 정의. /사진=법제처 캡처

여야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 펀드(ETF)를 허용하는 공약을 내놓는다는 소식에 증권·금융투자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암호화폐)을 통화는 물론 금융투자상품으로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론을 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가상자산 투자의 문호가 폭넓게 확대될지 업계가 주목하는 것이다.

이는 가상자산의 정체성을 금융 당국이 정의내리는 것과 관련된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금융위는 비트코인 현물 그 자체보다 '시카고거래소(CME) 비트코인 선물 지수'가 신뢰성을 갖췄다고 판단할 만큼 가상자산에 대한 믿음이 깊지 않다. 관계 법령상 ETF, 파생상품은 기초자산 가치를 추종해야 하는데 '암호화폐'로도 불리는 비트코인은 사실상 농·축·수·광산물 등 기초자산 중 일반상품군에 속하지 않을 뿐 아니라 통화 등 다른 기초상품으로도 인정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물·선물 ETF '가능', 선물·현물 ETF '불가능' …증권업계선 '기준선'에 촉각

Bitcoin coins with ETF text put on dark background, Concept of the approval of Exchange Traded Fund.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증권사들에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지했다.

미국 규제당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전에도 국내 증권사는 유럽, 캐나다 등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거래를 중개했었다. 금융위의 이 같은 공지로 관련 거래에 제동이 걸렸다. 아울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도 가상자산 현물 거래는 중개할 수 있지만 바이낸스와 같은 해외 거래소가 선보이는 선물 거래 중개는 허용되지 않는 상태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현물 ETF의 상장이 승인되기 이전에도 국내 업체들은 유럽에 상장된 현물 ETF를 취급해 왔는데 미국의 현물 ETF 승인에 따른 금융위 결정으로 유럽 현물 ETF까지 막힌 상황"이라며 "현물 ETF 승인 여부는 업계가 전반적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슈"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증권사가 가상자산과 관련해 취급 가능한 품목은 '가상자산 현물과 가상자산 선물 ETF'로 제한돼 있다. '가상자산 선물과 가상자산 현물 ETF'는 금지돼 있다.

이는 금융위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유권해석에 따른 것이다. 자본시장법상 선물과 같은 파생상품과 ETF는 기초자산의 가치를 추종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농산물, 신용위험, 통화, 금융투자상품…어디에도 미부합-금융위 판단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는 가짜뉴스 소동이 벌어진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락한 것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는 가짜뉴스가 게시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기초자산은 해당법에서 △금융투자상품 △통화 △농·축산·수산물 등 일반상품 △신용위험 △그 밖에 적정한 방법에 의해 산출 평가 가능한 자연·환경·경제적 현상으로 한정돼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은 이같은 기준 가운데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다만 비트코인 선물 ETF의 경우 국내 증권사가 미국 시카고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중개하는 행위가 인정된다. 각종 가상자산거래소가 거래를 중개하는 비트코인 자체보다 공인 거래소인 CME가 산출하는 비트코인 선물 지수가 기초자산으로 적정성을 갖췄다는 게 금융위 판단인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이 신뢰성 있고 공정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 법제상으론 기초자산 요건이 달라서 파생상품을 더 폭넓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비트코인 선물이 CME에 상장돼 있다. CME 선물 지수는 (기초자산으로서) 적정한 방법으로 산출되고 있다고 인정할 수는 있다는 게 국내 비트코인 선물 ETF 허용의 의미"라고 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금융위의 기초자산 인정 범위를 두고 "선물과 현물 가격이 크게 다르지 않고 금융투자상품이 추종하는 선물 지수는 현물을 추종하기 마련"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금융위 입장이 그대로라면 기초자산의 정의를 바꾸는 등 관계법령상의 변화가 있어야 비트코인 선물 ETF도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총선을 앞두고 해외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국내 투자와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관련 상품 개발을 허용하는 공약을 공통적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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